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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중심 질서는 '찰나'일 뿐"…'글로벌 멀티플렉스' 시대가 온다

뉴스1 김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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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21세기 지정학'



'21세기 지정학' (21세기북스 제공)

'21세기 지정학' (21세기북스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세계 질서의 위기를 말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고 중국과 러시아가 부상하는 현상을 두고 일각에선 '문명의 종말'을 우려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러한 공포가 서구 중심주의가 낳은 편견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비서구 학자 최초로 국제정치학회 회장을 지낸 아미타브 아차리아는 5000년 문명사를 관통하며 서구적 질서가 인류사의 지극히 짧은 예외적 순간이었음을 증명한다. 기원전 14세기 이집트와 히타이트의 ‘아마르나 체제’부터 몽골의 역참 제도, 동아시아의 조공 질서까지, 서구 부상 이전에도 인류는 정교한 외교와 무역 체제를 운영해 왔다.

저자는 니얼 퍼거슨의 '킬러 앱' 이론을 정면 반박한다. 서구가 근대 질서를 발명해 전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서구의 지식과 체계를 흡수해 변형했다는 역발상을 제시한다. 서구는 문명의 ‘교사’이기 전에 ‘학생’이었으며, 현대의 인권과 법치 역시 인류 공동의 자산이라는 논리다.

책이 제시하는 미래상은 단일 패권이 지배하는 단극 체제도, 강대국이 충돌하는 다극 체제도 아니다. 저자는 이를 '글로벌 멀티플렉스'(Global Multiplex)라 정의한다. 관객이 취향대로 영화를 고르는 멀티플렉스처럼, 미국은 방위, 중국은 무역, 유럽은 기후변화 등 각 영역에서 리더십이 분산되는 다원적 세계다.

미국의 개입주의 철회와 지정학적 혼란을 재앙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공존의 시작으로 볼 것인가. 이 책은 서구 패권 이후의 세계를 능동적으로 설계하려는 이들에게 객관적인 역사적 나침반을 제공한다.

△ 21세기 지정학/ 아미타브 아차리아 글/ 최준영 옮김/ 21세기북스/ 3만 5000원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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