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장 인터뷰
[파이낸셜뉴스] "사고가 난 뒤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시민이 집을 나서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겁니다."
14일 이상범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장은 "교통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사고를 막는 예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계장의 하루는 오전 6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출근길 교통관리로 현장을 점검한 뒤 전날 발생한 사고와 민원 현황을 살핀다. 이후 주요 교차로와 상습 정체 구간을 중심으로 단속·관리 계획을 수립해 현장 직원들과 공유한다. 직접 단속 현장을 찾아 교통 흐름을 확인하는 날도 적지 않다.
14일 이상범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장이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예지 기자 |
[파이낸셜뉴스] "사고가 난 뒤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시민이 집을 나서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겁니다."
14일 이상범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장은 "교통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사고를 막는 예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 인생 8할, 교통 현장에서
36년 경찰 경력 중 28년을 교통 분야에서 보낸 이 계장은 서울경찰청 교통순찰대와 분당경찰서, 수서경찰서 등 일선 경찰서 교통조사계·교통관리계 등을 두루 거쳤다. 대통령 취임·퇴임식과 교황 방문, G20 정상회의 등 국가 주요 행사 경호 역시 그의 이력에 포함돼 있다. 이 계장의 하루는 오전 6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출근길 교통관리로 현장을 점검한 뒤 전날 발생한 사고와 민원 현황을 살핀다. 이후 주요 교차로와 상습 정체 구간을 중심으로 단속·관리 계획을 수립해 현장 직원들과 공유한다. 직접 단속 현장을 찾아 교통 흐름을 확인하는 날도 적지 않다.
이 계장은 "처음 교통 업무를 맡았던 시절 단속이 법 위반을 적발하고 처벌하는 '규제 중심'이었다면 지금의 좋은 단속은 교통 흐름을 개선하고 사고 위험을 낮추는 것"이라며 "단속 이후 해당 구간의 정체가 줄어들거나 사고가 감소한다면 그게 바로 성과"라고 강조했다.
■단속 넘어 구조 바꾸는 '리디자인'
강남은 유동 인구와 통행 차량이 많아 서울에서도 교통 위반과 음주운전 적발이 많은 지역이다. 이로 인해 끼어들기나 불법 유턴 같은 위반이 잦고 밤낮을 가리지 않는 상습 정체가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강남서는 서울청의 역점사업인 '서울교통 Re디자인(리디자인)'을 적극 실시하고 있다. 이 계장은 리디자인을 "단순한 단속을 넘어 교통 환경 자체를 시민 친화적으로 설계하고 개선하는 종합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말까지 리디자인과 관련해 접수된 시민 제안은 2315건에 달했으며 이 중 76%가 신호·보행·시설 등 교통환경 개선에 집중됐다. 전체 접수 건의 66%인 1198건이 개선됐으며 강남서 역시 접수된 47건 중 33건을 처리 완료했다.
리디자인은 크게 '교통환경(시설)'과 '교통문화(단속)' 두 축으로 나뉜다. 교통환경 분야에서는 시민 의견을 반영해 정체 구간의 신호 체계를 조정하고, 보행자 안전이 취약한 횡단보도와 통학로를 개선한다. 실제로 강남서 관내에서는 △청담초 통학로 일방통행 전환과 보도 신설 △논현초 인근 안심 승하차존 설치 △강남대로 CGV 앞 연속 횡단보도 4개 신호체계 개선 등 물리적 환경 개선이 이뤄졌다.
교통문화 분야에서는 시민 체감도가 높은 위반을 중심으로 단속을 이어간다. '속시원한 단속'이 교통문화 축을 실행하는 대표적인 정책으로 음주운전·중앙선 침범 등 사고 위험이 높은 행위와 꼬리물기·불법 주정차·이륜차 난폭운전처럼 일상 속 불편을 키우는 행위가 우선 단속 대상이다. 단속과 함께 홍보·교육도 병행하며 시민 제보로 접수된 개선 요청을 실제 정책과 현장에 반영하고,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공유한다. 이 계장은 "교통 문제를 단지 경찰만의 과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시민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 리디자인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단속은 처벌 아닌 약속"
이 계장이 가장 우려하는 분야는 이륜차와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관련 사고다. 보호장비 미착용과 신호 위반, 인도 주행이 겹치면 사고는 곧 중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진다. 그는 2022년 새벽 강남 포스코사거리 인근에서 헬멧 없이 킥보드 1대를 함께 타다 숨진 20대 청년 2명의 사고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이 계장은 "단순히 킥보드를 타지 못하게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PM 면허 의무화 및 교육 관련 법안 도입 등 제도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현재 강남서는 PM 주차구역을 약 300곳 조성했으며 강남역 먹자골목과 신사 가로수길 등 보행 밀집 지역에는 PM 통행금지구역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사고 다발 지역을 중심으로 스마트 횡단보도도 순차 도입한다. 보행자가 건너고 있을 경우 자동으로 신호가 연장되고 잔여 시간이 표시되는 시스템이다.
이 계장이 은퇴 전 이루고 싶은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시민들이 "무단횡단은 하지 말아야겠다" "오늘도 무사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더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는 "향후 교통 단속은 사고 예방과 시민 체감 중심으로 더 정교해져야 하고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며 "시민들께는 '단속은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약속'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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