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주도 주택공급 확대를 내세우며 속도전을 예고했지만 정작 공급 실행을 책임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인선은 지연되고 있다. 사장 공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주택 공급과 조직 개혁 등 산적한 과제가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10월 말 이한준 전 사장의 사표가 수리된 이후 사장직 공석 상태에서 직무대행 체제를 이어왔다. 이후 사장 직무대행을 맡아온 이상욱 부사장마저 지난달 사의를 표명하고 이달 물러나면서, 직제상 조경숙 주거복지본부장이 직무를 승계하는 이른바 ‘대행의 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인선 절차가 멈춰 선 지점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단계다. LH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사장 후보 3인을 추려 추천 절차를 밟았지만 지난해 12월 23일 열린 공운위 회의에 관련 안건이 상정되지 않으면서 후속 일정이 멈춰 선 것이다. 공공기관장 선임은 임추위 추천 이후 공운위 심의·의결을 거쳐 국토교통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인 만큼, 공운위 논의가 진전되지 않으면 전체 일정도 자연스럽게 밀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후보군 구성에 부담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임추위가 전·현직 LH 인사 중심으로 후보를 추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혁 국면에서 내부 출신 수장이 적절한지를 두고 시선이 엇갈렸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통령이 내부 인선 중심 흐름을 지적한 이후, 인선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가장 큰 리스크로 지목되는 것은 시점이다. 리더십 공백은 LH의 역할이 확대되는 시점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6월 출범 직후 공공주도 공급 확대를 강조해 왔고 지난해 9·7 공급 대책을 통해 공공택지 공급 방식을 기존 민간 매각 중심에서 LH가 직접 시행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실제 정부는 9·7 대책에서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가구 공급을 제시했는데 이 가운데 LH가 담당할 물량은 55만6000가구로 전체의 약 41%에 달한다. 핵심 수단은 공공택지에서 LH가 직접 시행에 나서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직접 시행 확대는 사업 구조 조정, 재원 조달과 공사비 관리, 지자체 협의 등 연속적인 판단이 필요한 영역인 만큼 리더십 공백의 영향이 작지 않다.
조직 개혁 일정 역시 불확실성이 커졌다. 지난해 8월 출범한 LH개혁위원회는 당초 연내 개혁안 마련을 목표로 운영돼 왔지만 논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발표 시점이 올해 상반기로 넘어갔다. 사장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혁 논의를 실행 단계로 연결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H는 사장 공백 상황에서도 주택 공급 업무에는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직무대행 체제에서도 기존 공급 사업과 정부 정책 과제는 내부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사장 인선이 마무리되면 현안 사업과 조직 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공공주도 공급 확대와 조직 개혁이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에서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현장 집행 과정에서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공공주도 공급 확대를 말하려면 이를 실행할 책임 주체부터 분명해야 한다”며 “LH가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상황에서는 정책과 개혁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천상우 기자 (1000tkdd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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