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무너진 소아의료 '허리'부터 살려야"…소아과 리더의 일침, 왜

머니투데이 정심교기자
원문보기
[신년 인터뷰]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

어린이의 생명을 다루는 필수과이지만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대표적인 과가 '소아청소년과'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씨'가 말라가면서 소아의료 공백이 지금보다 더 커지고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서도 동네 소아과(의원)와 대학병원(상급종합병원)의 중간지대에서 전체 소아의료의 약 80%를 책임져온 소아청소년병원 120여곳은 소아의료의 '허리'로 비유된다. 이들 병원은 소아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허리'를 강화하는 제도부터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3일 서울 중구에서 만난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62·튼튼어린이병원장)에게서 소아의료체계의 현주소와 개선할 점을 들었다.

13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만난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은 소아의료를 회복하려면 동네 소아과와 대학병원 사이에서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전국 소아청소년병원 120여곳에 대한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13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만난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은 소아의료를 회복하려면 동네 소아과와 대학병원 사이에서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전국 소아청소년병원 120여곳에 대한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Q. 소아의료체계, 가장 큰 문제는 뭘까.

"우리나라 소아의료는 구조적 문제가 고쳐지지 않은 채 몇 년째 암울한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소아 난민 시대'라는 표현이 들어맞을 듯하다.

최근 수년간 전국 다수의 수련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가 '0명'인 상태가 이어졌다. 이는 단순히 의대 졸업자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소아의료 구조가 전반적으로 매력을 잃고 있다는 신호다. 턱없이 낮은 수가, 과중한 당직과 응급진료에 대한 시간적·체력적·법적 부담, 의료분쟁에 휘말릴 위험성에 비해 보상이 턱없이 부족한 구조로 많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소아 진료를 포기하고 있다.

결국 의료현장에서 아이들을 진료할 전문의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전공의 수당, 근무환경 개선, 수련병원 재정 지원, 수련 후 지역 소아의료기관 연계 등 장기적 인력 유입 구조가 마련되지 않으면 전공의 지원율은 회복할 수 없다."



Q. 특히 해결이 시급한 소아의료체계 문제점은.

"현 정부의 소아의료 대책과 재정 지원은 대부분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소아환자 대부분은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지역 1·2차 의료기관과 소아청소년병원에서 진료받는다. 특히 야간·주말·응급·입원 진료까지 담당하는 핵심 인프라는 소아청소년병원에서 담당한다. 그런데도 인력·재정·제도적 지원은 상급병원에 집중돼있어, 지역 소아의료 현장은 인력 이탈과 재정 악화로 당장 무너질 위기다.


소아의료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소아청소년병원은 그 지역 의료전달체계의 '허리'다. 허리가 무너지면 상급종합병원으로 소아 환자가 몰릴 것이고, 상급종합병원에선 소아과 의사(교수·전공의)가 부족해 소아청소년병원으로 되돌려보낼 것이다. 이미 이런 상황이 일상이다. 상급종합병원-2차 병원-1차 의원이 각자의 기능에 맞게 역할·보상이 설계되는 '분수 효과형 정책'이 필요하다. 기존의 대학병원 중심 대책에서 탈피해 '허리'(소아청소년병원)가 튼튼한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

최용재 회장은 이날 기자에게 경기 북부지역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 네트워크 단체대화방을 보여줬다. 해당 화면은 모세기관지염으로 호흡이 곤란한 만 2세 여아의 입원치료를 받아줄 곳을 수소문해 이송하기로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실제 대화 내용이다. /사진=정심교 기자

최용재 회장은 이날 기자에게 경기 북부지역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 네트워크 단체대화방을 보여줬다. 해당 화면은 모세기관지염으로 호흡이 곤란한 만 2세 여아의 입원치료를 받아줄 곳을 수소문해 이송하기로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실제 대화 내용이다. /사진=정심교 기자




Q. 소아 응급실 뺑뺑이, 올해는 좀 나아질까.

"지금보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보건복지부가 2024년 8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진행하는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서다. 우리 병원(튼튼어린이병원)이 속한 경기 북부지역도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소아 중증·응급 환자가 발생할 때 병원 간 의뢰·회송 체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경기 북부지역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5곳이 이번 시범사업 네트워크에 들어와있는데, 각각의 원장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해 응급·중증의 소아환자 상태를 공유하며 환자를 당장 받을 수 있는 곳을 수소문해 이송까지 이어지고 있다. 길에서 소아환자가 '응급실 뺑뺑이'를 겪어야 할 시간을 크게 줄인 것이다.

이번 시범사업에서 겪은 행정 부담 등 단점을 보완해 본사업으로 정착한다면 119를 포함한 지역 보건 의료기관과 소아청소년병원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국가 안전망이 구축되고 소아 응급실 뺑뺑이도 크게 해소될 것이다."


Q. 동네 소아과가 문 닫아도 소아의료 공백 해소될까.

"야간·주말·응급·입원 진료가 가능한 소아의료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의료비 지출의 문제가 아니라, 저출생을 막기 위한 국가 인프라 투자다. 그 대표적인 예가 '달빛어린이병원' 제도다. 동네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이 문을 닫는 늦은 밤(오후 11시까지), 휴일(오후 6시까지)에 아픈 아이가 진료받을 수 있게 정부가 운영하는 제도가 '달빛어린이병원' 제도로 소아청소년병원이 주축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 협회는 △달빛어린이병원 1형·2형 기능 구분 △실제 야간·응급 역할 수행 병원도 지원 대상에 포함할 것 △대기 비용·전문의 가산 등 현실적 보상체계를 도입할 것 등을 정부에 제언해왔다. 보건복지부는 달빛어린이병원 지정 기준과 운영 방식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며 올해 안에 새로운 기준 마련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의 제언이 반영돼 소아의료가 조금이라도 정상화한다면 국민이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서울 시내버스 노선
    서울 시내버스 노선
  2. 2하나은행 박소희 5연승
    하나은행 박소희 5연승
  3. 3대통령 귀국
    대통령 귀국
  4. 4맨유 임시 감독
    맨유 임시 감독
  5. 5정관장 단독 2위
    정관장 단독 2위

머니투데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