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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소송-12년의 기록] ② 해외 담배 소송 승소 줄지어…"국제 흐름 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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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시작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 소송이 12년 만에 막을 내릴 예정이다. 건보공단은 오는 15일 담배 회사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및 제조사를 상대로 한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뉴스핌>은 12년 간의 담배 소송의 역사와 쟁점을 짚어본다.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흡연과 암 발생의 인과관계 등을 두고 건보공단과 담배 회사 3사의 주장이 첨예한 가운데 해외 담배 소송 사례들은 어떨까. 특히, 최근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담배의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국내·외 정책과 판결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4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미국·캐나다·브라질 등에서도 한국과 같이 담배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시도해 승소하고 있다.

◆ 미국·캐나다, 담배 회사 책임 물어…캐나다 법원 "생명권·신체 안전 권리 침해"

국외 담배 소송 관련 사례를 보면, 미국에서는 두 번의 담배 소송이 일어났다. 미국 46개 주정부들은 1998년 11월 미국 4대 담배제조사를 대상으로 담배 유통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 담배 회사들은 선불금 127억4200만 달러를 포함해 25년에 걸쳐 2060억 달러(약 260조원) 이상의 비용 지급했다. 미국 법원은 담배 브랜드 이름을 통한 후원을 제한하고 교통기관 광고를 제거했다.

이후 미 연방정부는 1999년 7대 담배 회사와 2개 연구소를 상대로 '부정부패조직범죄방지법(Racketeer Influenced Corrupt Organizations Act)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법원은 담배 회사들의 위법행위를 인정해 담배 회사가 '가벼운(라이트·light)'나 '순한(마일드·mild)' 담배가 덜 해로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 등을 소상히 밝히라고 명령했다.


캐나다 퀘벡주에서도 집단소송이 일었다. 12년 이상 담배 흡연한 자 중 폐암, 인후암으로 진단받은 약 110만명은 1998년 3개 담배 회사를 상대로 약 156억 달러(한화 13조)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시작했다. 캐나다 법원은 2015년 1심에 이어 2019년 항소심에서도 환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아울러 캐나다 법원은 캐나다 주정부들이 '담배 손해 및 치료비 배상법(Tobacco Damages and Health Care Costs Recovery Act)'을 토대로 치료비 등의 회수를 위해 진행한 담배 소송과 퀘백주 집단 소송을 포괄한 약 33조원의 배상 합의안을 승인하기도 했다.

당시 캐나다 법원은 담배 회사들이 4가지의 퀘벡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담배 회사들은 손해를 야기하고 경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소비자를 오도하고 생명권·신체 안전에 대한 권리를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흡연과 질병 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과학적 합의가 압도적임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1990년대까지도 과학적 논쟁이라는 핑계로 이를 부정하는 설교를 계속했다"고 판시했다.


브라질 정부도 2019년 필립모리스 등 담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5년 동안 담배로 인한 질병의 치료와 관련해 지급된 진료비를 회수하기 위해서다.

건보공단은 "1심 당시 국외 소송에서 담배 결함이나 불법 행위가 인정된 외국계 담배 회사의 국내 자회사들에 대한 추가 검토나 판단이 없었다"며 "우리나라도 피해자 입증책임 완화, 건강보험 급여 비용 손해 범위 포함 등 담배 피해에 대한 실효적 구제와 담배회사 책임을 부여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고 이는 담배소송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 정부, 담배 회사 규제 강화…해외 전문가 "국제적 흐름 함께해야"

해외에서 담배 회사들의 패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정부도 흡연과 질병 발생의 기전을 인정해 담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기존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것만 해당됐다. 그러나 액상형 전자담배의 원료인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예정이다.


담배 유해 성분 공개 제도(담배 유해성 관리법)을 통해 담배 회사의 책임도 강조되고 있다. 그동안 담배 회사들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담배에 무엇이 들어있는지에 대해 상세히 밝히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1월부터 담배 유해성 관리법을 시행해 담배 유해 성분을 보고받아 국민에 알린다.


세계적인 추세와 정부의 규제 강화 기조가 맞물리면서 건보공단의 항소심 결과도 주목된다. 과거 1심 재판부가 개별 환자의 암 발병과 흡연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담배 회사의 손을 들어줬으나 해외 사법부 또한 담배 회사의 은폐 책임과 기망 행위를 폭넓게 인정해 항소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벤 맥그래디(Benn McGrady) 세계보건기구(WHO) 건강증진부 공중보건법 및 정책 부문 책임자는 "국제 담배 규제 원칙과 회원국의 책무를 강조한다"며 "한국의 담배 소송은 국제적 흐름과 함께 나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닐 슐루거(Neil W. Schluger) 미국 뉴욕 의과대학 학장은 "미국 역시 법원이 과학에 기초해 담배 회사의 기만적 행위에 책임을 물었다"며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는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흡연이 폐암·후두암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은 의학적으로 명백하고 흡연자는 평균 10년 이상의 수명을 잃어 교육, 세금 부과 등 강력한 법적 조치들이 담배 산업과의 싸움에서 중요하다"고 했다.

sdk199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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