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
‘인공지능(AI) 지각생’ 애플이 AI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 12일(현지시각) 구글과 손을 잡았습니다. 구글의 AI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AI 비서 ‘시리’를 포함해 자사 AI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는 지난해 말 마이크로소프트(MS) AI부문 부사장이었던 아마르 수브라마냐(Amar Subramanya·46)가 애플에 합류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구글에서 16년간 근무하며 제미나이 개발에도 참여한 인물로 이번 동맹이 성사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의 새로운 AI 사업 담당 임원이 AI 전략을 동맹으로 가져간 것입니다.
애플은 지난해 12월 초 AI 개발을 총괄하는 임원진을 개편하느라 분주했습니다. 당시 AI 전략 부문 수석부사장이었던 존 지아난드레아(John Giannandrea)가 물러났습니다. 지아난드레아 역시 구글에서 2010~2018년 사이 근무했지만, 애플에서 시리를 포함해 사용자 경험을 바꾸는 최종 완성물이 늦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애플이 AI 지각생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죠. 애플은 오픈AI의 챗GPT가 나오고 2년 후에나 생성형 AI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자체 AI 개발 부진에 애플은 2024년 말부터 오픈AI의 챗GPT를 시리와 애플 인텔리전스에 연동해 복잡한 질의에 한해 활용해왔지만, 2024년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약속했던 AI 비서인 ‘더 개인화된 시리’의 경우 서비스 출시를 수차례 연기했습니다.
애플은 수브르마냐 AI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그에게 파운데이션 모델, 머신러닝 연구, AI 안전 등 핵심 기술 사업을 맡겼습니다. 또 수브르마냐 부사장의 보고 라인을 소프트웨어 총괄인 크레이그 패더러기(Craig Federighi)로 정리했습니다. 즉 ‘AI 개발-테스트-베포’ 과정을 ‘기술-제품-출시’로 단축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운영체제(OS), 앱, 서비스와 AI를 한축으로 묶어 AI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입니다. 후임으로 등장한 수브라마냐 AI 부사장은 애플이 AI에서는 늦다는 비판을 의식한듯 합류한지 두 달도 안된 시점에 구글과의 동맹이라는 성과를 냈습니다.
수브르마냐 부사장은 AI를 학교에서부터 체계적으로 공부한 AI 연구자입니다. 그는 인도 방갈로르대에서 전기·전자 및 통신공학 학사를 취득한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컴퓨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는 박사과정에서 준지도학습(semi-supervised learning·SSL)과 그래픽 모델을 공부했습니다. 준지도학습은 정답(레이블)이 일부만 부여된 데이터와 정답이 없는 데이터(언라벨드 데이터)를 함께 활용해 머신러닝 모델을 학습하는 방법입니다. 레이블이 지정된 데이터가 부족할 때 AI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훈련하는 방법을 연구한 것이죠. 박사과정 중인 2007년에는 MS 리서치 대학원 펠로우십을 수상했습니다. 펠로우십은 지원금과 함께 연구자가 개방형 연구과제에 대해 MS와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는 2001년 IBM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경력을 시작해 2005년 MS 인턴과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했습니다. 2009년 구글에 연구 과학자로 합류해 2017년에는 수석 엔지니어로 승진했습니다. 2019년에는 엔지니어링 부사장으로 임명됐고 당시 AI 연구 부서인 딥마인드와 긴밀히 협력했습니다. 그는 구글의 AI 제미나이의 엔지니어링 책임자도 역임했습니다. 수브르마냐 부사장은 애플로 둥지를 옮기기 전인 2025년 7월 MS의 AI 부문 부사장으로 합류했습니다. 그는 MS의 AI 서비스 코파일럿 등의 기반 모델 작업을 담당했습니다.
수브르마냐 부사장의 이력에서 주목되는 것은 역시 구글과 MS에서의 경력입니다. 특히 그가 제미나이 엔지니어링 책임자였다는 것은 이번 애플과 구글의 동맹에서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외신은 “수브르마냐 부사장의 전문성과 인맥이 구글의 기술을 애플의 생태계에 최대한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과 구글의 동맹은 제미나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던 수브라마냐가 애플의 AI 부문 책임자로 임명된 것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MS가 오픈AI와의 동맹으로 AI 기술 발전과 챗GPT의 성공이라는 상업적 성공을 동시에 달성한 것을 감안하면 MS에서 수브르마냐의 경험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오는 3월 중 선보일 iOS 26.4를 통해 더 개인화된 시리 기능을 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구글과 애플의 동맹이 영원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애플이 외부 모델 도입으로 사용자 경험을 끌어올린 후 자체 AI 모델의 완성도가 확보되면 주도권을 되찾으려 할 수 있습니다.
홍인기 경희대 전자정보대학 교수는 “애플은 그동안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짜왔는데, 많은 데이터 등이 필요한 AI 세계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구글과 손을 잡은 모습”이라며 “앞으로 단말기 제조사들은 AI를 얼마나 최적화해 적용하는 지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상희 기자(hu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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