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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1년] 더 독해진 '美우선주의 2.0'…경제·안보 글로벌질서 대격변

연합뉴스 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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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축' 전면배제, '마가' 충성파 핵심에…한층 거칠어진 '마이웨이'
관세전쟁·동맹국 국방비 인상 압박에 '돈로주의' 충격파로 국제질서 요동
'치킨게임'하던 中과는 관세·수출통제 충돌후 휴전…시진핑과 4월 대좌 주목
대법 관세판결부터 11월 중간선거까지…트럼프 정치적 명운 가를 이벤트 대기
[※편집자주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해 집권 2기를 시작한 지 오는 20일(현지시간)로 1년을 맞습니다. 연합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년 간 추진한 대내·외 정책과 그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몰아친 변화를 짚어보고, 전망을 제시하는 12건의 기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트럼프 행정부의 모든 날 동안 나는, 매우 단순히, 미국을 최우선에 둘 것입니다."

지난해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는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이렇게 선언했다.

그는 백악관 복귀 첫날부터 1년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따라 거의 모든 정책을 밀어붙였다. 집권 1기 때와 같은 정치 노선이었지만, 강도는 더욱 세졌고, 속도감도 엄청났다.

집권 1기(2017∼2021년)때보다 더 강력하고 속도감 있는 트럼프 2기 미국 우선주의 정책 추진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정치 구호)를 강력히 추진할 측근들을 정권 핵심에 전면 배치한 것에서 시작됐다. 집권 1기 때 그를 제어했던 이른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은 철저히 배척됐다.

트럼프발 대격변은 미국 내부뿐 아니라 전 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국제기구를 잇달아 탈퇴하고 전격적 군사작전을 통한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축출에서 보듯 '힘의 질서'를 과시하면서 국제규범, 다자주의 등 미국이 구축해온 전후 국제질서의 주요 축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남긴 진보 진영 의제를 깡그리 폐기하면서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고, 미국의 이익만 극대화하는 트럼프식 외교 전략 속에 글로벌 외교·경제·안보 질서도 요동치며 국제 사회는 엄청난 후폭풍에 휩싸였다.

◇ 美우선주의 독주로 기존 질서 붕괴…세계는 격랑 속으로


트럼프 2기의 대외 정책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다른 나라들에 충격파를 던진 것을 꼽자면 단연 '관세 전쟁'이다.

그는 세계 최대 내수·소비 시장인 미국의 입지를 활용해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다양한 제품들에 품목별 관세를 매겼고, 모든 무역 상대국에 기본관세 10%를 더한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 자유무역 질서는 파괴되고, 이는 미국의 이해득실만 반영된 트럼프식 경제 논리로 사실상 대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관세 압박에서 동맹이건 적국이건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전 세계 인도주의 지원의 40% 정도를 차지했던 대외원조도 상당 부분 중단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군사, 경제적 지렛대를 그는 조금도 아끼지 않고 활용했다.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부동산 사업을 키워 억만장자 재벌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그의 사업가 기질과, 협상 수완이 미국의 막대한 지렛대들과 결합되면서 한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연합(EU) 등 미국과의 무역을 통해 성장해온 동맹들은 미국과 새로운 무역 협상을 강제 받을 수밖에 없었다.

동맹국을 포함한 각국과의 협상은 대체로 미국에 크게 유리하게 타결됐고, 그 와중에 동맹은 거래의 대상으로 재정의됐다.

상호관세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상호관세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글로벌 안보를 떠받쳐온 서구식 동맹 체제 역시 미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조건부 시스템으로 변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들을 향해 자국 방어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국방비 인상을 압박했다.

미국의 서방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을 향해선 미국의 탈퇴 가능성을 위협하면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인상하도록 했다.

이러한 기조는 한국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들에도 적용됐다. 지난달 발표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외교·경제·안보 분야 종합 전략 지침인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대만 방어를 인태지역 안보 현안의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동맹들에 국방 지출 확대를 강력히 요구했다.

트럼프 관세 전쟁에 강 대 강으로 맞붙은 나라는 미국과 전략경쟁 중인 중국이 유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상대로 100%가 넘는 관세를 추가 부과하고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 통제에 나섰다. 이에 중국은 최첨단 기술의 필수 재료로 활용되는 '희토류'를 대응 무기로 삼았다.

미국은 결국 글로벌 '희토류' 생산의 90%를 점유하며 이 분야 패권을 차지한 중국의 수출 통제를 버티지 못한 채 수차례 협상을 통해 서로에게 부과하던 관세를 대폭 낮추는 '휴전'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 가운데 주목할만한 또 다른 것은 미국의 앞·뒷마당인 미주 대륙에 대한 장악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돈로주의'의 발호다.

이는 19세기 미국의 고립주의를 대표하는 '먼로주의'에 '도널드'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덧붙인 합성 신조어로, 새해 벽두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축출에서 보듯 올 한해 앞으로 그의 돈로주의 행보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분쟁 종식에서는 나름 성과를 거뒀다. 그는 8개의 분쟁을 끝냈다고 자평하며 노벨평화상 수상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오랜 글로벌 화약고인 중동에서는 이란 핵시설을 직접 타격하며 이란의 핵무기 확보를 지연시켰으며, 가자지구 전쟁 종전을 위한 3단계 중동 평화 구상은 고비 때마다 여전히 삐걱거리며 불안한 상황이지만 휴전은 유지되고 있다.

다음 달이면 발발 만 4년을 맞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을 상대로 한 평화 중재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지만, 핵심 쟁점인 영토 문제에서 양측의 양보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푸틴과 만난 트럼프[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푸틴과 만난 트럼프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스트롱맨' 기질이 다분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권위주의 지도자들과의 친분을 유난히 강조하는 건 집권 1기 때와 변화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 협상 국면에서 지나치게 러시아에 편향된 모습을 보였고, 최근에는 중국의 대만 공격 여부에 대해 "시 주석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한 것 등은 논란을 불렀다.

그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도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다. 다만, 지난해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 삼아 방한했을 때 직접 만남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지만, 이미 러시아와의 협력을 공고히 하며 국제 제재에서 어느 정도 돌파구를 찾은 김 위원장이 무응답으로 일관하면서 일단 만남이 이뤄지지 못했다.

◇ '바이든 지우기' 몰두…美 사회 극단 분열 속 민주주의 위기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부 정책도 대외 정책에서 보여준 일방주의를 그대로 따라갔다.

연방 의회를 통한 정상적인 입법 절차를 우회해 대통령 권한인 행정명령을 광범위하게 활용하면서 정책 목표를 추진했다.

그의 국내 정책은 다양성과 친환경으로 상징되는 진보 진영 의제를 모조리 지우는 것으로 대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집권 4년간 미국이 경제·안보·문화 측면에서 완전히 망가졌다고 주장하며, 진보진영을 향한 '이념 및 문화 전쟁'을 선포했다.

취임 첫날부터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작전과 출생 시민권 금지 및 친(親)팔레스타인 시위 참여 유학생 비자 취소 등 초강경 반(反)이민 기조를 분명히 했다.

불법 이민자 색출을 위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민주당 소속 주지사 및 시장이 재임 중인 대도시에 대거 배치되고,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화되자 주(州)방위군을 동원해 치안 유지를 지원토록 했다.

연방 정부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까지 적용한 DEI(다양성·평등성·포용성) 정책 전면 폐기, '워크'(woke·진보적 가치를 강요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적 용어) 이데올로기 주입 차단을 위한 연방 교육부 폐지 지시 등도 눈에 띄었다.

기후변화 위기를 부정하면서 파리기후협약 재탈퇴, 화석연료 사용 독려 등 친환경 정책에서 크게 후퇴한 것도 트럼프 2기 미국 내 대표 정책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처럼 거침없는 일방주의적 행보는 미국 사회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미국 전역에서 진행된 '노킹스' 시위[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전역에서 진행된 '노킹스' 시위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노킹스(왕은 없다) 시위'가 펼쳐졌다. 법치 균열론 및 민주주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미국이 상징하는 '자유'의 가치가 무너졌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저항의 움직임이었다.

미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는 더 뚜렷해졌고, 진영 간 분열과 증오를 표출하는 대결 양상은 한층 심화했다.

이 와중에 트럼프 재집권에 크게 기여한 우파 정치활동가 찰리 커크가 작년 9월 총격으로 암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며 정치적 파장을 부르기도 했다.

뉴욕 증시가 수십차례 최고점 기록을 경신하는 등 경제는 호황을 누리는 듯했지만, 1년간 이어진 대대적인 관세 전쟁의 와중에 생활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유권자들의 불만도 지속 제기됐다.

◇ 트럼프 '美우선' 일방주의 지속 여부 가를 집권 2기 2년 차

트럼프 2기 집권 2년 차인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이 펼쳐온 독주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이벤트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우선 미국 연방 대법원이 조만간 내놓을 상호관세 판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트럼프의 일방주의적 대내 정책의 발목을 잡아 온 몇몇 하급심 판결을 뒤집으며 트럼프의 손을 들어준 보수 우위 대법원이 그가 상호관세 부과 근거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한 것을 위법이라고 판결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상호관세가 무효로 판결 나더라도 대체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지만, 관세 환급 소송이 속출하는 등 새로운 불확실성이 엄습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경우 '대미 3천500억 달러 투자' 합의를 동력 삼아 핵 추진 잠수함 건조, 민수용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등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이끌어낸 만큼 이재명 정부로서는 대법원 판결이 '트럼프 패소'로 나올 경우 대미 투자 합의에 대한 국내 여론과 한미관계 사이에서 좌표 설정을 고민하게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미중 정상회담서 만나는 트럼프와 시진핑[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중 정상회담서 만나는 트럼프와 시진핑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4월로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베이징 대좌'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향방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 간 전략경쟁을 둘러싼 글로벌 헤게모니 질서 재편 여부,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관세 전쟁의 미래,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의 변화 등에 두루 걸쳐 있는 중대 외교 이벤트가 될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이 행사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재회가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벌써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은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 나아가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 관계 등에서도 변곡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베네수엘라 다음으로 트럼프 대통령 '돈로주의'의 타깃이 어디가 될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베네수엘라 기습 군사작전 이후,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장악하기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거론하며 야심을 노골화하고 있는데 벌써 나토 회원국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 전체와 상원의원 3분의 1을 새로 뽑는 11월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을 가를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공화당이 연방 상·하원 모두 아슬아슬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임 정권의 늪이 되어온 중간선거에서 패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심각한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해 말 일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0%대까지 떨어진 형국이다.

원인은 고물가에 지친 유권자들이 지지를 철회하고 있어서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이미 지난해 치러진 몇차례 지방 선거에서 승리하며 민심 변화를 목격한 민주당은 적정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능력을 의미하는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를 주된 선거 구호로 삼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올 초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ICE 요원의 불법 이민자 단속 작전중 발생한 미국 시민권자 총격 사망 사건이 유발한 반발 시위의 확산 여부 역시 반(反)트럼프 정서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자신의 정치적 명운이 위기에 빠졌다는 걸 인식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는 최근 공화당 하원의원 수련회 연설에서 중간선거에서 패하면 탄핵소추를 당할 것이라면서 필승 전략을 주문했다.

이 전략은 다름 아닌 지난 1년간 자신이 거둔 국정 성과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였다. 이는 그가 중요한 선거를 앞둔 집권 2년 차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거침없는 질주에 박차를 가하리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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