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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티 벗고 힙한 ‘글로벌 감성’ 장착…중국 AI 서비스 쏟아진다[마가와 굴기 넘어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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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 학습 어플리케이션 ‘애스크시아’(오른쪽)와 해당 앱 개발사의 제품 기획을 맡았던 렌잉원(任盈雯·왼쪽 사진). 본인 제공

인공지능 기반 학습 어플리케이션 ‘애스크시아’(오른쪽)와 해당 앱 개발사의 제품 기획을 맡았던 렌잉원(任盈雯·왼쪽 사진). 본인 제공



‘애스크시아(AskSia·시아에게 물어봐)’는 2023년 출시된 인공지능(AI) 학습 어플리케이션(앱)이다. 강의 요약, 노트 정리, 간단한 퀴즈 작성 등, 마치 개인 과외선생처럼 학습 전반에 걸쳐 도움을 준다. 구독료는 월 12달러(약 1만6800원)에서 25달러(3만5000원) 수준. 출시 3년차에 접어든 이 앱의 사용자는 약 20여만명에 달한다. 대부분 북미 지역의 중·고등·대학생들이다. 본사도 미국에 있다.

그러나 창립 멤버 대다수는 중국인 청년들이다. 렌잉원(任盈雯·30)도 그 중 하나다. 화웨이에서 2년간 알고리즘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그는 지난 2022년 챗GPT의 등장에 큰 충격을 받고 생성형AI 산업에 올라타기 위해 애스크시아 창업팀에 합류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시장 전략을 세우는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렌은 서비스 출시 1년만에 연간 매출 100만달러(약 14억원)를 달성하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렌은 지금은 중국으로 돌아와 예비 창업가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컨설팅 일을 한다. 렌은 지난달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 배경에 대해 “중국은 글로벌 AI 제품의 가장 중요한 공급원 중 하나”라며 “다만 대다수의 중국 창업가들이 해외에서의 유통, 현지화, 신뢰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꼬리표는 어딘가 촌스럽고 투박한 제품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생성형 AI와 결합한 다양한 중국산 디지털 서비스 및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애초부터 한국·북미 등 부유한 시장을 노리고, 젊고 세련된 감각으로 중무장한 채 말이다. 렌 같은 마케터들의 도움을 받아 철두철미한 현지 공략법을 짜기도 한다. 아예 자국 내수 시장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렌은 “중국 내 경쟁이 극도로 치열해져서 고객을 유치하기가 힘들다”라며 “반면 디지털 기술 장벽은 AI로 인해 대폭 낮아져, 소규모 기업도 글로벌 유통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2002년생 중국 창업가 장티안이 경향신문과 화상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그가 개발한 면접 준비 어플리케이션.

2002년생 중국 창업가 장티안이 경향신문과 화상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그가 개발한 면접 준비 어플리케이션.


글로벌 창업 열풍은 서른도 채 안된 ‘링링허우(00后·200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 사이에서도 뜨겁다. 2002년생 장티안은 캐나다 워터루대 공대를 다니다가 지금은 베이징에 머물며 AI 면접 준비 앱 ‘베이즈(Beyz)’를 운영한다. 학교·회사 면접을 앞둔 사람들에게 다양한 질문거리와 피드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장씨는 “대형언어모델(LLM)을 모든 종류의 면접 시나리오에 통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역시 주요 타겟은 해외 고객들. 장씨는 “중국인들의 저축률은 30~40% 정도로 아주 높은 수준”이라며 “AI 제품에 많은 돈을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앱은 영어·스페인어·프랑스어·한국어 등 11개국 언어를 지원하며 철저히 ‘실리콘밸리 감성’으로 꾸며졌다. 그와 동료들은 이 앱으로 한달에 최대 2만달러(약 2800만원)를 번다.

이같은 트렌드 이면에는 중국 내 치열한 경쟁 압력이 있다. 15%에 달하는 청년실업률과 35세 전후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는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의 문화도 한몫한다. 게다가 AI의 도움으로 ‘바이브 코딩(자연어로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짜 주는 방식)’이 가능해지면서 디지털 1인 기업(OPC·one person company)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개인사업자 수는 전년대비 300% 급증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통적인 고용주들이 제공하는 일자리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대졸자들에게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라며 “1인 기업은 고학력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진출 노하우가 빠르게 공유되는 것도 특징이다. 중국에서 10년 넘게 거주하며 산업 탐방 프로그램 ‘차이나테크투어’를 운영하는 박혜화씨는 지난달 항저우에서 열린 ‘AI 크리스마스’ 행사에 참석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거둔 창업가 15명이 예비 창업가들에게 조언해주는 자리로, 딥시크 출신의 한 강연자는 아직 출시하지도 않은 자신의 ‘AI로 사람 찾아주는 앱’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박씨는 “대다수의 서비스가 초기부터 해외 진출을 고려해 기획된다”라며 “북미, 유럽, 한국 등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노하우와 시행착오가 숨김없이 공유된다는 게 중국 창업문화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된다. 항저우의 신생 로봇기업 이치웨이라이(易启未来)가 만드는 물리치료 로봇은 애초에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iF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 회사 위즈용(余志勇) 대표는 인터뷰에서 “한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기 때문에 주요 고려 대상이다. 한국어 버전을 당장 만들 수도 있다”며 열의를 드러냈다.

그 과정에서 중국 색깔을 지우고 ‘현지 브랜드’로 옷을 갈아입기도 한다. 지금도 하이센스 등 중국 회사의 가전제품이 국내 유통업체의 자체 브랜드(PB)로 둔갑해 시장에 유입되고 있는데, 이같은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선전에서 로봇 디자이너로 일하는 정재완씨는 “최근 해외진출 트렌드를 보면 더 이상 중국 회사가 ‘중국 회사’가 아닌 경우가 많다”라며 “미국 등 해외 업체와 합작해 개발은 선전 등 중국 현지에서 이뤄지지만 ‘중국 회사’라고 대중들이 인식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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