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성수동에 올리브영N 성수 ‘트렌드팟 바이 성수’에 마련된 보이그룹 ‘알파드라이브원’ 팝업스토어 대기줄. 심하연 기자 |
“좋아하는 아이돌 데뷔 날짜에 맞춰 한국에 왔어요. 온 김에 서울 곳곳을 여행할 계획이에요.”
아이돌 팬들이 관광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빠순이’처럼 K-팝 팬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제 이들이 만들어내는 영향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K-팝 팬들은 더 이상 ‘덕질’에 머무는 소비자가 아니다. 공연장을 따라 국경을 넘고, 팝업스토어과 매장을 순례하며, 음악에서 시작된 열정을 여행과 지출로 확장하는 이들은 오늘날 한국 관광산업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아오시(29·여·가명)씨는 13일 오전 6시30분부터 서울 성수동 올리브영N 성수 앞에서 줄을 섰다. 며칠 전 데뷔한 신인 보이그룹 ‘알파드라이브원’의 팝업스토어를 찾기 위해서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팝업 오픈 4시간 전부터 매장 앞에는 해외 팬들이 길게 늘어섰다.
팝업스토어 내부 모습. 심하연 기자 |
팝업스토어 입장을 위해 3시간30분을 기다렸다는 중국인 A씨(34·여)도 이날 새벽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성수로 향했다. 그는 “이 팝업스토어를 방문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한국 방문”이라며 “홍대도 가고, 좋아하는 멤버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는 지역도 찾아가 그 주변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그룹이 한국에서 공연이나 활동을 하면 당연히 다시 올 것”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놀유니버스가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1%가 K-콘텐츠를 계기로 한국 여행을 검색하거나 방문을 계획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K-팝과 드라마, 예능, 먹방, 뷰티·패션 콘텐츠가 한국 방문의 직접적인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K-콘텐츠 소비는 특정 장르를 넘어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6개월간 소비한 콘텐츠 유형을 보면 K-드라마(17.8%)와 K-팝(17.4%)이 상위를 차지했지만, 영화(14.7%), 예능·버라이어티(14.1%), 먹방(12.1%), 뷰티·패션(10.9%) 등도 고르게 분포했다. 콘텐츠를 통해 접한 한국의 음식, 패션, 일상문화가 여행과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관심은 곧바로 구매로 연결된다. K-콘텐츠 시청 후 구매한 제품 유형으로는 식품·음료(19.4%), 화장품·스킨케어(19.2%), 패션 아이템(18.4%)이 상위를 차지했다. 드라마와 음악을 본 뒤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K-뷰티와 K-패션, K-푸드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체류 방식 역시 변화하고 있다. 응답자의 70.8%는 한국 방문 시 7일 이상 머물고 싶다고 답했으며, 이상적인 체류 기간으로는 1~2주가 가장 많았다. 주요 활동도 쇼핑과 식도락, 카페 투어에 집중돼 단기 관광이 아닌 초몰입형 체류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
K-공연의 경제적 파급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놀유니버스 공연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외국인 공연 관람으로 발생한 누적 생산유발효과는 약 1조4천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약 6000억원에 달한다. 고용유발효과 역시 약 8200명으로 추정된다. 공연 한 장이 숙박, 교통, 식음료, 쇼핑으로 확장되며 관광 산업 전반을 움직이는 허브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유통 현장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CJ올리브영은 성수, 명동, 홍대 등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많은 상권을 중심으로 K-팝과 K-뷰티를 결합한 공간을 확대해왔다. 성수동 올리브영N 성수에는 K-팝 아티스트의 앨범과 굿즈를 소개하는 ‘K-POP NOW’가 상시 운영되고, 브랜드 협업 팝업이 열리는 ‘트렌드팟 바이 성수’에서는 K-팝 아티스트와 K-뷰티 브랜드를 결합한 콘텐츠가 이어지고 있다. 알파드라이브원 팝업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이다.
팝업이 열린 올리브영N 성수뿐 아니라 명동역점, 명동 타운, 홍대놀이터점, 강릉·광주·대구·부산 서면·스타필드 고양 등 주요 관광 거점 매장에서도 앨범이 판매되며, 팬들의 이동 동선이 곧 K-뷰티 소비로 이어지도록 설계돼 있다. 실제 올리브영 글로벌몰 분석 결과, K-팝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가입한 외국인 고객의 70%가 K-뷰티 제품을 함께 구매했고, 첫 구매에서 K-팝만 샀던 고객의 66%는 이후 화장품을 동반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구조적 관광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지금 K-팝 팬들은 공연 하나만 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팝업스토어, 카페, 쇼핑, 뷰티 체험까지 묶어 하나의 여행 동선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 흐름을 개별 이벤트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교통·숙박·유통·콘텐츠를 연계한 패키지형 관광 상품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K-팝은 이미 글로벌 팬을 한국으로 이동시키는 가장 강력한 IP인 만큼, 이를 K-뷰티와 로컬 상권, 지역 관광까지 연결하면 K-관광의 체류 기간과 소비 단가를 동시에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