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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입 약발 다했나…원·달러 환율 1470원대 재진입

쿠키뉴스 김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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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연속 상승…엔화 약세에 같이 미끄러진 원화
달러 수급 불균형·저성장…“환율 지속 상승할 것”
미 연준 금리인하 등에 상반기 점진적 하락 전망도
13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13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달러 약세에도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70원선을 돌파했다. 정부가 연말 고강도 개입에 나선지 약 3주 만에 ‘약발’이 다한 모습이다. 원화 약세를 유발하는 구조적 요인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고환율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73.7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 지난달 23일 1483.6원 이후 최고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68.5원으로 출발한 뒤 장중 상승 폭을 키웠다.

원·달러 환율은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4일 정부의 고강도 구두개입과 서학개미의 국내 증시 투자 유도를 위한 세제 혜택 대책 등이 연이어 발표되며 한때 진정되는 듯했지만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이날 원화 가치 하락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엔화 약세가 지목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고 내달 조기 총선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영향이다. 자민당이 총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재정 확대 정책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재정 건전성 우려에 엔화 가치가 하락했고, 엔화와 동조화되는 경향이 있는 원화 역시 약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실제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100엔당 927.18원으로 집계됐다. 전날 같은 시각 기준가인 929.43원보다 2.25원 하락했다. 외국인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77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달러 수급 불균형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 역시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와 일부 기관은 올해 들어서만(1~12일) 미국주식을 23억6740만달러(약 3조5000억원) 순매수했다. 정부의 노력에도 서학개미(미국주식 투자자)들의 관심을 여전히 국내로 돌리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약세 흐름과 당국의 미세조정 경계감은 환율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이라면서도 “수급 주도권을 쥔 수입업체 결제 수요와 거주자의 해외 주식 투자에 따른 환전 수요가 환율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이날 ‘최근 환율 추세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하고 최근 환율의 이례적 움직임은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달러 강세에 더해 내국인의 해외투자 증가와 환율 상승 기대심리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환율 급등은 환율 상승 기대 확산이 수급 쏠림을 증폭시킨 데 기인하는 측면이 있어 급격한 변동과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제고를 통해 투자 환경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자본 흐름의 원활한 작동을 뒷받침할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소폭 오른 99.025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여전히 달러 강세 기준선으로 여겨지는 100을 밑돌고 있다.

정부 대책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정부가 내놓은 외환수급 대책이 아직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며 원화 약세 심리가 제대로 치유되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정부는 이날 수출입 기업 1138개 기업을 대상으로 특별검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5년 누적 5000만 달러 이상 무역거래 기업 중 세관에 신고된 수출입 금액과 은행을 통해 지급·수령된 무역대금 간 차이가 큰 기업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한다. 무역거래를 악용해 국내로 외화를 들여오지 않는 경우를 차단한다는 취지다.


시장에서는 고환율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2~7일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 비중이 직전 조사보다 늘었다. 연말 환율이 1420원대까지 하락했지만,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점과 엔화 약세 등 대외 변수가 환율 상승 응답 증가의 이유로 꼽혔다.

단기 변수와 별개로 원화 약세의 근본 원인인 저성장 구조가 여전하다는 문제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은 미국으로의 자본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부동산 문제로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택한 만큼 환율은 지속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반기 중 원·달러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 연구원은 “상반기 달러화는 완만한 약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 연준 금리정책 개입이 강화되면서 당초 시장 전망보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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