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여정(37)의 입이 다시 거칠어졌다.
오빠인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1)의 대남 위협과 비난을 전하던 '대변인'으로서의 저급함이 도진 것이다.
새해 벽두 시작된 그의 이른바 '담화' 공세를 뜯어보면 어처구니없는 주장에 혀를 차게 된다.
오빠인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1)의 대남 위협과 비난을 전하던 '대변인'으로서의 저급함이 도진 것이다.
[서울=뉴스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뉴스핌 자료사진] |
새해 벽두 시작된 그의 이른바 '담화' 공세를 뜯어보면 어처구니없는 주장에 혀를 차게 된다.
그래도 '국가 체제'를 표방하는 북한의 관영매체를 통해 나온, 차관급인 '노동당 부부장' 명의를 단 공식 입장 표명이라면 최소한의 격(格)을 갖추는 게 마땅하지만 찾아볼 수 없다.
북측 지역에 추락·발견됐다는 무인기 이슈를 내세운 북한군 총참모부의 9일자 대남 위협 성명 이튿날 그는 "민간 소행이라며 발뺌하지 말라"며 '끔찍한 사태'를 위협했다.
그러면서도 같은 글에서 "사태의 본질은 군부냐 민간이냐 하는 데 있지 않다"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 측 민간 동호회가 날린 무인기라거나 북한의 자작극 가능성 등이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문제의 동체를 조사했다면 한국군이 운용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걸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북한이 2025년 9월 27일 개성시 장풍군 사사리 지역 논에 추락한 남한발 무인기라며 10일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 |
그런데도 이를 이재명 정부와 군 소행으로 밀어붙이며, 억지 주장을 쏟아내다 보니 논리가 꼬이고 오락가락한 것이다.
아무래도 찜찜했는지 13일 밤에는 "주권침해 도발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재발방지 조치를 강구하라"며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일부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앞서 어설픈 담화를 냈다가 오빠에게 한 소리 듣고 다시 자세를 고쳐먹은 듯하다"는 지적이 제기될 정도다.
김정은이 2023년 말 이른바 대남적대 노선을 내놓고 2년 넘게 공들여 차단벽을 쳐왔는데, 그의 '입'을 자처해온 여동생은 뜬금없이 남측에 "무인기 실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 했으니, 노동당의 대남 전략가들은 아찔했을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설명'이란 게 당국 간 접촉이나 회담의 여지를 남기는 표현이란 점에서다.
정동영 체제의 통일부가 이 대목을 두고 "남북 간 긴장완화와 소통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희망회로를 돌린 것도 무리가 아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26일 연이어 무인정찰기와 자폭드론 개발과 성능시험 현장을 참관하고 이 분야를 "중장기적인 사업으로 인내성 있게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김정은이 대형 무인기를 돌아보는 모습. 왼쪽부터 리병철 노동당 군수정책 담당 총고문, 김정은, 중장(우리의 소장)급 관계자, 당 비서 박정천과 조춘룡. [사진=노동신문] 2025.03.27 yjlee@newspim.com |
김여정의 후속 담화가 남북관계 개선을 두고 "실현 불가한 망상"이라고 선을 그은 건 남북관계의 복원이 평양 측의 통제 하에 있다는 걸 부각하려는 의도다.
사실 무인기 대북침투를 주장하며 '주권침해' 운운하는 김여정의 주장은 적반하장이자 소위 '내로남불'이다.
지독한 건망증에 시달리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북한은 지난 2022년 12월 군용 무인기 5대를 서울과 경기·인천 상공에 집중 침투시키는 당국 차원의 도발을 벌였다.
이 가운데 한 대는 당시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서울 용산 상공의 비행금지 구역을 침범하기도 해 논란이 됐다.
앞서 2017년 북측 금강산 근처에서 발진한 무인기가 강원도 인제에 추락했는데, 경북 성주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기지와 또 다른 우리 군 기지 등을 촬영한 사진 551장이 무더기로 나왔다.
당시 우리 당국의 비판에 묵묵부답이던 김여정이 이제 와서 주체가 확인되지도 않은 무인기 동체를 들고 나와 주권침해요, 사과요, 재발방지요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2014년 3월 경기도 파주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사진=국방일보] |
혹여 모처럼 관영매체에 등장한 김여정이 13살 조카 김주애에게 밀린 자신의 입지를 조금이나마 되살리려 무인기 이슈를 부풀린 것이라면 번지수를 잘못 짚은 듯하다.
한때 오빠를 밀착 수행하며 2인자로 각인됐던 김여정이 이미 평양 권력의 중심부에서 밀려난 건 안팎에서 공인된 상황이란 점에서다.
김주애의 후계자 행보를 먼발치서 따라다니며 의전을 챙기고 심기를 살펴야 하는 모습을 보며 권력무상을 느낀다는 시각도 넘쳐난다.
운동장이 이미 기울어진 상황에서 품위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말과 어설픈 조롱으로 대남 비난을 가하고 있지만 솔직히 별 '타격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시선을 내부로 돌려 참담한 민생과 경제상황, 폭압적 인권상황 등 북한의 현실을 살펴보기를 김여정에게 권한다.
노동당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식량과 생필품을 구하려 주민이 몰려드는 장마당을 찾아 진정으로 자신이 신경 쓰고 챙겨야 하는 게 무엇인지 깨달음을 얻었으면 한다.
그리고 오빠에게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코페르니쿠스적인 대전환을 조언하길 기대한다. 그게 사는 길이다.
케데헌과 불닭볶음면으로 각각 대표되는 K-컬처와 K-푸드에 방산·뷰티산업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K-시리즈로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대한민국 걱정은 그쳤으면 한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지난해 9월 24일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 방문에 나타난 여동생 김여정(붉은 원). 수행 간부군에 끼지 못하고 먼 발치에서 수행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사진=노동신문] 2026.01.14 yjlee@newspim.com |
지난 2022년 8월 한국을 향해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게 간절한 소원"이라고 했던 자신의 말을 실천에 옮겨보란 얘기다.
아무리 억지에 가까운 대남비방과 욕지거리 수준의 입장 발표라해도 적당히 체급은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지난달 한국의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밝힌 2024년 말 기준 북한의 명목 GDP(국내 총생산)는 43조 7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 기업인 삼성물산 시가총액 수준으로, 2556조 9000억원에 이르는 한국의 59분의 1에 그친다.
불과 얼마 전까지 남북한의 경제력 차이가 30~40배라 했지만 이젠 60배로 벌어진 것이다.
교역액은 한국이 1조 3154억달러인데 반해 북한은 27억 달러로 488분의 1에 그쳐, 말 그대로 '게임이 안되는' 수준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계체량 통과가 어려울 수밖에 없고, 장외전에서 아무리 김여정이 볼멘소리를 해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흘려듣게 되는 것이다.
시건방이 드러나는 말에 울림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요즘 서울에서 회자되는 '프로는 징징거리지 않는다'는 말이 이 경우에 딱 떨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접견,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사진=청와대> |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북한은 연초부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전격 체포·압송 사태에, 신정국가인 이란의 반정부 시위사태 격화 등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밤에 전광석화처럼 침실로 밀어닥친 미군 특수부대에 끌려 부인 이설주와 함께 헬기에 태워지는 장면을 떠올리는 건 김정은에게 끔찍한 악몽일 수밖에 없다.
대남비난 담화에서 한국의 방공망에 대해 '걱정'을 아끼지 않았던 김여정이 이제 눈을 돌려 평양의 대공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부터 먼저 챙겨보길 권한다.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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