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문제는 이 메가톤급 변화를 여전히 개별 기업의 인사 관리 문제나 개인의 노후 설계 차원으로 축소해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태의 본질은 훨씬 엄중하다. 노동 공급이 붕괴하면 그 어떤 화려한 경제정책도 동력을 잃는다. 지속적인 성장 없이는 우리가 누려온 복지 체계 역시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 성장은 자본 축적, 기술 혁신, 노동 투입이라는 세 바퀴로 굴러간다. 한국은 인구가 팽창하던 시기, 압축성장을 통해 자본과 기술이라는 두 바퀴를 성공적으로 갈아 끼웠다. 그러나 이제 노동 투입이라는 축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매년 100만 명의 노동력이 산업 현장을 떠난다는 것은 단순한 머릿수 감소가 아니다. 이는 잠재성장률의 구조적 침몰을 의미한다.
이 인구학적 충격은 역설적으로 1960~1970년대 초반, 매년 100만 명 안팎의 아이들이 태어나던 ‘활력의 시대’가 되돌려 보낸 부메랑이다. 1960년부터 1970년까지, 거의 매년 100만 명을 상회했던 이른바 ‘메가 코호트(Mega-cohort)’ 세대가 이제 정년을 맞이하는 60대 전후가 되었다. 이들은 산업 현장의 숙련 기술과 조직 운영의 암묵지, 그리고 후배 세대를 길러내는 교육자 역할까지 맡아온 우리 경제의 허리였다. 이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기업이 감내해야 할 생산성 급락과 기술 전승의 단절, 리더십 공백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제 노동 절벽 문제를 단순히 ‘정년 연장’이라는 찬반 구도의 이분법에 가둬둘 수는 없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전례 없는 상황에서, 핵심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정년을 늘릴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청년·여성·고령층의 노동 참여율과 생산성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다.
대응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특정 나이로 정년을 규정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직무와 역량 기반으로 임금 체계를 재설계해, 숙련된 고령 인력이 더 오래 기여할 수 있는 유연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노동시장의 시공간적 유연성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 여성과 청년이 진입과 재진입에 느끼는 문턱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다. 셋째, 보육과 돌봄의 과감한 사회화다. 가족이 감당해 온 무급 노동을 공적·시장 서비스로 과감히 이전해 노동력의 사장을 막아야 한다.
정부는 올해 2%대 성장률 달성을 위해 국부펀드 조성과 투자 활성화 등 다양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모두 필요한 정책들이다. 하지만 눈앞에 들이닥친 노동인구 절벽이라는 근원적 위협을 외면한다면, 그 어떤 처방전도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것이다.
회색코뿔소는 더 이상 먼 곳의 경고가 아니다. 이미 통계 속에, 그리고 우리의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우려가 아니라, 시간을 다투는 과감한 결단과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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