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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 이민단속국의 잠 못 드는 밤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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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 화백

김재욱 화백


1848년 혁명의 물결이 유럽을 휩쓸었을 당시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고양이 음악회’가 빈번하게 열렸다. 왕정복고를 중심에 둔 ‘빈 체제’의 상징 메테르니히가 물러난 뒤로도 개혁을 지연시키는 궁정·각료 세력은 굳건했다. 고양이 음악회는 이들의 사임을 촉구하는 학생과 노동자 군중의 저항 수단이었다. 관악기와 북, 손풍금, 양철 냄비가 동원된 왁자지껄한 소음은 물론이고 고양이와 까마귀, 수탉 등의 울음소리가 뒤섞였다. 시위대는 이를 ‘악마의 교향곡’ ‘지옥의 음악’으로 묘사했다. ‘망신주기’ 대상으로 지목된 이들의 거처가 음악회가 열리는 장소였다.(크리스토퍼 클라크, ‘혁명의 봄’)



원래 고양이 음악은 중세 이후 서유럽에서 마을 주민들이 부도덕한 자의 집 앞에 모여 조롱하던 관습에서 나왔다. 악기와 조리 도구 등을 이용해 시끄럽게 했다. 고양이 울음과 비슷한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근대 이후로는 ‘조롱과 야유로 권력을 공격하는 행위’로 그 의미가 확대됐다.



최근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벌어진 시위는 고양이 음악회를 떠올리게 했다. 지난 7일(현지시각) 미니애폴리스 주택가에서 30대 여성이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으로 숨진 사건이 벌어졌다. ‘국내 테러에 맞선 정당방위’라는 국토안보부 주장을 뒤집는 사망 직전 영상이 공개되면서 연방 요원의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틀 뒤인 9일 요원들이 머무르는 미니애폴리스 도심 호텔 등지에선 수백명이 집결한 소음 시위가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시위대는 트럼펫을 불고 북을 치는가 하면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한목소리로 “도시를 떠나라”(ICE OUT)고 외쳤다. 차량 운전자들은 길게 경적을 울렸고 일부 참가자들은 손전등을 들이대며 호텔 창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자비한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는 소음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로스앤젤레스에서 ‘단속 요원을 잠 못 들게 하라’(No Sleep For ICE)는 이름의 캠페인으로 시작된 뒤 전국 각지로 확산된 바 있다. 잠들지 못하게 해서 다음날 요원들의 업무에 차질을 빚도록 하고 숙소에서도 퇴실을 유도해 ‘이민자 배척’ 정책을 제고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평범한 시민들의 현대판 고양이 음악회는 앞으로도 이어질 조짐이다. 시민들의 외침에 아랑곳하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네소타주에 단속 인력을 추가로 파견한다고 했다.



황보연 논설위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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