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에선 연말연시 기업간 교류 모임이 활발하다. 하지만 매년 행사에서 업체 대표들끼리 나누는 얘기 중에 '인력 유출'은 빠지지 않는 단골 주제다.
복지나 연봉이 더 나은 대기업으로 옮겨가겠다는 것을 막을 장치는 사실상 없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이제 갓 학교를 졸업한 신입을 새롭게 키우고 양성할 수밖에 없다.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속도감 있는기술 성장이 필요한 중소기업으로선 난처한 상황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IT 우수 인력이 자신의 능력과 포부에 따라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행위가 헌법이 보장하는 신성한 권리임을 의미한다. 누구도 개인의 성장을 향한 행보를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 역시 다른 기본권과의 조화 속에서 실현돼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 중소기업 경영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산업기술인력 부족률은 3.0%로 대기업(0.4%)보다 7배가 높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10곳 중 3곳은 핵심 인력의 이직으로 평균 6억6000만원의 매출 손실을 경험한다. 기술력이 특정 개인에게 집중된 중소기업 구조상, 한 명의 이탈은 기업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타가 된다. 직업선택의 자유는 존중하되, 무질서한 인력 탈취로 인한 중소기업의 붕괴를 막는 것은 이제 국가적 과제가 됐다.
통계청 자료에선 중소기업 이직자의 82%가 다른 중소기업으로 이동한다. 인공지능(AI)이나 신기술 제조 엔지니어링 등 핵심 IT 분야의 양상은 다르다. AI 개발자의 76%가 3년 내 자리를 옮기고 있으며, 이들의 종착지는 대부분 압도적인 연봉과 복지를 앞세운 대기업이다.
안정적인 환경을 찾아 떠나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이나,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은 인적 자산과 기술 노하우를 한순간에 잃는 구조적 모순에 직면한다. 중소기업이 피땀 흘려 키워낸 인재를 대기업이 '체리 피킹(Cherry Picking)' 하듯 데려가는 현실은 공정 경쟁의 원리에 어긋난다. 개인의 이직 자유는 보장하되, 중소기업에 발생하는 기술적·경제적 불이익을 보전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절실한 이유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할 모델로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의 '자유계약(FA) 제도'는 검토해 볼 만하다. 프로 스포츠는 선수의 이동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원 소속 구단으로 이적료를 지급하거나, 연대기여금(Solidarity Contribution) 등의 보상금을 제공함으로써 리그 전체의 균형과 발전을 도모한다.
이 메커니즘을 IT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소기업은 기술 유출의 불법적인 방법이 아닌 정상적인 방법으로의 대기업 이직은 인재 약탈이나 탈취가 아니라 '인재 양성 선순환'이라는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인재투자 비용의 회수와 재투자 개념이라는 발상으로 중소기업의 인력 투자 가치를 경제적으로 인정하는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이직자는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할 수 있고, 중소기업은 인재 육성에 투입한 비용을 대기업으로부터 정당하게 보상받게 됨으로서 직업선택의 자유와 기업의 자산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형 생태계를 향한 노동법 등 법적 정비 물론 핵심 인력의 분류 기준과 보상금 산정 방식 등 세부적인 제도 설계는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러나 기술 변화가 급격한 AI 시대에 '이적료 프로세스'는 중소기업에 인재 육성이 더 이상 손실이 아닌 '투자 회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대기업 또한 단순히 인력을 빼오는 방식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의 기술 제휴나 합작회사 설립 등 더 건강한 상생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산업기술보호법'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 '노동법' '고용보험법' 등 관련 법률을 면밀히 검토해 인력 이동에 따른 법적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면서도 시장의 자율적인 이적 절차를 정착시킬 때, 비로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프로다운' 산업 생태계가 열릴 것이다.
박상길 웨어비즈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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