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 구형 앞둔 윤석열 전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이도흔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내건 '반국가세력' 타이틀은 결국 내란 특별검사팀 수사 끝에 윤 전 대통령 자신을 향하게 됐다.
내란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주도한 비상계엄 사태를 "헌정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반국가세력'에 의한 중대한 헌법질서 파괴 사건"이라 규정하며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내란 우두머리 결심공판 중 웃음 보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3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군경 핵심 관계자 7명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1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박억수 특검보는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무를 규정한 헌법 제66조에 이어 국가보안법 제1조를 언급하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25쪽 분량 최종의견을 읽어 내려갔다.
국보법 1조는 '이 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 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반국가세력 척결은 윤 전 대통령이 든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이다.
그는 2024년 12월 3일 밤 계엄을 선포하며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줄탄핵, 입법 독재, 예산 삭감" 등을 들어 국회 다수석을 차지한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지었으나, 이날 특검팀은 이런 반국가세력으로 바로 윤 전 대통령 본인을 지목했다.
박 특검보는 "이 사건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권력욕을 위해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입법권과 사법권을 찬탈해 권력 독점과 장기 집권 목적으로 북한의 무력 도발을 유인해 비상계엄 요건을 조성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실체적·절차적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회에서 헌정질서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정치활동을 내란을 획책하는 반국가행위로 몰아 비상계엄을 선포한 사안"이라고 정의했다.
박 특검보는 군과 경찰의 국회 침입과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체포 시도 등을 열거한 뒤 "이런 일련의 행위는 헌법 수호 및 국민의 자유 증진에 대한 책무를 저버리고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직접적이고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이라며 "목적과 수단, 실행 양태에 비춰볼 때 국가보안법이 규율 대상으로 하는 반국가활동의 성격을 갖는다고 평가함이 상당(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명분으로 지목했던 이른바 '반국가세력'이 실질적으로 누구였는지를 명확히 드러낸다"며 "국회와 선관위 무장 군인 난입과 언론사 단전·단수 시도 등 우리 헌정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반국가세력'에 의한 중대한 헌법질서 파괴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죄' 검찰 구형 |
박 특검보는 또 비상계엄 선포를 '친위 쿠데타'로 규정지으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가리켜 "반국가활동에 동조한 반국가세력"이라고 지적했다.
비상계엄을 앞두고 소집돼 장시간 대기한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 조태용 전 국정원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정진석 전 비서실장, 신원식 전 안보실장, 김주현 전 민정수석, 김태효 전 안보실 차장 등도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동조 또는 이를 묵인한 반국가세력의 일원으로 지목됐다.
이들이 당시 총칼로 위협받거나 통제받지 않았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통신할 수 있었음에도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국무위원을 소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알려 이를 제지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특검보는 "친위 쿠데타의 목적은 예외 없이 독재와 집권 연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이에 동참하거나 묵인한 그들이야말로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 및 자유를 위태롭게 하는 윤석열 등의 헌정질서 파괴행위, 소위 '반국가활동'에 동조한 '반국가세력'으로 평가받아 마땅한 자들"이라고 덧붙였다.
내란 우두머리 결심공판 중 웃음 보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 |
박 특검보는 "이번 재판을 통해 공직 엘리트들이 자행한 헌법질서 파괴행위를 전두환·노태우 세력에 대한 단죄보다 더 엄정하게 단죄함으로써 대한민국이 형사사법시스템을 통해 헌정질서를 수호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지목된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내란 우두머리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 무기금고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특검팀이 선고형까지 고려한 실효적 구형보다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한 것이다. 이는 원칙과 명분에 따라 비상계엄 사태에 명확한 법적 청산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박 특검보는 "대한민국은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지만 사형은 구형되고 있고 선고되고 있다"며 "대한민국 형사사법에서의 '사형'은 '집행해 사형시킨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동체가 재판을 통해 범죄 대응 의지와 그에 대한 신뢰를 구현하는 것으로 기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형 구형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의 범죄에 대해 강력하게 단죄한다는 상징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무기징역을,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는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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