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용카드 금리 연 10% 상한제’를 발표한 이후, 미국 금융시장이 거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소셜미디어에 “신용카드 회사가 연 20~30% 이상 고금리를 부과해 미국인을 착취하는 행위를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라며 금리 상한선을 연 10%로 설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서민 가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지만, 금융권은 수익성 파괴와 위기 재림을 경고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은행주를 중심으로 하락했다. 채권시장도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유사한 공포가 번지는 양상이다.
◇ 은행·카드주 ‘검은 13일’... 시가총액 수조 원 증발
13일(현지 시각) 뉴욕증시에서 주요 금융주들은 기록적인 폭락세를 보였다. 9일 트럼프 대통령 발표 이후 이어진 불확실성이 이날 매도 폭탄으로 이어졌다. 투자자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구두 개입을 넘어 실제 행정 명령이나 입법으로 이어질 경우, 금융권 수익 모델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민 가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지만, 금융권은 수익성 파괴와 위기 재림을 경고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은행주를 중심으로 하락했다. 채권시장도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유사한 공포가 번지는 양상이다.
◇ 은행·카드주 ‘검은 13일’... 시가총액 수조 원 증발
13일(현지 시각) 뉴욕증시에서 주요 금융주들은 기록적인 폭락세를 보였다. 9일 트럼프 대통령 발표 이후 이어진 불확실성이 이날 매도 폭탄으로 이어졌다. 투자자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구두 개입을 넘어 실제 행정 명령이나 입법으로 이어질 경우, 금융권 수익 모델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 타겟 매장에서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을 마친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는 전일 대비 4.23% 하락한 310.7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5일 동안 JP모건체이스 주가는 6% 넘게 내렸다. 결제망 핵심 기업 비자와 마스터카드 역시 최근 5일 동안 각각 8%, 5% 넘게 빠지며 시장 충격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신용카드 사업 비중이 높은 중소형 금융사 타격은 더 치명적이었다. 캐피털 원은 13일 하루 만에 7.6% 폭락했고, 싱크로니 파이낸셜 역시 10.1%라는 기록적인 하락률을 보였다. 이 두 금융사는 대출 포트폴리오가 신용카드에 집중돼 있다. 금리 상한이 현실로 닥치면 이자 수익 감소와 연체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아야 한다. 투자자들은 금리 규제가 시행될 경우 대형 은행보다 이런 중소형 금융사들이 먼저 신용 공급 축소와 실적 악화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해 매도에 나섰다.
◇ 700억 달러 채권 시장 ‘신경계 마비’... 2008년 악몽 재현되나
주식시장보다 더 심각한 경고음이 울리는 곳은 약 700억 달러(약 103조 원) 규모 신용카드 자산유동화증권(ABS) 채권시장이다. 신용카드 ABS는 사람들이 카드로 긁은 빚을 묶어 만든 채권이다. 투자자들은 카드 이용자들이 낼 이자를 믿고 이 채권을 산다. 이 시장을 지탱하는 핵심 안전장치는 ‘초과 스프레드’로 불리는 여유 자금이다. 이는 카드사가 이용자에게 받는 이자에서 채권 투자자에게 줄 이자와 운영비를 뺀 나머지 여유분을 뜻한다. 연체가 발생하거나 부실이 생길 때 충격을 흡수하는 일종의 에어백 역할을 한다.
현재 미국 신용카드 ABS 시장 초과 스프레드는 약 18% 수준이다. 그러나 금리 상한선이 10%로 묶이면 이 수치는 1.8%까지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은 분석 보고서에서 “신용카드 금리 인하는 곧 금융 시스템이 가진 안전장치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중간선거 최대 쟁점 부상한 '신용카드 금리 상한제' |
금융업계에서는 연체율이 급격히 오르지 않아도, 완충 지대가 사라지는 것만으로 채권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택담보대출 채권(MBS) 부실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시 기초 자산 부실을 막아줄 완충 지대가 사라지자 MBS 채권 등급은 줄줄이 강등됐고, 이는 곧 글로벌 금융 마비로 이어졌다.
대니얼 셰퍼 아카데미 증권 트레이더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금리 상한선이 도입되면 현재 10~30% 금리를 내는 수많은 대출자가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며 “채권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신용카드 ABS 거래를 중단하거나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 정치적 셈법과 현실의 괴리... “서민 위한 정책이 서민 잡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파르게 오른 생활비 압박을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져 민심을 잡겠다는 계산이다. 미국 신용카드 평균 금리는 현재 연 21~25% 수준이다. 일부 백화점이나 유통사 전용 카드는 연 31%를 넘기도 한다. 영국(약 21%)이나 캐나다(약 20%)와 비교하면 10% 포인트 이상 높은 편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조치가 역설적으로 저신용 서민층을 시장에서 내쫓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리 10% 제한이 현실화하면 가장 먼저 벌어질 현상은 ‘대출 절벽’이다. 은행은 빌려준 돈을 못 받을 위험(부도 리스크)이 커지면 그만큼 높은 이자를 받아 손실을 보전한다. 이자를 10%까지만 받으라고 강제하면 은행은 리스크가 큰 저신용자에게 카드를 발급할 이유가 사라진다.
결국 신용 등급이 낮은 서민들은 제도권 금융에서 쫓겨나 연 400%가 넘는 살인적인 고금리를 받는 불법 사금융이나 월급을 담보로 한 ‘페이데이 론(단기 고리 사채)’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일리노이주와 아칸소주 등 일부 주에서 금리 상한제를 시행했지만, 저소득층 신용 공급이 급격히 위축됐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는 동안 화면에 캐피털 원 파이낸셜 로고와 거래 정보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
웰스파고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 10% 금리로는 저신용자 부도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다”며 “은행들은 손실을 피하기 위해 서민 대상 카드 발급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를 낮춰 이자 부담을 덜어주려던 정책이 오히려 급전이 필요한 서민이 신용을 잃고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신용 실종’ 현상을 부를 것이라는 경고다.
제레미 바넘 JP모건체이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3일 4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금리 상한제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기는커녕 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신용 점수가 낮은 서민들이 신용 접근성을 광범위하게 잃게 될 것”이라며 “이는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본 원칙을 무력화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 입법 장벽과 불확실성... 시장은 ‘트럼프 리스크’ 주시
현실적으로 10% 금리 상한이 즉각 시행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많다. 미국 대통령이 행정 명령만으로 시장 금리를 강제 규제할 법적 권한은 부족하다. 연방 의회 입법이나 규제 당국 절차가 필요하지만, 집권 공화당 내에서도 회의론이 적지 않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새로운 정책들에 대해 너무 성급하게 흥분할 필요 없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금융 시장 전문가들은 실제 시행 여부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 질서를 흔드는 발언을 지속한다는 사실 자체에 더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SNS 게시물 하나로 시장을 좌지우지하려는 행위는 미국 자본주의가 가진 예측 가능성을 해친다”라고 전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