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서 예쁜 돌을 줍고 있는 꼬마를 만났다. 돌은 왜? 물으니, 예뻐서요! 하며 웃는다. 그중 하나를 건네며, 할머니 가지세요, 한다. 조막손 안의 온기가 그대로 내게로 옮겨온다. 고마워! 나는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그 돌을 기분 좋게 호주머니 속에 넣는다. 따뜻하다. 호주머니 속에서 돌을 만지작거리며 아, 어릴 때의 나도 저랬지.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크고 작은 예쁜 돌(자갈)들을 호주머니 가득 넣어와 엄마에게 야단맞기 일쑤였지. 그땐 정말 예쁜 돌만큼 좋은 장난감이 없었지. 조그만 돌은 공기놀이용으로, 좀 더 크고 반듯한 돌은 시차기(돌차기)용으로, 나머지는 꽃밭 작은 울타리를 만들어 주었지.
우연히 꼬마에게 선물 받은 돌로 흐뭇하게 걷고 있는데 앞에 가는 숙녀의 배낭에 매달려 달랑거리는 펭귄 인형을 보니, 문득 돌(자갈)만 보면 환장하는 턱끈펭귄이 떠올라 저절로 미소가 사르륵 번진다. 남극의 신사, 턱끈펭귄. 앞에서 보면 검은색 안전모를 턱끈으로 꽉 조여 쓴 듯해 턱끈이란 이름이 붙은 녀석들. 다른 펭귄들보다 성깔 있고 개구져 보여 더 정이 가는 녀석들.
턱끈펭귄은 남극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남극 펭귄 중 하나다. 젠투펭귄속의 펭귄 종으로 젠투펭귄보다 작다. 하지만 아주 사납고 공격적이다. 누구든 접근하기만 하면 부리와 날개를 세워 공격 태세부터 취한다. 펭귄의 날개는 노와 같이 납작하고 단단하여 그것으로 상대를 계속 공격하면 피멍이 들 정도로 아프다. 모성 본능이 강해 공격할 때도 새끼를 끼고 공격한다. 절벽같이 높은 암석 위에 돌을 쌓아 올려 둥근 형태의 둥지를 만든다. 그 때문에 둥지를 꾸미려면 항상 돌이 필요하다. 일부일처제인 이들은 알도 새끼도 부부가 번갈아 가며 품고 키운다. 수명이 20년 정도인데 매년 같은 짝과 함께 번식지로 돌아올 만큼 금실이 좋다. 하늘을 날지 못하는 대신 물속에선 앞발을 프로펠러처럼 움직여 시속 50㎞까지 헤엄쳐 간다. 마치 물속을 나는 새처럼.
그래도 턱끈펭귄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쪽잠이다. 평균 수면 시간이 4초쯤 되는데 그걸 하루에 일만 번 이상 되풀이한다. 그걸 모두 합하면 하루 11시간을 자는 셈이다. 쪽잠을 자는 이유가 포식자로부터 알과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함도 있지만 다른 펭귄들이 둥지 속 돌을 훔쳐 가지 못하게 지키기 위함도 크다. 그만큼 이들에겐 돌이 생존과 번식을 위한 중요한 자산이며 필수품이어서 돌 때문에 서로 피 터지게 싸우는 일이 흔하다. 그러니 내가 그 귀여운 녀석들에게 얼마나 이곳 돌들을 한 바구니씩 주워 골고루 갖다 바치고 싶겠는가. 그들을 생각하면 무심히 발길에 차이는 돌멩이 하나도 예사롭지 않고, 세상 사는 게 얼마나 끝없는 투쟁의 연속이며, 자신을 지키기 위한 필사적 측은지심인지 다시금 숙고하게 된다.
김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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