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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1년] 미중, 향후 패권 핵심키 'AI·반도체'서도 사활건 싸움

연합뉴스 권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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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스타게이트·반도체 생태계 구축·규제완화…'기술우위' 총력전
中, 가성비 '딥시크'로 전세계에 충격…美견제속 '기술자립' 맞대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사우디투자포럼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사우디투자포럼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재입성 이후에도 치열한 패권전쟁을 이어온 미국과 중국은 향후 패권에서 핵심 키 역할을 할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부문에서도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1년간 중국과의 AI·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기존의 '수출통제'에서 중국과 거래를 하면서 기술적으로 종속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전략을 틀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Small Yard, High Fence)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중국에 대한 기술 견제를 유지하면서도 동맹과 가치를 앞세웠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 기조의 노골적인 전략을 채택하면서 실리 극대화를 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는 강경한 태도로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했으나, 중국이 이를 자국 반도체 기업 육성의 기회로 활용하자 고성능 반도체의 수출을 승인하는 등 방침을 선회했다.

이를 통해 미국 기술이 전 세계의 표준이 되도록 하는 한편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막겠다는 의도다.

AI 부문에서는 '안전한 AI'를 추구했던 전임 행정부의 정책을 폐기하고 규제를 연방 정부로 일원화하는 등 완화함으로써 미국의 AI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 맞서 '기술 자립'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 '딥시크 충격'과 AI 총력전

지난해 초를 전후해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내놓은 AI 모델 'V3'와 추론모델 'R1'은 실리콘밸리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당시까지 AI 모델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지원을 받는 오픈AI와 구글, 메타 등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이 수조 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자본을 쏟아부어 만드는 것으로 인식됐지만, 딥시크는 중국 판매를 위해 연산 능력을 낮춘 'H800' 등 저사양 칩을 활용했고 모델을 만드는 데 불과 560만 달러(약 80억원)만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딥시크 충격'은 첨단 칩만 막으면 중국의 AI 공세를 꺾을 수 있다는 믿음을 깨뜨린 사건이 됐다.

이에 대응해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한 AI 패권 경쟁 전략은 규제를 풀고 대규모 투자를 유도해 미국의 압도적인 AI 지배력을 공고히하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0일 취임식을 하자마자 집무실에 앉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 및 활용'을 위한 행정명령 제14110호의 취소를 명령했다.

기술 규제에 비판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원래 생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바로 직전 전 세계에 충격을 줬던 딥시크와도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켜보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인프라와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켜보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인프라와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어 곧바로 총력전이자 속도전에 가까운 본격적인 AI 패권 경쟁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 AI 정책의 첫 수혜자이자 상징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 21일 백악관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래리 엘리슨 오라클 이사회 의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5천억 달러(약 730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미 전역에 원전 10기 발전량에 해당하는 10GW(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이 계획은 압도적인 자본과 에너지를 투입해 자국 AI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중국의 공세에 대응한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AI 모델 학습과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화석연료와 소형모듈원전(SMR)을 활용한 전력 공급에도 도움을 줬다.

지난해 11월에는 AI 모델을 국가 안보와 과학기술 전략에 활용하는 '제네시스' 계획을 발표했고, 급기야 지난달에는 주(州) 정부의 AI 규제를 막고 연방 차원으로 규제를 일원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경쟁과 관련해 "여기서는 단 한명의 승자만 나올 것이다. 아마 미국이나 중국일 테고 현재 우리는 크게 앞서고 있다"면서 "그러나 50개 주에서 각각 다른 승인을 50번 받아야 한다면 불가능하다. 승인 또는 거부 출처가 한 곳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화웨이 자생력 키운 수출통제의 역설…H200으로 회군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은 전임 바이든 정부 때부터 있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엔비디아의 최신 칩을 중국에 판매할 수 없도록 막았고 규제의 강도도 점차 높여오고 있었다.

딥시크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H800만 해도 2023년 10월까지만 판매되고 이후 강화된 규제에 따라 수출이 금지됐다. 이에 엔비디아가 새 규제에 맞춰 내놓은 것은 AI 학습용으로는 쓰기 어려울 정도로 성능을 낮춘 H20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이와 같은 저사양 칩 H20의 중국 수출마저 제한했다.

이는 전 세계와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던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됐지만 결과적으로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고 3개월 만에 철회됐다.

중국이 반도체 수출 통제에 맞서 희토류 대미 수출 통제로 맞불을 놨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중국은 H20의 중국 수출 재허용 이후에도 안보 이슈 등을 들어 엔비디아 칩의 수입을 사실상 허용하지 않았다.

대신 화웨이를 중심으로 한 자국 반도체 기업 제품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 시작했다. 미국이 무기화하고 있는 반도체 분야에서 자립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화웨이의 AI 칩은 엔비디아 칩보다 성능은 물론이고 전력 소모량이 크게 높아 효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화웨이 칩을 쓰는 AI 기업에 전력을 매우 저렴하게 제공함으로써 이와 같은 단점을 상쇄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으로선 중국의 AI 경쟁력 강화를 막기 위해 최첨단 칩의 구매를 막았더니, 중국이 도리어 보다 산업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 기술을 발전시키는 딜레마에 처한 것이다.

결국 한동안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최첨단 칩을 중국에 주지 않겠다'고 밝혀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엔비디아의 고급 칩 'H200'의 중국 수출을 승인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H200은 엔비디아의 현세대·차세대 아키텍처들인 '블랙웰'이나 '루빈' 등보다는 오래된 그래픽처리장치(GPU)지만 약 1년 전까지만 해도 최신 고사양 제품이었다.

기존에 수출이 허용됐던 H20과 비교해서는 약 6배의 성능 격차를 보이는 제품이고, 주로 추론에만 쓰이는 H20과 달리 AI 훈련에도 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당장 '딥시크 충격'의 재료가 된 H800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성능을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AI 전략을 총괄하는 'AI 차르' 데이비드 삭스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장은 "화웨이가 경쟁력이 생기고 있는데 화웨이에 중국 시장 전체를 넘기면 화웨이의 연구개발을 보조하는 것"이라며 "미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하고 그들의 손을 묶지 않고 방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에 수출 통제를 함으로써 도리어 '반도체 굴기'를 도와주기보다는 미국 기술에 의존하게 하는 것이 낫다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제언을 받아들인 셈이다.

◇ 반도체 통행세·국유화…트럼프식 '거래의 기술'

이와 같은 입장 선회 속에서 미국 정부는 반도체를 국가 산업으로 삼아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환수해 자국에 재투자하려는 모양새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나 AMD 등 자국 반도체 기업이 중국에 AI 칩을 수출할 때 판매 수익의 약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도록 두 기업과 '딜'을 했다.

H200의 중국 수출을 허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는 이와 같은 '수출세'의 비중을 25%까지 높였다.

실제로는 수출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지 못하는 미국 법을 우회하고자 대만 TSMC에서 칩을 미국으로 수입한 다음 중국으로 다시 출하하는 방식을 쓰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통제를 통해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면서도 중국으로 흘러가는 기술에 일종의 '통행세'를 매겨 국부로 환수하겠다는 상업적 계산이 깔린 셈이다.

안보를 위해 시장을 희생해온 과거와 달리 거꾸로 안보 위협조차 비즈니스 기회로 삼는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이 구체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H200 판매액의 25%를 정부가 받는다고 밝히면서 "우리는 국가 안보를 보호하고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며 미국의 AI 선도적 위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래의 기술'과 미국 우선주의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난 것은 인텔에 대한 지분 취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미국이 인텔에 지급한 보조금에 대한 반대급부로 인텔 지분 약 10%를 취득했다.

이는 전통적으로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자유시장 경제의 보루였던 미국이 중국식 국가 자본주의 모델을 차용했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우리나라를 위해 그런 거래를 하루 종일이라도 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을 더 부유하게 만들고 미국에 더 많은 일자리를 준다. 누가 이런 거래를 원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술 경쟁력의 상징인 반도체와 AI 패권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자본주의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이를 기반으로 미국 내 제조업 기반과 경제 성장까지 견인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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