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의회 청문회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차별적인 디지털 규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질타가 나왔다. 별개로 한국 정부와 국회가 쿠팡의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건에 책임을 물리려는 조치 역시 콕 집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조치라고 지적했다. 미국 의원들은 한국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디지털 보호무역’을 하고 있다며 각국의 ‘디지털 규제’들이 중국과의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미국 기업을 부당 차별하는 조치라고 초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美 의회 “韓, 쿠팡 등 美 기술 기업 차별”
13일(현지시간) 미 연방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가 개최한 ‘미국의 혁신과 기술 리더십 유지(Maintaining American Innovation and Technology Leadership)’ 청문회에선 한국을 비롯해 EU, 캐나다 등 미국의 동맹국들의 디지털 규제에 대한 연방 하원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에서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가 ‘미국의 혁신과 기술 리더십 유지’를 주제로 청문회를 열고 있다. 청문회에선 한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동맹국들의 디지털 규제와 관련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홍주형 특파원 |
◆美 의회 “韓, 쿠팡 등 美 기술 기업 차별”
13일(현지시간) 미 연방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가 개최한 ‘미국의 혁신과 기술 리더십 유지(Maintaining American Innovation and Technology Leadership)’ 청문회에선 한국을 비롯해 EU, 캐나다 등 미국의 동맹국들의 디지털 규제에 대한 연방 하원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에이드리언 스미스 위원장(공화·네브래스카)은 한국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담아 지난해 11월 미국과 발표한 공동 팩트시트에서 미국 기업들을 차별하지 않고, 미국 기업들이 불필요한 디지털 무역장벽에 직면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는데도 차별을 지속하고 있다며 “한국 규제 당국은 이미 미국의 기술 리더들을 공격적으로 표적 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미스 위원장은 “쿠팡에 대한 차별적 규제 조치가 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스미스 위원장이 언급한 한국의 ‘입법 노력’은 국회에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관련한 것으로, 이는 쿠팡의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건과 별개의 사건이지만 미 의회에선 함께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쿠팡은 한국 법인의 지분 100%를 미국 상장 모회사인 쿠팡아이엔씨가 보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을 비판하는 야당 의원도 자국 기업 보호에는 예외가 없었다. 수전 델베네 하원의원(민주·워싱턴)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체결한 통상 합의에는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차별적인 디지털 관행으로부터 보호받고 한국의 사법·규제 시스템 내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하지만 제가 (지역구인) 워싱턴주에 있는 기업들, 특히 쿠팡(워싱턴주 시애틀 위치)으로부터 듣고 있는 바로는 한국 규제 당국이 이미 이러한 약속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체결한 무역 합의에는 이행을 강제할 도구가 없다면서 “사생활을 보호하고, 혁신을 지지하며,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 기업들을 보호하는 디지털 교역 규범을 설정하기 위해 의회 주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전 델베네 워싱턴주 하원의원(민주당)이 청문회에서 한국 당국의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홍주형 특파원 |
캐롤 밀러 하원의원(공화·웨스트버지니아)은 다른 나라들이 계속해서 디지털 분야에서 자유로운 교역을 막으려고 한다면서 이런 움직임이 “한국에서 가장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밀러 의원은 한국 국회가 미국 기업을 겨냥한 입법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면서 최근 통과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검열법”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이 “최근 두 명의 미국 경영인을 상대로 정치적 마녀사냥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 대표와 김범석 쿠팡아이엔씨 의장에 대한 수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EU 등 동맹국 디지털 정책에 불만
이날 청문회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한국의 디지털 규제 동향에 대한 미국 정부와 정치권 등의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해 각계를 접촉하는 중 열렸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비판에만 국한되진 않았고, 의원들은 캐나다와 EU, 호주 등 동맹국들의 디지털 규제 노력을 광범위하게 지적했다. 중국과의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점에 동맹국들이 미국을 ‘차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미스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혁신가’(기업)들을 보호하는 데 적극적이었고, 미국 기업을 약화시키려는 교역 상대국들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며 “캐나다와 유럽이 미국의 일자리, 기술 기업, 디지털 서비스 제공자를 겨냥했던 디지털 서비스세를 철회하기로 합의한 것 하나만으로 미국 노동자들에겐 엄청난 성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안타깝게도 EU, 호주 등 우리 동맹국들조차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와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디지털 무역 장벽과 디지털 서비스세를 (이후에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달리 유럽식 규제는 기술 기업에 대해 사전 규제를 선호하며, 미국이 기술 혁신에 더 방점을 두는 것과 달리 유럽 국가들은 위험 관리에 집중한다. 급격한 기술 발전과 함께 각국에서 이와 관련한 규제가 생성되는 시점에 유럽식 규제를 철저하게 ‘차별’로 규정하고 한국 등 다른 국가들이 이 방식을 따라가지 않도록 사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증인으로 출석한 나이절 코리 미 국립아시아연구국 비상근 연구위원 겸 컨설팅회사 크로웰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디렉터는 한국의 현 상황을 어떻게 보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한국은 유럽의 문제적 정책을 일부 답습하고 있다”며 “미국 기업들은 오랜 기간 한국 공정거래 당국의 지속적이고 과도한 표적 규제를 받아왔다”고 답변했다. 또 플랫폼·기업의 행동 규칙을 사전에 정해 놓는 ‘사전적 규제’ 방식과 관련해서도 “유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과 그 외 국가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리는 한국 규제의 절차적 정당성과 관련해선 “절차적 보호 장치와 적법 절차가 부족하며 일부 사안은 형사 수사로까지 이어진다”며 “이는 명백히 무역 이슈의 수준을 넘어선 문제”라고 주장했다. 미국 산업계 이익단체들과 구글, 메타, 쿠팡 등 기술기업들은 워싱턴 정가에서 한국의 ‘차별적 조치’와 관련해 광범위한 로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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