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쇼박스 제공]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이 영화를 통해서 극장이라는 곳을 다시 관객분들의 놀이터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류승완 감독)
한국 영화의 ‘2026년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보다도 더 안 좋을 것’이라는 모두의 우려 속에 문을 연 새해지만, 다행히 시작이 좋다. ‘만약의 우리’와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등 로맨스 영화들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여주면서다.
특히 지난해 31일 개봉한 ‘만약의 우리’는 박스오피스에서 ‘아바타: 불과 재’까지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며 올겨울 최고의 화제작으로 부상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만약에 우리’의 누적 관객 수는 지난 13일 기준 115만4320명. 100만~110만 수준으로 알려진 손익분기점도 순조롭게 넘었다.
영화 ‘만약에 우리’ 스틸 컷 [쇼박스 제공] |
연초 ‘만약의 우리’의 깜짝 흥행은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매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 ‘관객이 찾는 영화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좋은 영화는 결국 관객들이 알아주고 보러와 준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라며 “입소문의 힘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극장가는 설 연휴 개봉 예정인 흥행 감독들의 차기작들을 시작으로 어렵게 피운 ‘소중한 온기’를 이어나간다.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그리고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다.
내달 11일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첩보물이다. ‘베를린’(2013), ‘모가디슈’(2021)를 잇는 류 감독의 해외 로케이션 3부작 중 마지막 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화려한 캐스팅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돋운다. 국정원 요원 조 과장 역의 조인성을 비롯해,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 역의 박정민,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총영사 황치성 역에 박해준 등이 출연한다. 신세경은 북한 식당 종업원 채선화 역으로 ‘타짜: 신의 손’(2014) 이후 1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영화 ‘휴민트’는 라트비아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블라디보스토크의 차가운 풍광을 담아냈다. ‘모가디슈’에 이어 류 감독과 또 한 번 호흡을 맞춘 조인성은 최근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지난해 이맘때쯤 열심히 작업하고, 1년이 지나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돼 반갑다”면서 “이국적인 그림의 미장센과 뜨거운 배우들의 연기를 보실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영화 ‘휴민트’ 스틸 컷 [NEW 제공] |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컷 [쇼박스 제공] |
사실상 2026년의 포문을 여는 기대작이라는 점에서 영화 ‘휴민트’에게 지워진 책임감도 남다르다. 제작사를 이끌고 있기도 한 류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찾는 공간으로서 ‘극장’의 역할이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을 끝인사에 담았다. 그는 “지금 (영화 제작) 막바지 작업 중이다. 다시 극장이 관객들의 것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겠다”며 “곧 열릴 시사회를 통해 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지 알려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휴민트’ 개봉에 앞서 ‘흥행 보증수표’ 유해진이 주연한 ‘왕과 사는 남자’가 일주일 먼저 관객들을 찾는다. ‘라이터를 켜라’(2002), ‘기억의 밤’(2017), ‘리바운드’(2023) 등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의 첫 사극이다.
‘단종’이란 역사 속 인물을 깊게 조명한 첫 영화로, 조선 초기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광천골 촌장 엄흥도와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선왕 이홍위의 우정을 다뤘다. 캐스팅은 내공 있는 배우들로 탄탄하게 꾸려졌다. 엄흥도 역에는 유해진이, 이홍위는 시리즈 ‘약한 영웅’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박지훈이 연기했다. 악역 ‘한명회’는 유지태가, 궁녀 ‘매화’는 전미도가 분했다.
기대와 우려 속에서 역시나 감독과 제작진, 배우들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그만큼 각오도 남다르다. 장항준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한국 영화계가 좋지 못하니, 우리가 책임감을 갖고 다시 한번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영화를 해보자는 각오로 시작했다”면서 “영화가 좋은 성적을 내서, 함께한 좋은 시절을 아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 밖에도 흥행 감독·톱 배우들이 준비한 다양한 기대작들이 ‘한국 영화 부활’에 힘을 보탠다. 30편이 채 안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개봉작 기근 속에서도, 출격을 앞둔 개봉 예정작들의 면면이 ‘천만 영화’ 부활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단연 최대 기대작은 올여름 개봉 예정인 ‘호프’다. ‘추격자’(2008), ‘곡성’(2016)의 나홍진 감독이 ‘랑종’(2021)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국내 단일 프로젝트 기준 최대 예산이 투입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계 일각에서 “‘호프’만큼은 잘 돼야 한다. 그마저 실패하면 큰일”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 ‘호프’ 티저 포스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있는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황정민이 주인공 ‘범석’을 연기했고, 조인성과 정호연이 마을 청년 ‘성기’와 순경 ‘선애’를 분했다.
여기에 ‘엑스맨’ 시리즈, ‘노예 12년’의 마이클 패스벤더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의 알리시아 비칸데르, 베니스영화제 신인상의 테일러 러셀, ‘마인드헌터’의 카메론 브리튼 등 할리우드 배우들도 가세했다. 나 감독은 캐스팅과 관련해 “본 작품이 지향하고 담아내고자 하는 모든 요소를 (배우들이) 최고의 재능과 집중으로 표현했다. 매번 느끼지만, 그들의 조합은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의 ‘군체’도 상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부산행’(2016)에 이어 연 감독이 준비한 또 하나의 좀비물이다.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전지현과 구교환이 연기했다.
영화 ‘슬픈 열대’ 포스터 [마인드 마크 제공] |
‘신세계’(2013)와 ‘마녀’ 시리즈의 박훈정 감독은 복수극 ‘슬픈 열대’로 관객을 찾는다. 열대우림의 절대자로 군림하는 사부가 키워낸 킬러 조직 ‘슬픈 열대’ 소속 아이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뒤흔들 사건을 계기로 서로를 의심하며 피의 복수를 다짐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10월 제58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다.
지난 2014년 천만 관객을 동원한 ‘국제시장’의 속편인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 2’도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가족을 위해 살아온 아버지 성민(이성민 분)과 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아들 세주(강하늘 분)를 통해 급변하는 한국 사회와 세대 간 갈등, 소통 등을 그린다.
원작 만화 ‘타짜’의 4부를 다룬 ‘타짜: 벨제붑의 노래’의 개봉도 예정돼 있다. ‘국가부도의 날’(2018)의 최국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변요한과 노재원, 일본 배우 미요시 아야카가 주연을 맡아 지난해 9월 촬영을 시작했다. 정확한 개봉 시기는 미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