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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진호의 AI, 사람을 향하다] 정치인 재판, AI가 판결한다면 달라질까?

쿠키뉴스 홍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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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뉴스를 보다 보면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기자회견이 열리고, 고개 숙인 정치인의 얼굴이 화면을 채운다. “법의 판단을 기다린다”는 말만 남고 시간은 흘러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그 사건을 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치게 된다. 요즘 뉴스나 언론지상을 장식하는 공통된 이름이 있다. ‘김병기’, ‘강선우’, ‘김경’, ‘이혜훈’이 그들이다. 이들에 대한 조사는 시작되었고, 재판은 열리겠지만, 여전히 늦어지겠고, 결론은 늘 다음으로 미뤄진다. 1심, 2심, 대법원. 그 사이 계절이 바뀌고, 선거가 다시 시작된다. 정치는 움직이지만, 판결은 지지부진하다. 그 사이 국민의 마음에는 작은 질문 하나가 남는다. “이 재판은 정말 끝나긴 하는걸까?”

정의 사법 절차는 원래 느리다. 신중해야 하고, 공정해야 하며, 누군가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원칙 자체는 옳다. 하지만 정치인 재판 앞에서 그 느림은 종종 다른 의미로 읽힌다. “시간을 끄는 것 아닐까.” “판결 전에 임기가 끝나면 어쩌지.” “법은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움직일까.” 정의가 늦어질수록 의심은 커진다. 그리고 신뢰는 조금씩 마모된다. 여기서 떠오르는 질문 하나 만약, 정치인 재판을 AI가 판결한다면 무언가 달라질까?

이 질문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답답함의 정체를 보듬는 질문이다. 사람들은 AI가 완벽하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적어도 덜 흔들릴 것 같아서 이 상상을 꺼낸다. AI는 눈치를 보지 않는다. 정당도, 지지율도, 여론의 방향도 계산하지 않는다. 오직 입력된 자료와 법 조항, 판례만을 본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차라리 AI가 판결하면 더 공정하지 않을까? AI는 방대한 판례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다. 유사 사건을 비교하고, 법리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강점이 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자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정치인의 이름 앞에서 손이 무거워지지 않을 판사. 언론에 흔들리지 않는 판단. 국민이 바라는 것은 어쩌면 ‘완벽한 정의’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정의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판결은 계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법은 문장으로 쓰여 있지만, 그 문장을 현실에 적용하는 순간 해석이 필요해진다.

정치인의 행위가 법적으로 위법한지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남겼는지. 권한과 책임의 무게가 어디까지였는지. 이 질문들은 단순한 데이터로 환원되지 않는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AI는 규칙을 적용할 수는 있어도, 그 판단의 사회적 의미까지 책임지지는 못한다. 판결문 한 줄이 시민의 분노를 잠재우기도 하고, 다시 불신을 키우기도 한다는 사실을 AI는 경험하지 않는다.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어쩌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AI가 판결하면 더 빠를까”가 아니라 “왜 지금의 판결은 이렇게 오래 걸릴까”이다.

AI 판결에 대한 상상은 기술에 대한 기대라기보다, 현실에 대한 실망에서 나온다. 재판이 늦어지는 동안 정치인은 여전히 정치한다. 책임은 유보되고, 판결은 미뤄진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AI의 냉정함이 아니라, 인간의 책임감일지도 모른다. 판결이 늦어질 때, 상처받는 것은 정치인도, 법조인도 아니다. 그 사이에서 신뢰를 잃는 것은 제도이고, 냉소를 배우는 것은 시민이다. “어차피 다 그렇게 끝나겠지.” 이 말이 익숙해질수록 민주주의는 조금씩 닳아간다. AI 판결을 상상하는 이유는 정의를 기계에 맡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정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AI는 판결할 수 있을까? 그러나 판결이란 법 조항을 넘어서는 행위다. 그 사회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디까지 용인하고 어디서 멈출 것인지를 선언하는 일이다. 그 선언은 아직 인간의 몫이다. 다만 AI는 판결을 돕는 도구가 될 수는 있다. 속도를 높이고, 일관성을 점검하고, 불필요한 지연을 줄이는 역할.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할 의지다. 정치인 재판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가혹함도, 관용도 아니다. 그저 늦지 않은 판단, 설명 가능한 결론, 그리고 책임이 실종되지 않는 과정이다.

AI 판결을 꿈꾸는 사회는 사실 인간 판결을 다시 믿고 싶은 사회다. 판결은 언젠가 내려진다. 문제는 그 판결이 너무 늦게 도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AI가 하든, 사람이 하든, 정의는 타이밍을 잃는 순간 의미를 잃는다. 정치인 재판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단순하다.

“이 사건은 정말로 끝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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