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여전히 정부 지원금, 주식·채권 발행보다 은행 대출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기업대출 창구. [뉴시스] |
국내 매출 상위 1000대 기업 10곳 중 6곳은 자금 조달의 최대 걸림돌로 ‘고금리’를 꼽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산적 금융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지원책에 대해서도 ‘금리 지원’이라고 응답한 기업 비중이 가장 컸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생산적 금융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금융 부담 경감 지원이 필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헤럴드경제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매출 상위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이 바라는 생산적 금융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자금 조달 과정에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한 응답 중 ‘금리 수준 높음’이 61.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금리 수준 외에 ▷복잡한 대출 심사 절차(13.6%) ▷정책·규제 불확실성(5.7%) ▷조달 가능 자금 부족(4.6%) ▷담보·보증 부족(3.4%) 등이 많이 꼽혔다. 상환 조건과 신용평가가 불리하다는 응답도 각각 1.1%씩 차지했다.
높은 금리 수준은 업종이나 매출액, 직원 수 등 모든 특성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규모가 작을수록 상대적으로 금리 부담을 많이 느끼는 상황이다.
매출액 1000억원 미만 기업 중 ‘금리 수준 높음’을 고른 비중은 85.7%로 전체 평균보다 24.3%포인트가량 높았다. 이에 비해 매출액 1조원 이상 기업은 58.5%, 1000억~5000억원 기업은 69.2%였다. 매출액 5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기업은 가장 낮은 55.6%에 그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4.1%였다. 이 금리는 2022년(4.22%) 이후 2023년 5.28%, 2024년 4.85% 등 계속해서 4%를 웃돌고 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는 2~3%대에서 움직였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중소기업 대출 평균 금리는 4.14%로 대기업(4.06%)보다 0.08%포인트 높았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이자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전체 외부감사 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을 밑돈 한계기업 비중은 17.1%에 달했다. 1년 전보다 0.7%포인트 오르며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것은 1년간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 이자도 갚지 못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2023년 17.4%에서 지난해 18.0%로 0.6%포인트, 대기업은 12.5%에서 13.7%로 1.2%포인트 상승했다. 3년 이상 한계 상태에 빠진 기업 비중도 2023년 36.5%에서 44.8%로 1년 새 8.3%포인트 확대됐다. 더 나아가 한계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속제품, 기계장비 등 주요 수출업종도 미국 관세정책 등 여파로 향후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한은은 전망했다.
현재 직면한 가장 큰 금융 현안에 대한 질문에서도 ‘높은 금융비용’을 꼽은 기업 비중이 45%로 가장 컸다.
이어 ▷운영 자금 부족(22%) ▷자산 건전성 관리(9%) ▷자본 접근성 제한(3%) ▷초기 자금 조달의 어려움(2%) 등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업종별로 보면 에너지·자원·광물 업종 기업 중 금융비용을 꼽은 비중이 77.8%로 가장 높았다. 이는 전체 평균보다 32.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응답 기업들은 생산적 금융에서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도 ‘저금리를 통한 자금 공급’을 꼽았다. 우선 ‘금융 강화를 위한 상품·정책’을 조사한 결과, ‘신·기보 협약 보증을 통한 저금리 대출’을 고른 응답 비중이 57.0%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규제 완화(12%) ▷첨단·벤처기업 투자 펀드(10%) ▷소상공인·중소기업 맞춤형 우대 프로그램(8%) ▷모험자본 공급(6%) ▷컨설팅 동반 금융(5%) 등 순이었다. 응답자 특성별로 봐도 건축·건설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신·기보 협약 보증을 통한 저금리 대출’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국민성장펀드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서도 ‘장기 저리 자금 공급’을 선택한 기업 비중이 60%로 과반이었다. 그다음으로 ▷대규모 프로젝트의 초기 자금 공급(14%) ▷지방 전략산업 육성(12%) ▷고위험·신산업 모험자본 등(8%) ▷민간 금융과의 매칭(5%) 등의 순이었다.
생산적 금융의 상당 부분이 대출(융자) 형태로 공급될 예정인 가운데 ‘우선적으로 희망하는 대출 조건’에 대해서도 ‘금리 인하’ 응답 비중이 62%로 가장 높았다.
‘심사 속도 및 절차 간소화’와 ‘한도 확대’는 각각 12%, 10%에 그쳤다.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와 ‘신용평가 기준 개선’도 7%씩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물류해운·조선업’ 기업들의 80%가 ‘금리 인하’를 최우선 대출 조건으로 꼽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금융 비용 부담 때문에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포기하지 않도록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 금융이 마중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벼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