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10만 원만 내면 여성을 10번 이상 소개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가입하지 않으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근무하는 20대 일반의 이 모 씨는 최근 한 대형 결혼 정보 회사로부터 이 같은 전화를 받았다. 이 씨는 가입 상담을 신청한 적이 없지만 업체는 이미 그의 학력과 직업을 파악한 상태에서 가입을 권유했다. 그는 “주변 동료와 선후배 의사들 역시 비슷한 전화를 받은 경우가 많다”며 “사실상 공짜에 가까운 조건이라 가입하지 않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13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결혼 정보 시장에서 성별과 직업에 따라 가입비와 서비스 조건을 극단적으로 차등 적용하는 관행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변호사 등 남성 전문직에게는 저가의 ‘미끼 요금’을 적용해 가입자를 늘리는 반면 여성 고객에게는 고가의 프로그램 가입을 유도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의 경우 직업과 무관하게 최소 300만~400만 원대 프로그램 가입을 권유받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훈훈한 전문직 남성과 매칭되려면 최소 300만 원 이상은 내야 한다고 했다”며 “집안까지 좋은 남성을 원하면 더 비싼 프로그램에 가입해야 한다는 식으로 설득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남성 전문직의 경우 이성 만남 1회당 비용이 최소 3만 원 이하로 책정되는 반면 여성은 같은 조건에서 수십 배에서 많게는 수백 배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직 남성은 결혼 시장에서 희소성이 높아 저렴한 가격에 가입시켜 ‘풀(pool)’을 확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가격 차별이 노골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여성 가입비는 20대, 30대 초반, 30대 후반 등 나이대별로 다시 세분화돼 책정된다. 특히 30대 중반 이상인 여성은 5회 미만의 만남에 평균 500만 원 이상의 가입비를 지불해야 원하는 조건의 남성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암묵적인 기준이다. 일부 업체는 여성 고객에게 수천만 원대의 이른바 ‘프리미엄 프로그램’ 가입을 유도하기도 한다.
30대 후반 여성 김 모 씨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가격은 올라가고 만남 횟수는 줄어든다”며 “가입을 고민하다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의 배경으로 한국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전통적 결혼관을 지목한다. 결혼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성별과 나이에 따라 가치를 매기는 인식이 가격 정책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남성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전통적 결혼 문화가 시장 논리와 결합하면서 남성 전문직은 저렴하게, 여성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며 “결혼 성사 시 보수를 받는 성과보수형 요금 체계로 전환하면 형식적인 만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real@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