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 레자 팔레비가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당시 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간 무력 충돌 국면에서, 팔레비는 이란 정권 붕괴시 자신이 과도기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이란의 유혈사태가 격화되는 국면에서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인 레자 팔레비(65)가 ‘과도기 리더’를 자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팔레비 왕세자를 두고 이란이 신정체제를 벗어나 민주정부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혼란을 줄이는 차선(次善)이 될 것이란 기대와, 현 신정체제 못잖은 차악(次惡)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팔레비 왕조 시절 강압정치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레자 팔레비는 1979년 혁명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이후 이란의 이슬람 정부를 전복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해왔다. 큰 반향을 얻지 못했던 그의 반체제 운동은 최근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팔레비는 지난 8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위대에 거리를 떠나지 말라고 호소하며 자신도 곧 합류하겠다고 독려했다. 12일(현지시간)에는 미 방송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이) 더 빨리 이란에 개입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개입을 촉구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최근 비밀리에 회동했다.
이란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그에 대한 지지도 높아지고 있다. 시위대는 이슬람 혁명 이전인 왕정 시절의 국기를 흔들며, 왕을 뜻하는 페르시아어 ‘샤(Shah)’를 연호하고 있다. 미정부 내 고위 당국자는 “시위 현장에서 팔레비의 이름을 외치는 것에 트럼프 행정부가 놀라고 있다”고 악시오스에 전했다.
팔라비는 공개적으로 이란의 과도기 지도자를 자처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이란이 12일간 무력 충돌을 벌였던 때에도 정부가 붕괴할 경우 자신이 임시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분석가 알리 바에즈는 해외 이란인 공동체를 중심으로 그의 지지기반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바에즈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노년층, 구원자를 갈망하는 청년층, 그리고 정권 붕괴를 위해서라면 누구든 지지하려는 불만 세력 등 지지 기반이 넓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등장이 차선이 아닌 차악이 될 것이란 반론도 거세다. 이는 대부분 그의 부친인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의 억압적인 통치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팔레비 왕조에서 이란 보안기관은 반체제 인사들을 일상적으로 체포하고 고문했다. 여기에 극심한 부패까지 겹쳐,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왕조가 축출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009년에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레자 팔레비가 부친의 억압적인 통치에 대한 질문에 “미래에 집중하고 싶다”며 즉답을 피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외부 통신 차단 등의 조치로 인해 실제 이란 내에서 팔레비에 대한 지지가 어느 정도인지 불분명하다고도 지적했다. 그에 대한 지지세에 과장이 심하다는 비판도 있다. 런던 채텀하우스의 이란 전문가 사남 바킬은 “팔레비가 자신이 주도권을 잡으려는 고집 때문에 망명지인 미국에서조차 반정부 세력을 하나의 깃발 아래 결집시키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현재는 팔레비가 과도기 리더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했지만, 복귀 후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불분명하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바에즈는 “이슬람 혁명 당시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도 똑같은 약속(과도기 리더)을 했으나 결국 권력을 독점했다”고 상기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