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승일 서울대 교수(전 교육부 차관) |
AI 시대 경쟁력, 기술 아닌 사고·판단하는 교육에 달려
이러한 전환의 시대에 한 사회의 미래를 가르는 기준은 분명하다.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했는가가 아니라, 그 기술을 다룰 사람을 얼마나 준비시켰는가다. 기술은 수입할 수 있지만 사고력과 판단력, 윤리적 책임을 갖춘 인간은 단기간에 길러지지 않는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사람, 더 정확히 말하면 사고하고 판단하며 책임질 수 있는 시민에게서 나온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AI 강국'이라는 구호를 앞세운다. 정부와 기업, 대학과 연구기관은 경쟁적으로 전략과 계획을 발표한다. 이러한 노력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교육을 묻지 않은 채 기술만을 말하는 사회는 결국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정작 학교 교육은 이 거대한 전환 앞에서 충분히 준비되고 있는지, 우리는 그 질문을 회피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교육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은 '불안'이다. 학생은 무엇을 기준으로 성장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고, 학부모는 교육의 방향을 신뢰하지 못하며, 교사는 끊임없는 변화 요구 속에서 교육의 본질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OECD 주요국과 비교한 학부모 학교교육 만족도 지표는, 이 불안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신뢰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교육은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다. 방향은 이미 분명하며, 문제는 선택과 실행의 문제다.
OECD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학부모 학교교육 만족도 비교. (필자 제공) |
코딩 확대가 아니라 질문·토론·비판적 사고 키워야
AI 시대에 진짜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기술은 언제든 더 정교해질 수 있다. 하지만 사고하지 않는 기술 활용, 판단을 기계에 맡기는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기술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인간의 역량이다.
일론 머스크는 "AI는 인류 문명의 가장 큰 리스크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의 핵심은 AI가 위험하다는 데 있지 않다. AI를 다룰 준비가 되지 않은 사회가 위험하다는 경고다. 그리고 그 준비의 출발점은 언제나 교육이다.
문제는 기술을 얼마나 가르칠 것인가가 아니다. 코딩 몇 시간을 늘리고 AI 교과서를 도입한다고 해서 교육이 바뀌지는 않는다. 교육의 중심이 여전히 '정답'에 머문다면, AI 교육 역시 또 하나의 암기 과목으로 전락할 뿐이다. AI 시대의 교육은 질문하고, 연결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정답을 빠르게 적는 데서 멈추지 않고,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설명해 보고, 친구의 생각을 듣고, 자신의 판단을 말로 정리해 보는 수업이 일상이 돼야 한다. 이것이 기술 시대에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교육의 최소 조건이다.
일론 머스크 "의대 진학 의미 없다! 3년 내 로봇이 의사 대체할 것" 피터 디아만디스의 팟캐스트 '문샷'에서 한 발언을 X(구 트위터)에 공유한 내용 캡처. |
교육 본연 집중한 구조 개혁이 AI 시대 교육의 핵심
이러한 전환은 기존 교육을 부정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공교육이 축적해 온 성취 위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의 핵심 주체는 교사다. 교사는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습을 설계하고 성장을 이끄는 전문가다. AI 시대의 교육은 교사에게 더 많은 책임을 떠넘기는 개혁이 아니라 교사가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조를 정비하는 전환이어야 한다.
교육의 변화는 학교만의 과제가 아니다. 행정 역시 새로운 사업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제도를 정비하고 현장이 작동하도록 돕는 역할로 전환돼야 한다. 교육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빠른 변화'가 아니라 '방향 없는 변화'다.
AI 시대에 교육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아이들에게 더 빠른 답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며 책임지는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것이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교육의 본질이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리고 사람을 키우는 일은 오직 교육만이 할 수 있다. 교육을 묻지 않은 채 AI 강국을 말하는 사회는 오래갈 수 없다. 교육을 바로 세울 때, 기술의 발전도 비로소 사회의 자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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