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 로앤굿 대표 |
즉 AI는 집단소송의 발견부터 진행, 나아가 소송비용 지원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개입하며 개인의 권리 구제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편리함을 넘어, 기업에 대한 사회의 준법 통제 기능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집단소송을 발굴하는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다로우(Darrow)'가 있다. 다로우의 AI는 뉴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공 데이터 등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기업의 위법 행위와 집단소송의 징후를 먼저 포착한다. 이들은 변호사에게는 유망한 사건 리포트를 제공하고, 피해자들에게는 플랫폼을 통해 소송 참여 기회를 연결한다. 실제로 다로우 AI가 발굴해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의 총 손해배상 규모는 100억달러(약 13조7000억원)를 상회하며, 특히 퇴직연금법(ERISA) 관련 소송에서만 75억달러 규모의 잠재적 피해를 찾아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소송의 발견뿐 아니라 비용 장벽까지 허무는 서비스도 존재한다. '레드포인트(Red Points)'는 온라인상 저작권 침해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뿐만 아니라, 집단소송 시 회사가 비용을 전액 선부담하고 승소 시에만 약정금을 받는 '소송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 2000만달러 이상의 자금을 동결하는 성과를 거두었는데, 이는 당사가 작년 티메프 사태 등 여러 집단소송 사건에서 피해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변호사 비용 등을 직접 지원했던 사례와 그 궤를 같이한다.
또, 수많은 원고가 참여하는 집단소송은 데이터 처리가 관건이다. '렐러티비티(Relativity)'는 수백만 개의 문서를 분석해 핵심 증거를 추출함으로써, 과거에는 비용 문제로 포기해야 했던 대규모 소송을 용이하게 만들고 있다. 'TOS;DR(Terms of Service;Didn't Read)'은 시민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복잡한 약관 중 독소 조항의 위험성을 알려준다. 나아가 개인 상해 및 집단 피해 입증에 특화된 '수피오(Supio)'는 수만건의 의료·법률 데이터를 분석해 피해액을 정밀하게 산출한다. 수피오는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합의금 도출에 기여하고 있는데, 이는 개인이 증명하기 힘든 피해를 데이터로 가시화해 권리를 회복시킨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해외에서 집단소송 AI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본질적 기반은 바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다. 막대한 배상액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기에, 기업들이 집단소송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할 강력한 유인이 생기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쿠팡 사태 등을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전면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은 정부가 부과하는 과징금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과징금이 국가에 귀속되는 제재라면, 징벌적 손해배상은 피해자의 권리 구제 관점에서 기업에 치명적인 페널티를 물리는 것이다.
AI가 집단소송을 활성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이 이를 뒷받침할 때, 비로소 기업들은 위법 행위가 '비용 대비 이익'이라는 오판을 멈추게 될 것이다. 기술(AI)과 제도(징벌적 손해배상)의 힘으로 개인의 권리 구제가 확대되고 우리 사회의 준법 통제 기능이 획기적으로 강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민명기 로앤굿 대표 mgmin@lawandgoo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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