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8년 만에 무대 복귀
파이 役 맡아 열연…"흥분되고 흥미롭고 신나면서도 긴장되는 작업"
배우 박정민이 라이브 온 스테이지 '라이프 오브 파이' 공연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샘컴퍼니 |
[더팩트|박지윤 기자] 작품의 힘과 스케일에 매료돼 도전할 용기를 냈고, 연기하면서 배우이자 한 사람으로서 여러 기분 좋은 변화를 느끼고 있다. '라이프 오브 파이'를 만나 8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박정민의 이야기다.
지난해 11월 GS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라이브 온 스테이지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주인공 파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는 박정민은 <더팩트>와 만나 공연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예전보다 더 견딜만하고 재밌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며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태평양 한가운데서 하나의 보트에 남겨진 파이 파텔과 벵골호랑이의 227간의 대서사시를 다룬 작품으로, 맨부커상을 거머쥔 얀 마텔의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다. 이번 한국어 초연은 전 세계 최초로 원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공연되는 것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지난 11월 막을 올린 '라이프 오브 파이'는 태평양 한가운데서 하나의 보트에 남겨진 파이와 호랑이의 227일간의 대서사시를 다룬 작품으로, 맨부커상을 거머쥔 얀 마텔의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다. /에스앤코 |
또한 이는 박정민이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2017) 이후 8년 만에 무대에 복귀하는 작품으로도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동안 공연은 겁나고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분야로 판단했던 그가 이번 작품의 어떤 지점에 매료돼 용기를 낼 결심을 했는지 궁금했다.
"저희 회사 대표님이 제가 공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아시는데도 조심스럽게 제안하셔서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기가 막히더라고요. 이걸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하면 근사할 것 같았죠. 또 고민하는 저를 본 황정민 형이 '하지마 내가 할게'라고 하셔서 '이게 좋은 거구나' 싶어서 오디션을 보겠다고 했어요. 여기까지가 저의 용기고 그다음은 저에게 무대를 맡긴 외국인 연출진들이 용기를 낸 거죠."
그렇다면 8년 만에 다시 오른 무대는 어땠을까. 박정민은 "연기적인 기술이 엄청나게 는 건 아닌데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가짐이 변한 것 같다. 그 기간만큼 배우 생활을 더 했고 제가 느끼고 좌절하고 다짐하고 해나간 것들이 굳은살이 돼서 지금 제가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 같다. 예전보다는 더 견딜만하고 재밌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정민은 세상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영리하고 호기심 많은 파이로 분해 안정적으로 공연을 이끌고 있다. 그는 천진난만한 17세 소년에서 생존을 위해 신념을 저버릴 수밖에 없는 인물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감정을 제대로 폭발시키면서 놀라운 집중력으로 공연장을 압도한다.
"나이가 어리지만 어린 연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러면 더 나이가 들어 보이기 때문에 아이가 할 수 있는 행동과 감정에 집중해서 역할을 분석하고 표현하려고 했죠. 그리고 정해진 신체적인 속도와 움직임, 방향성을 따라서 소년의 외형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나 좀 나이 들어 보이죠'라는 대사가 있거든요. 이걸 듣고 사람들이 웃을까 봐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조금 작게 내뱉어요."
주인공 파이 역을 맡은 박정민은 "연기적인 기술이 엄청나게 는 건 아닌데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가짐이 변한 것 같다. 예전보다는 더 견딜만하고 재밌다"고 소감을 전했다. /에스앤코 |
그동안 카메라 앞에서 인물이 느끼는 여러 감정을 디테일한 표정으로 그려냈다면, 이제는 멀리 있는 관객들에게도 이야기를 전달하고 공연장 전체를 압도하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박정민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끝내고 나서야 무대 연기가 따로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그는 그렇게 인물이 느끼는 감정과 처한 상황 등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영화는 대본을 받고 그 신을 찍으면 영원히 다시 연기를 안 해도 되는데 공연은 5~6개월간 같은 장면을 연기하다 보니까 공부가 많이 되더라고요. 상대 배우들과도 더 빠르게 돈독해지고요. 이들과 좋은 장면을 함께 만들려고 노력하는 부분은 배우로서 굉장히 해볼 만하고 많이 배울 수 있는 작업인 것 같아요. 제가 무용수처럼 몸을 잘 쓰는 배우는 아니지만 신체적인 표현을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체력적인 고단함은 있지만요."
체력적인 힘듦과 심적인 부담을 안고 매 공연을 해나가는 게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무대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긴장감에 매료되고 있는 박정민이다. 그는 "제가 초심자라서 해석할 수 없는 표정을 한 관객들을 보면 순간적으로 몰입이 깨진다"면서도 "스크린 없이 저의 연기를 보는 건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흥분되고 흥미롭고 신나는 일이면서도 동시에 되게 긴장되는 일이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고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정민은 파이 역에 함께 이름을 올린 박강현을 비롯해 공연을 같이 완성하고 있는 동료들을 향해 두터운 신뢰를 내비쳤다. 그는 "매 공연 긴장되면서도 기대가 된다. 함께 오르는 배우들에게 엄청 의지하고 있다. 그들이 그때그때 주는 노력이 굉장히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강현이는 제가 애먹는 게 있으면 먼저 다가와서 알려주고 질문에 대답도 잘 해줘서 의지가 많이 됐어요. 강현이만 알려줄 수 있는 걸 스스럼없이 알려줘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매력 있고 너무 잘하는 친구예요. 캐릭터에 관한 것도 상의를 많이 했는데 결국 각자의 성향이 다르니까 다른 파이가 나오는 것도 신기했어요. 지금도 백스테이지에서 강현이가 하는 걸 보는데 재밌어요. 그 친구가 갖고 있는 노하우를 뺏어 먹으려고 해요."
박정민은 "'라이프 오브 파이'는 삶과 삶을 지탱하는 키워드들을 통해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이야기를 전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에스앤코 |
작품은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의 가족이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캐나다로 이주하던 중 태평양 한가운데서 배가 난파되는 사고를 겪고, 이로 인해 혼자 남은 파이가 구명보트 위에서 벵골호랑이와 227일간을 보낸 이야기를 다룬다.
무사히 살아남아 멕시코 병원에 입원한 파이는 자신이 겪은 일을 해운회사 직원 오카모토와 선장에게 들려주지만, 이를 믿지 않는 그에게 동물을 사람으로 바꾼 버전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면서 파이는 "어느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시나요?"라고 물으면서 보는 이들에게 단순한 생존기를 넘어 인간의 믿음과 진실 그리고 이야기의 힘에 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저는 종교는 없지만 신이 없으면 설명할 수 없는 요소들이 우주에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신 같은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추측 정도를 하고 살았죠. 종교는 제 삶에서 무관심한 영역이었는데 작품을 계속 들여다보면서 신의 존재를 단언할 수 없지만 사람과 종교를 떼어낼 수 없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사람은 잘 살고 싶을 테고 그러기 위해서는 믿음이 있어야 되더라고요. 그런 지점에서 누군가에게는 믿음의 대상이 종교인 거겠죠. 종교와 종교가 있는 사람에 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렇게 배우이자 사람 박정민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 '라이프 오브 파이'다. 그는 "삶과 삶을 지탱하는 키워드를 통해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이야기를 전하는 작품"이라며 "이번 공연이 저에게 용기를 많이 줬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앞으로도 공연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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