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변 아파트 단지 모습./뉴스1 |
대형 건설사들이 서울 인기 지역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2010년대부터 경쟁적으로 도입한 하이엔드(최상위) 브랜드가 오히려 수주에 걸림돌이 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기존 브랜드로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나섰다가, “그거 말고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해 달라”며 조합원들이 반발해 공사를 따내기 어려워지는 일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운 고급화 전략을 남발한 것이 기존 브랜드를 오히려 ‘2류’처럼 느끼게 만드는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구역 재개발 조합은 2015년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하고 2021년 도급 계약까지 맺었지만 현재 시공사 선정 입찰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 당초 이 지역 아파트 브랜드를 DL이앤씨의 아파트 브랜드인 ‘e편한세상’으로 하기로 합의를 했는데, 이후 조합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로 바꿔달라고 요구한 것이 화근이었다. DL이앤씨가 지난달 조합에 ‘불가’ 통보를 하자, 조합은 시공사 재선정에 돌입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당장 공사비가 좀 더 들더라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달아야 집값이 더 오른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6구역도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함께 수주하면서 두 회사의 브랜드인 ‘자이’와 ‘뷰’를 혼합한 단지명을 추진했으나, 조합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면서 SK에코플랜트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드파인’을 이름에 넣는 걸로 바꿨다. 중구 신당8구역 역시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공사를 교체했다.
당초 건설사들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도입한 것은 반포, 한남 등 한강변을 포함한 극소수의 초고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일감을 따내기 위한 의도였다. 하지만 장기간 이어진 건설업 불황에 경기도나 지방 광역시에서까지 하이엔드 브랜드를 마케팅에 동원한 것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원철 한양대 특임교수는 “고급 브랜드의 최고 가치는 희소성인데 건설사들이 당장의 실적 욕심에 매몰돼 하이엔드 브랜드를 남발한 것이 스스로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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