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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회사 오래 다닐수록 더 무능해질까, 한국 근로자의 역설

파이낸셜뉴스 김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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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부터 인지역량 하락
연령 높아질수록 감소폭 가팔라
성과보다 근속이 보상받는 임금 구조
노동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우려


연합뉴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 근로자의 인지역량이 연령이 높아질수록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청년기부터 하락이 시작되지만, 성과에 대한 보상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며 하락 흐름을 고착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일 발간한 KDI 포커스 '근로자 인지역량의 감소 요인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한국 근로자의 인지역량 감소가 청년기라는 이른 시점부터 시작해 주요 선진국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약 10년 주기로 실시하는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 따르면 1주기 조사(2011~2012년) 당시 우리나라 25~29세 근로자는 수리력 6위, 언어능력 4위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상위권을 기록했다. 그러나 10년 뒤 실시된 2주기 조사(2022~2023년)에서는 수리력과 언어능력 모두 8위로 내려앉으며 OECD 17개국 평균 수준에 머물렀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격차는 더욱 뚜렷해졌다. 1주기 조사에서 40대부터 OECD 평균을 하회했고, 50~60대에는 평균과의 격차가 확대됐다. 2주기 조사에서도 30~40대는 OECD 평균과 유사했지만, 50대 중반 이후 인지역량 하락 폭이 크게 확대돼 60~65세 구간에서는 급격한 감소세가 나타났다.

김민섭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연령 증가에 따라 인지역량이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의 감소 속도는 다른 국가에 비해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KDI는 인지역량 감소의 배경으로 학습 시간과 역량 개발 기회의 부족, 경직적인 조직문화, 미흡한 인적자원 관리 체계 등을 들었다. 다만 근본적으로는 역량 향상이 임금과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문제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기준 사업체 노동력 조사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임금체계가 없거나 명확한 임금 결정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사업체 비중은 63%에 달했다. 또 1주기 조사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임금은 근속연수가 1년 증가할 때마다 2.0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프랑스(0.41%), 미국(0.89%), 일본(1.03%) 등 주요 OECD 국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근로자의 역량이나 성과보다 근속연수가 임금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KDI는 이러한 구조가 취업 이후의 역량 축적보다는 경력 초기 대기업·정규직 진입을 위한 과도한 학력·스펙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개인 차원의 비효율을 넘어 국가 차원의 노동생산성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해결책으로 직무를 명확히 정의하고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인사·보상 체계 구축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근로자가 재직 중에도 역량 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직무·성과와 연계된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일본도 과거에는 연공성이 강한 임금체계를 유지했지만, 2000년대 이후 직무와 책임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며 역량 중심 구조로 전환했다”며 “한국 역시 직무와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를 분명히 해야 근로자의 동기부여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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