9일 열린 12·3 내란 사건 결심 공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8명의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이 출석해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 13일 밤 10시15분께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 등 8명의 피고인들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10년부터 사형까지 중형을 구형했다. 이후 법정엔 차가운 냉기가 돌았다. 특검이 재판부에 ‘엄중한 처벌’을 힘줘서 호소한 직후 법정에 자리한 8명의 피고인과 이들의 변호인들은 마지막 발언을 이어갔다.
약 4시간 가까이 진행된 변호인과 피고인 18명의 최후진술에서 일부는 “정치재판이다”, “억울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누군가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윤석열·김용현 쪽 “정치재판”
윤 전 대통령 쪽에선 지난해 탄핵재판 때부터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린 김홍일 변호사가 최후 진술에 나섰다. 그는 탄핵재판 때 헌법재판소의 심판 진행을 문제 삼으며 변론을 거부하는 의미로 심판정에서 퇴정하기도 한 인물이다. 최후진술에서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은 광장의 여론재판으로 진행해 선동된 군중으로 인한 정치재판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재판이 편향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 이하상 변호사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박억수 특검보가 쓴 ‘친위쿠데타’라는 표현은 이재명이 쓴 것과 동일하다”며 “이 재판은 정치재판이란 걸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이 재판 결과가 사랑하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중국 공산·사회주의의 소품으로 전락하는 마중물이 될까 봐 그게 두렵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처럼 될까봐 두렵다”라며 색깔론을 끌어와 항변하기도 했다.
내란 1·2인자에 “존경한다”…특검은 비하
이 사건 재판에 넘겨진 유일한 민간인이었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을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 대한 충성심을 재확인하는 데 사용했다, 비상계엄의 민간인 비선으로 꼽히는 그는 3분도 채 안 되는 최후 진술에서 “저는 군을 떠난 민간인이지만 저를 믿고 의지하는 (김용현) 장관님 말씀에 충실히 따르려고 노력했고 추호의 미련이나 후회가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한번도 뵌 적이 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충정, 열정, 진실성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존경한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의 변호인은 특검팀이 12·3 비상계엄이 오래전부터 준비된 계획범죄였다는 근거로 제시한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 대해 항변하는 데 최후진술 대부분을 썼다.
노 전 사령관의 동생이기도 한 노종래 변호사는 “공소사실에 의하면 (비상계엄이) 정적을 제거하고 장기집권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고 기재돼있다”며 “주된 증거가 ‘노상원 수첩’이라는 것인데 이에 대한 특검의 아무 근거 없는 일방적인 해독은 비유하자면, ‘된장을 똥으로 만드는 기적’”이라고 주장했다. 노 변호사는 이어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고, 특검의 수사 결과물로서 뭐라도 내봐야 하는 간절함과 절박함에서 비롯된 걸로 보이는 특검의 망상이 특검 혼자만 보는 자신의 일기장이나 곧 쓰레기통에 버려질 낙서장에나 쓸 일이지 신성한 공소장에 써도 되는 건 아니다. 부디 망상으로 점철된 공소장에 철퇴를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위법성 판단 어려웠다”
내란 가담 의혹으로 경찰청장직에서 파면된 조지호 전 경찰청장의 변호인은 최후진술에서 검찰을 겨냥했다. 조 전 청장의 변호인은 “(비상계엄) 당시 대검, 법무부, 대법원, 그리고 각종 행정부처에서 계엄에 대한 사후조치를 논의했다. 그렇게 (위헌이) 명백하다면 그 당시 위헌을 선언하고, 공표하고, 모든 후속조치를 거부한다고 선언한 기관이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 되나? (계엄이) 명백히 위헌이었다는 게 모든 국민이 알 정도였다면 검사님 여러분들 그날 저녁 뭐했습니까? 대검에서 후속조치를 논의할 때 대검으로 달려가서 대통령 체포를 건의하거나 여기에 대해 명백한 위헌을 선언해야 한다고 건의한 사람이 있습니까? 궁금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전 청장 쪽은 12·3 비상계엄 당시 급박한 상황에서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못하고 윤 전 대통령 지시에 소극적으로만 따랐다는 입장이다. 조 전 청장은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 여부를 판단하지 못한 건 자신뿐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제가 위법한 지시를 했다면 현장 경찰관들은 이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요즘 경찰관, 현장 지휘관들은 조금 애매하면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고 명백히 위법한 행동을 절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책임통감” “참회” 뒤늦은 후회와 반성
법정에서의 마지막 진술을 사과와 반성에 할애한 피고인도 있었다.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최후진술에서 “지금 돌이켜보면 비상계엄 선포 대응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고, 초유의 급박한 상황에서 더 사려 깊고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그 부분 제 지휘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참회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다시 한번 국민들께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의 변호인도 “당시 미흡하게 판단한 점에 대해선 지휘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도 최후진술에서 “이런 일련의 과정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부분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쪽은 내란 사건을 수사한 특검팀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윤 전 조정관의 변호인인 남기정 변호사는 “특검보님과 검사님, 파견수사관님들의 탁월한 노고,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검사님들의 사건에 관한 완벽한 파악과 치밀함, 절제를 잃지 않는 태도가 매우 놀라웠다”며 “특검과의 대화는 매우 빡빡하고 힘들었다. 한편으로는 기쁨이었다. 국민을 위한 검찰 수사력의 보존에 대한 생각이 재판 내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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