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배 사나이’ 신민준 9단이 결승2국에서 완승을 거두면서 승부를 최종국으로 이끌었다. 이날 최상의 컨디션으로 완벽한 내용을 선보인 신 9단은 지난 2021년 중국 최강자 커제 9단과 맞섰던 제25회 LG배 이후 5년 만에 다시 ‘패승승’ 시나리오를 작성한다는 각오다.
신민준 9단은 14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속행한 제30회 LG배 결승3번기 2국에서 일본 일인자 이치리키 료 9단에게 285수 만에 흑으로 불계승을 거뒀다. 오후 4시32분 종국을 맞은 이날 대국은 6시간32분 간의 혈전이었다. 신 9단은 12일 1국을 내주면서 벼랑 끝에 몰렸지만 이날 2국을 승리하면서 승부를 15일 펼치는 결승3국으로 이끌었다.
1국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음에도 신 9단의 내용은 완벽했다. 신민준 9단은 개전 3시간 만인 오후 1시 무렵 인공지능 승률 92%를 돌파했다. 한국기원 바둑TV에서 이날 대국을 생중계하고 있는 박정상 해설위원은 “지난 1국 초반과 마찬가지로 신민준 9단이 ‘명국’을 두는 흐름”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완승 흐름에서 국면이 일순 미세해지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던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일찌감치 초읽기에 몰린 이치리키 료 9단도 최선의 수를 찾지 못했고, 신민준 9단이 상대 빈틈을 찔러가는 수를 발견하면서 다행히 역전에 이르지 않았다. 이제 LG배 결승전은 15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속행하는 결승3국으로 향한다.
앞선 1국에서 신민준 9단은 돌가리기 결과 백을 잡았다. 돌가리기에서 백을 쥔 이치리키 료 9단이 백돌 한 움큼을 바둑판에 올렸고, 신민준 9단은 흑돌 1개를 올렸다. 이치리키 료 9단이 올린 백돌은 15개였고, 홀수를 맞힌 신민준 9단이 ‘흑백 선택권’을 활용해 백번을 골랐다. LG배는 돌가리기를 맞힌 쪽에게 흑백 선택권을 준다. 2국에선 서로 흑백을 바꿔 신 9단이 흑을 잡았고, 최종 3국은 15일 오전 다시 돌가리기를 진행한다.
한편 신민준 9단과 이치리키 료 9단의 상대 전적은 신 9단 기준 1승2패가 됐다. LG배 결승전 이전에는 지난 2020년 삼성화재배 본선 16강전에서 한 차례 겨뤄 이치리키 료 9단이 승리한 바 있다. 이후 신민준 9단은 2021년 LG배로 첫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을 이뤘고, 이치리키 료 9단은 2024년 ‘바둑 올림픽’ 응씨배 정상을 밟으면서 체급을 키웠다.
LG배 결승에서 한국과 일본의 맞대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대결인 1998년 2회 대회에서 유창혁 9단이 왕리청 9단과 접전 끝에 2-3으로 패하며 우승컵을 넘겨준 바 있다. 그동안 한국은 29번의 결승 중 20번 결승에 올라 14회 우승을 차지했고, 일본은 세 차례 결승에 올라 왕리청 9단(2회)과 장쉬 9단(9회)이 정상에 오른 바 있다. 두 기사 모두 일본기원에 적을 두고 있지만 대만 출신으로, 순수 일본 출신 우승자는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은 우승자의 연패(連霸)를 허용하지 않는 대회로 유명하다. 전성기 시절 최다 우승 기록(1·3·5·8회)을 보유한 이창호 9단과 현 세계 최강자 신진서 9단(24·26·28회)도 연속 우승에는 실패했다. 우승자가 차기 대회 결승에 오른 기록도 30년간 단 두 번(이세돌 12회 우승·13회 준우승, 쿵제 14회 우승·15회 준우승)밖에 없다. 지난 대회 챔피언 변상일 9단도 이번 대회 4강전에서 탈락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신민준 9단과 이치리키 료 9단이 펼치는 한·일 결승전 모든 경기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치러진다. 최종 3국 역시 15일 오전 10시에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제30회 LG배 우승 상금은 3억원, 준우승 상금은 1억원이다. 시간제는 각자 3시간, 40초 초읽기 5회로 진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