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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용 AI, 실험용 로봇…기술 최전선에 ‘메이드 인 차이나’ 스며들었다[마가와 굴기 넘어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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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경기 김포의 한 카페에서 ‘팔콘아이즈’ 대표 주현우씨가 중국 알리바바의 오픈소스 AI 이미지 생성 모델 ‘Z이미지’를 이용해 작업을 해 보고 있다. 김상범 기자

지난달 6일 경기 김포의 한 카페에서 ‘팔콘아이즈’ 대표 주현우씨가 중국 알리바바의 오픈소스 AI 이미지 생성 모델 ‘Z이미지’를 이용해 작업을 해 보고 있다. 김상범 기자



“깃허브에서 Z이미지(Z-image)를 내 컴퓨터로 복제(clone)해줘” 9년차 개발자 주현우씨(34)가 컴퓨터 화면의 검은 실행창에 명령어를 입력했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온라인 코드 저장소 ‘깃허브’에서 주씨의 컴퓨터로 중국 알리바바의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모델 ‘Z이미지’가 고스란히 복제됐다.

“그럼 Z이미지에 제 작업을 한번 시켜볼까요?” 주씨는 한 정보기술(IT) 회사에서 AI 및 증강현실(XR) 관련 프로젝트를 이끌다가 최근 독립했다. 3차원(D) 공간에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스타트업 ‘팔콘아이즈’를 지난달 설립했다. 작게는 명품 매장에서부터 크게는 마을·도시까지, 특정 공간을 AI와 결합한 3차원(D) 이미지로 구현하는 게 핵심 서비스다. 지금은 주씨가 대표이자 유일한 직원. 그러나 주씨는 방금 설치한 Z이미지를 비롯해 AI 모델 여럿을 마치 휘하 직원들처럼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주씨는 먼저 12㎡짜리 단순한 원룸 도면을 띄웠다. 그리고 “북쪽 벽은 모던하고 미니멀한 스타일로 꾸며줘. 바닥재는 밝은 색의 오크나무 재질로, 그리고 LED 간접조명을 사용해.” 같은 프롬프트(대화)를 AI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에 전달했다. 클로드 코드는 이를 257줄짜리 코드로 순식간에 써내려갔다. Z이미지가 이 코드를 받아 실제 작업을 수행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4면의 벽과 천장·바닥 등을 실제 방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훑어볼 수 있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신기하죠? 저도 신기합니다.”

Z이미지는 구글의 AI 이미지 생성도구 ‘나노바나나’에 버금간다고 알려진 알리바바의 이미지 모델이다. 주 대표는 “실제 작업을 할 때는 3D 그래픽을 씬(장면)마다 바꾸는 등 아주 정교하게 짜야 하는데 그때마다 나노바나나를 사용하면 돈이 엄청나게 든다”고 말했다. 물론 한 번 사용할 때마다 몇백원 수준이지만 작업량이 늘 수록 비용은 금새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주씨는 “대신 Z이미지 같은 무료 소스를 로컬(개인용 PC)에 설치해 놓으면 전기세만 지불하면서 무료로 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월 10만원을 내면서 쓰고 있는 미국 회사 앤쓰로픽의 클로드 코드 또한 알리바바의 무료 오픈소스 큐원(Qwen)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지난달 6일 경기 김포의 한 카페에서 ‘팔콘아이즈’ 대표 주현우씨가 중국 알리바바의 오픈소스 AI 이미지 생성 모델 ‘Z이미지’를 이용해 작업을 해 보고 있다. 김상범 기자

지난달 6일 경기 김포의 한 카페에서 ‘팔콘아이즈’ 대표 주현우씨가 중국 알리바바의 오픈소스 AI 이미지 생성 모델 ‘Z이미지’를 이용해 작업을 해 보고 있다. 김상범 기자


“중국 AI가 코드 속에”…네이버 모델에도 ‘알리바바 오픈소스’


‘메이드 인 차이나’는 과거 주로 생활잡화나 저가형 전자제품 시장으로 밀려들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딥시크 쇼크’ 이후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중국 테크 기업들은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누구나 접근·수정할 수 있는 오픈소스 방식으로 풀며 전 세계의 초(超) 하이테크 분야를 자신들의 영역 안으로 빠르게 빨아들이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11월 블룸버그통신은 “중국형 AI가 단순한 경쟁자 지위를 넘어 이제는 실리콘밸리의 코드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라고 진단했다.

마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무료 배포해 스마트폰 생태계를 장악한 뒤 수익화에도 성공한 구글처럼, 오픈소스 전략은 궁극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나 기업용 솔루션 등 상용 서비스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반 소비자가 접하는 AI 상담사나 이미지 생성도구 등의 앱 서비스가 ‘수도꼭지’라면, 파운데이션 모델은 방대한 지식을 학습한 ‘AI 저수지’라 할 수 있어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

아직 일반인들은 체감하기 어렵지만 프로그램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주씨처럼 개인용 컴퓨터에 오픈소스 모델을 내려받아놓고 돈 걱정 없이 마음껏 쓰는 형태가 ‘뉴 노멀’이 됐다. 네트워크 연결 없이 컴퓨터 속 AI와 폐쇄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므로 보안 우려도 없다. 모 통신사의 AI 챗봇은 아예 알리바바 큐원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국내 굴지의 제조 대기업에서 내부 서버에 딥시크를 깔아 놓고 코딩 용도로 쓴다더라”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돌 정도다.

국내 한 에너지 기업 소속 개발자인 정병기씨(32)는 원래 자기 혼자만 쓰려고 만든 PDF 번역 프로그램을 회사 동료들한테도 공유해줬다. 정씨는 “처음에는 나만 쓸 생각으로 만들어서 화면 구성이나 사용법이 개발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어려웠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화면 디자인을 전체적으로 다시 만들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크기만 53메가바이트(MB)에 코드는 수십만 줄에 달하는 프로그램을 가공하는 작업은 혼자서라면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 그러나 중국 즈푸(智谱)의 AI 모델 ‘GLM 4.5 에어’ 모델에 몇 가지 명령을 내리는 것만으로 정씨는 손쉽게 작업을 마쳤다. 그는 “옛날에는 웹디자이너까지 합세해 거의 일주일 이상을 쏟아부어야 했던 일”이라며 “AI의 발전으로 30분~1시간이면 끝나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가 최근 중국 오픈소스 AI를 주로 활용한 분야는 광학 문자 인식(OCR·텍스트나 이미지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변환)작업이다. 정씨의 회사처럼 역사가 긴 기업일수록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문서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최근 기업들이 생성형AI를 업무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서들을 일일이 AI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디지털화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정씨는 “한국 기업·관공서의 문서는 표 안에 또 표가 들어있기도 하는 등 양식이 굉장히 복잡한 경우가 많다”라며 “이걸 빠르고 자연스럽게 스캔하는 데 최근 출시된 딥시크나 패들(바이두)의 OCR 성능이 탁월했다”고 말했다.

국내 인공지능(AI) 모델 제작사 업스테이지의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인 ‘솔라’가 중국 즈푸(智?)  ‘GLM 4.5 에어’를 표절했다는 논란에 대해 김성훈 대표가 지난 2일 영상 컨퍼런스를 통해 개발 과정을 공개하며 의혹을 반박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국내 인공지능(AI) 모델 제작사 업스테이지의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인 ‘솔라’가 중국 즈푸(智?) ‘GLM 4.5 에어’를 표절했다는 논란에 대해 김성훈 대표가 지난 2일 영상 컨퍼런스를 통해 개발 과정을 공개하며 의혹을 반박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성능과 가격 앞에서는 국적은 별 의미가 없다. 다양한 AI 모델을 제공하는 글로벌 플랫폼 ‘오픈라우터’에서 오픈AI의 GPT 5.2나 클로드 오푸스 4.5 등 미국 회사들의 AI 모델은 한글 1000자 당 약 3~4원 정도의 가격을 지불해야 하지만 큐원이나 딥시크의 일부 모델은 완전 무료다. 정씨는 “싸고 좋은데 안 쓸 이유가 없다”며 “중국 모델들은 중국 정치와 관련한 질문은 답변을 못 한다는 이야기도 많았는데, 사실 코딩은 정치적 요소가 아예 배제된 작업이어서 쓰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주현우씨 또한 “특정 국가의 기술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비용 효율성 기준을 따르는 것”라며 “비용을 낮추고 고객들이 원하는 본질적인 부분에 시간·자원을 집중하자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AI 영향력은 한국의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에도 드리우고 있다. 해당 사업에 참여한 업스테이지의 대형언어모델(LLM) ‘솔라’가 중국 GLM의 학습 코드를 모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업스테이지는 “모델 구조는 오픈소스 코드로 표준화돼 있지만, ‘가중치(정보의 중요도를 조절하는 값)’는 밑바닥부터 새롭게 쌓아올렸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어 네이버마저도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에 알리바바 큐원의 비전 인코더(이미지·영상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신호로 변경하는 모듈)를 차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지켜본 한 개발자는 “과거에는 미국·한국 등의 기술을 중국이 ‘리버스 엔지니어링(작동 원리를 거꾸로 분석해 매커니즘을 밝히는 방식)’으로 따라하는 게 문제였다면, 지금은 한국이 중국 기업을 카피했다는 의혹을 받는다는 게 아이러니하다”라고 말했다.

연구실 로봇도 중국 업체가 장악


로봇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의 침투력이 확인된다. 항저우의 로봇기업 유니트리는 최근 제어 알고리즘 등을 연구하는 국내 대학 연구실을 중심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저렴한 가격이 무기다. 유니트리 G1 로봇의 가격은 약 20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문형필 성균관대 지능형로봇학과 교수는 “그 가격에 살 수 있는 (다른)로봇이 없다”라며 “물론 원천 기술 중에는 김상배 MIT 교수의 전기모터 기술 같은 한국인 연구자들의 성과물도 많지만, 유니트리는 빠르게 이를 상용화해 값싸게 시장에 내놓는 데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유니트리의 국내 총판업체인 영인모빌리티의 2025년 로봇 판매량은 2024년 대비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비 사정이 열악한 대학에서부터 중국 첨단기술의 존재감이 커지는 양상이다. 지난 윤석열 정부의 대대적인 연구비 삭감이 이를 가속화했다. AI 소프트웨어를 연구하는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매년 연구비의 적지 않은 부분을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입하는 데 쓴다. 그는 “엔비디아 생태계가 견고해서 아직은 도전자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만약 제 3의 업체가 GPU 성능을 비약적으로 높이면서도 훨씬 저렴한 값에 공급한다면 안 살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 지난달 중국 화웨이는 “엔비디아 외 ‘제2의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며 최신 AI 칩 ‘어센드 950’를 앞세워 2026년부터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발리안 왕 화웨이코리아 CEO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화웨이 데이 2025’에서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발리안 왕 화웨이코리아 CEO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화웨이 데이 2025’에서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하이테크가 밀려드는 가운데 우리의 기술 정책은 어떻게 갈피를 잡아야 할까. 전문가들은 중국 오픈소스 접근성이 부쩍 높아진 와중에도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등의 시도를 멈추지 않고 경험을 축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장동인 카이스트 AI대학원 교수는 “반도체·조선·철강 등 전통 산업에 AI를 적용하는 ‘AI 전환(AIX)’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는 와중에, ‘어떤 파운데이션 모델을 쓸 것인가’ 질문이 항상 따라온다”라며 “해외 모델로는 담기 어려운 국내 산업들만의 복잡한 맥락과 요구 사항이 있기 때문에 파인튜닝(범용 모델을 가져와 특정 목적에 맞는 데이터로 추가 학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연구 토양의 저력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형필 교수는 “한국의 로봇 연구계가 (중국에 비해)작지만, 또 그렇게 작지도 않다”라며 “세계 로봇 학술대회에 발표하는 논문 숫자로 한국이 매년 5위권 안에 드는 데다 지난해 10월 열린 학술대회 ‘IROS’에서도 전체 참가자 7000여명 중 한국 참가자 숫자가 두 번째로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아직 돈이 안 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일반 연구자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로봇 하드웨어 플랫폼이 다양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대신 연구 성과가 실제 기술혁신과 상업화로 이어지도록 정부 등이 연구 생태계 조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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