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웅 기자 |
여론조사는 민심을 비추는 거울이지, 후보의 욕망을 투사하는 캔버스가 아니다. 그러나 목포시장 선거판에서는 그 최소한의 상식마저 무너졌다. 실제 조사 문항에도 없는 '국민경선 기준'을 만들어내 선두로 포장한 행태는 단순한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공식 여론조사 결과는 분명했다. 오차범위 내 접전, 그리고 적지 않은 부동층. 그 자체로 유권자에게 중요한 판단 자료였다. 하지만 한 후보는 이 불편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조사에 존재하지 않는 기준으로 '37.5% 선두'를 만들어냈다. 여론조사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 여론조사를 이용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후의 태도다. 논란이 커지자 보도자료를 철회했다. 그러나 이미 언론과 SNS를 통해 퍼질 만큼 퍼진 뒤였다. 이는 실수가 아니라 계산에 가까워 보인다. 한 번 뿌려진 '선두 프레임'은 철회 공지로 회수되지 않는다. 정치에서 이미지는 남고, 해명은 사라진다.
여론조사 왜곡은 단순한 홍보 기술이 아니다.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고, 경쟁의 출발선을 비틀며,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한다. 그래서 공직선거법은 여론조사 공표와 인용에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다. 그 기준을 비켜간 행위에 대해 "과했다"거나 "오해였다"는 말로 넘어갈 수 없는 이유다.
정치가 스스로 신뢰를 허무는 순간, 민주주의는 비용을 치른다. 유권자는 냉소로 돌아서고, 여론조사는 불신의 대상이 되며, 결국 진짜 민심은 더 깊은 침묵 속으로 숨어든다. 이번 사안이 개인 후보의 일탈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선관위의 역할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경고성 유감 표명으로 끝낼 사안인가, 아니면 명확한 기준을 세워 재발을 막아야 할 문제인가.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 침묵할수록, 왜곡은 관행이 된다.
존재하지 않는 수치로 만든 '선두'는 결국 사라진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훼손된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선거는 기술이 아니라 책임이다. 여론조사를 왜곡해 얻은 한순간의 이익은, 민주주의 전체에 장기적인 손실로 돌아온다.
이번 논란을 개인의 과욕으로 치부할 것인가, 아니면 선거판의 고질적 병폐로 직시할 것인가. 답은 분명하다. 지금 바로 선을 긋지 않으면, 다음 왜곡은 더 대담해질 것이다.
정채웅 기자 woong124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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