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이 눈부시다. 불과 3년 남짓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조차 숨 가쁠 정도다. 돈 안 되는 한문 번역과 인문학 연구 영역은 비교적 안전할 줄 알았고, 이전의 기계 번역이나 초창기 생성형 AI는 남은 시간이 많음을 입증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시간이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꽤 높은 수준의 번역이 제공되며, 방대한 고전 자료를 정리하는 능력은 기대를 한참 넘어섰다.
물론 전문 영역에서 결과물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구석이 여전히 있지만 주변 자료를 폭넓게 파악할 때 썩 유용하다. 한국학 연구자가 영미권 학술 무대에 발신하기는 쉽지 않았는데, 어휘와 개념에서 문제 제기 방식까지 일일이 상의하며 글로벌 표준에 맞춘 영어 논문을 쓰는 일이 가능해졌다. 전공 분야와 관련해 AI가 학습할 양질의 데이터를 선별하고 협업을 통해 이를 기술화하는 일의 수요도 오히려 늘어났다. 이른바 AX, 인공지능 전환의 물결에 올라타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문제는 다음 세대의 진입 장벽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AI 사용이 더 효율적인 직급에 대한 채용이 급감한다고 한다. 대개 해당 분야 초년생으로 일을 도우며 배워가는 직급인데, 이들이 없어도 AI만 잘 활용하면 소수의 시니어만으로 당장 좋은 성과를 내는 데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한문 번역과 인문학 연구 역시, 앞서 말한 AI와 전문가의 행복한 협업은 일정 정도 이상의 경륜을 갖춘 이들에 한정되는 이야기다. 아직 AI가 내놓은 초벌 번역의 오류를 파악하고 다듬을 수준에 이르지 못한 학문 후속 세대에게는, 전문가로 오르는 사다리가 사라져 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술 진보와 자본 집중이 합작하여 거대한 수요를 만들어내는 한, AI로 인한 변화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처럼 돌이킬 수도, 거스를 수도 없다. 그 기세의 선봉에서 주체를 잃지 않도록 국가의 총력을 기울일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분야마다 원하는 개인에게 교육과 숙달의 기회를 마련해 주는 일에도 사회적 비용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다음 세대의 지속을 위해서, 그리고 전문가와 경력자의 자리마저 AI가 온전히 대체하는 세상이 와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면.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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