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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논단_전하진 칼럼] ‘한국 소멸’ 경고에 되짚는 기후행동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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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X재단 이사장
인구절벽에 갇혀 뾰족한 수 못찾아
삶의 권리 확보된 생존주권 필요해
독자 생존력 갖춘 소공동체가 대안


“북한은 굳이 남침할 필요조차 없다. 시간이 지나면 그냥 걸어 들어오면 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의 인구 절벽을 두고 던진 섬뜩한 주장이다. 그는 현재 추세라면 3세대 안에 한국 인구가 지금의 3%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며, 한국을 ‘소멸 1순위’ 국가로 지목했다.

성인용 기저귀 판매량이 유아용을 앞지른 현실을 두고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명백한 시그널”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 충격적인 경고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맹신해 온 고비용, 고성장 모델, 즉 ‘머니로직(Money Logic)’의 파산 선고다.

치솟는 집값과 사교육비, 고물가 속에서 ‘생존’ 자체가 비용이 되어버렸다. 이런 와중에도 지역은 소멸을 걱정한다. 또한 기후위기에 안심할 만한 곳을 찾기도 힘들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 혁신은 생산성과 효율을 이유로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결과적으로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대다수의 소비력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인구 절반의 자산 규모가 9% 남짓인 사회에서 아이를 출산하는 것은 여러 이유로 ‘비합리적 선택’이 되어버린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머스크의 해법이다. 그는 인류 멸종의 위기에 대비해 ‘화성 이주’라는 거대한 보험을 만들고 있다. 지구라는 단일 플랫폼의 리스크를 헤지(hedge)하기 위해 ‘다행성 종족’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화성행 티켓을 끊지 못한 대다수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붕괴해가는 시장에 계속 베팅할 것인가?

나는 그 해답을 화성이 아닌, 우리가 발 딛고 선 이곳에서 가장 최소의 삶의 권리를 스스로 확보하는, 바로 ‘생존주권(survival sovereignty)’에서 찾는다.

생존주권은 외부 시스템이 붕괴하거나 초인플레이션이 닥쳐도 내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의식주와 에너지를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다. 머스크에게 스페이스X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살림셀(Salim Cell)’이 필요하다.


살림셀은 마을은 물론이고, 군부대, 산업단지, 학교 등의 소공동체가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먹거리와 돌봄을 나누는 ‘지상의 방주(Ark)’라 할 만하다.

이 ‘방주’의 기능은 비단 인구 소멸에 대한 방어에만 그치지 않는다. 살림셀은 기후 위기와 기술의 습격이라는 다중위기(polycrisis)를 돌파하는 전방위적 솔루션이다. 직접 생산한 재생에너지로 움직이는 시스템은 기후 재난으로 인한 블랙아웃과 에너지 비용 폭등을 무력화시킨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확실한 기후 행동이자 에너지 안보 전략이다.

또한, AI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빠르게 대체해 가고 있는 기술 위협 속에서도 살림셀은 독자적인 생존력을 발휘한다.


돈을 벌기 위한 ‘고용 노동’은 기술에 밀려날 수 있지만, 나와 이웃을 돌보고 먹거리를 만드는 ‘살림 노동(deep job)’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가치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공포 속에서도 돈 없이 존엄하게 살 수 있는 기반, 즉 어떤 기술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안전판을 만들자는 것이다.

상상해 보라. 에너지 비용이 ‘0’에 수렴하고, 고용 불안과 기후 재난의 공포에서 해방된 삶을. 이러한 지속가능한 환경에서 공동체와 함께 정서적 안정을 꾀할 수 있다면, 불확실한 미래에 내 자산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리스크 헤지 수단인 것이다.

삶의 비용 자체를 획기적으로 낮추어 경제적 자유를 확보하는 살림셀의 가치가 주식회사처럼 자본시장의 중요한 투자대상이 된다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기업과 살림셀 중에 어느 쪽이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겠는가? 머스크의 ‘화성 방주’에 투자가 몰리듯 ‘살림셀’에도 투자가 몰릴 것 같지 않은가.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침몰하는 배 위에서 서로의 몫을 다투며 치열하게 경쟁하며 파국을 맞이할 것인지, 아니면 살림셀이라는 새로운 방주에 투자하여 지속가능한 미래를 창조해 나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전환은 비용이 아니다. 파국을 피하는 가장 저렴하고도 확실한 보험이요 투자다. 머스크의 경고를 흘려듣지 말자. 우리의 포트폴리오에 ‘살림셀’이라는 미래자산이 없다면, 머스크의 예상대로 소멸을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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