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속개된 내란 우두머리 사건 결심 공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입장하고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재판 영상 캡처 |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사건 결심(結審) 공판에서 프랑스 철학자 몽테스키외를 언급하며 “비상계엄 선포는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일각에서 재판 지연술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우리가) 재판을 지연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특검이 신속한 재판을 못 하게 했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서울중앙지법 |
◇“3년 걸릴 재판, 증거 동의해 빨리 마쳐”
윤 전 대통령 측 이경원 변호사는 이날 특검의 구형에 앞서 진행 중인 서류 증거(서증) 조사를 시작하면서 입장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15만쪽에 이르는 증거 등에 대부분 동의했고, 이에 따라 진술인만 600명인 이 사건의 증인 신문을 8개월 만에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진술 조서를 피고인이 재판의 증거로 쓰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 피고인 측에서 진술 조서를 모두 부동의하면 다수의 증인을 법정에 불러야 해 재판이 지연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변호사는 “(증인 규모가) 매일 증인 신문을 해도 3년 이상 걸리는 규모인데, 적극적으로 증거 채택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오히려 특검이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협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직접 관련이 있는 증인에 대한 신문이 필요한데도, 직접 관련이 없는 증인들부터 신문을 했다”고 했다. 내란 사건 관련 주요 증인인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은 작년 4월 정식 재판이 열린 뒤 6개월이 지나서야 증인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서울중앙지법 |
이 변호사는 ‘노상원 수첩’이 내란 혐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특검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 등을 근거로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10월부터 비상계엄 선포를 계획했다고 본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 측은 이 수첩에 기재된 필체를 보면 동일한 필기구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기간에 걸쳐 계엄 계획이 실제로 작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또 윤 전 대통령이 수첩에 메모를 쓴 게 아니어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게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이다.
◇尹측 “계엄선포는 사법심사 대상 아냐”
발언권을 넘겨받은 배보윤 변호사는 삼권분립을 처음 정립한 프랑스 철학자 몽테스키외를 언급했다. 삼권분립에 기초한 헌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이는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게 배 변호사 주장의 핵심이다. 배 변호사는 “계엄 선포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필요로 하는 대통령의 정치 행위”라며 “원칙적으로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 조치처럼 계엄 선포는 사법 심사 대상이 아닌 대통령의 통치 행위일 뿐이란 주장이다.
배 변호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고 번복하려 했다고 네 가지 범죄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 측의 면책특권 주장을 받아들여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배 변호사는 “이러한 면책이 없다면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일상화될 것”이라며 “대통령직과 정부가 약화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 내란죄 수사권 없다”
이런 가운데 위현석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을 지난해 1월 체포·구속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며, 위법한 수사가 이뤄졌다는 주장을 펼쳤다. 위 변호사는 “공수처는 직무상 범죄, 부패범죄, 고위공직자범죄와 이로부터 파생된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권이 있다”며 “이 범죄엔 내란죄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돌입한 작년 1월 15일 오전 대통령 관저 모습./뉴스1 |
특검은 공수처가 수사 범위에 해당하는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며 관련성이 있는 내란 혐의를 인지해 수사한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위 변호사는 “공수처는 내란 혐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를 개시한 것”이라며 “위법 수사가 명백하다”고 했다.
◇히틀러 언급하며 “계엄 선포는 방어적 목적”
한편 윤 전 대통령 측은 오후 재판에선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등을 언급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의 자유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방어적 민주주의의 발동”이라고 주장했다. 히틀러와 차베스 전 대통령,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 전 대통령 등 독재자들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대중의 압도적 지지를 얻은 뒤 민주주의를 파괴했고, 이러한 일이 한국에서 반복되지 않게 하려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동찬 변호사는 “모든 일에 국민의 뜻을 앞세우는 현재 대한민국의 어느 정당이 떠오르는 대목”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계엄 선포 전 야당(더불어민주당)의 무차별적 입법과 예산 삭감은 견제가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였다”며 “물리적 폭동만 없었을 뿐 체제를 전복하려는 시도이자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에 시작한 재판은 오전 11시 51분 점심 식사 등을 위해 휴정했다. 검은색 양복을 입고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1차 결심 공판 때와 달리 변호인들이 준비한 PPT 파일이 나오는 모니터를 응시하며 변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오후 1시 40분 재판을 재개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서증 조사에 6~8시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만큼, 특검 측 구형은 오후 7시 전후로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재판부는 원활한 특검 측 구형을 위해 오후 5시까지 서증조사를 마쳐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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