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국회관광산업포럼 공동대표 겸 한양대 사회과학대학 학장] 최근 언론은 관광 현장과 전통시장에서 반복되는 바가지요금과 불친절 문제를 연이어 지적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관광산업이 성장하려면 바가지요금과 불친절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관광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그렇다면 왜 국내 관광은 이 문제를 되풀이하며 위기를 겪는가. 근본적인 원인은 ‘가격’이 아니라 ‘신뢰’에 있다.
독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은 신뢰를 “복잡성을 감소시키는 메커니즘, 즉 기대치에 대한 확신”이라고 정의했다. 낯선 환경에서 모든 정보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관광객에게 신뢰는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다. 신뢰가 있으면 불확실성 속에서도 여행을 결정할 수 있지만, 신뢰가 무너지면 관광 시장 전체의 작동이 멈춘다.
상품에 대한 신뢰는 기대와 실제 경험의 간극에서 형성된다. 기대했던 상품과 실제 제공된 상품의 수준 차이는 신뢰를 좌우하고, 여기에 상인과 판매자의 태도와 친절이 더해진다. 신뢰가 무너진다는 것은 단순히 상품의 질에 대한 실망을 넘어, 그것을 판매한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는 일이다. 관광지에서 만난 상인에 대한 인상은 곧 상품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고, 나아가 그 장소와 지역 전체에 대한 이미지와 애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훈 국회관광산업포럼 공동대표 겸 한양대 사회과학대학 학장 |
독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은 신뢰를 “복잡성을 감소시키는 메커니즘, 즉 기대치에 대한 확신”이라고 정의했다. 낯선 환경에서 모든 정보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관광객에게 신뢰는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다. 신뢰가 있으면 불확실성 속에서도 여행을 결정할 수 있지만, 신뢰가 무너지면 관광 시장 전체의 작동이 멈춘다.
상품에 대한 신뢰는 기대와 실제 경험의 간극에서 형성된다. 기대했던 상품과 실제 제공된 상품의 수준 차이는 신뢰를 좌우하고, 여기에 상인과 판매자의 태도와 친절이 더해진다. 신뢰가 무너진다는 것은 단순히 상품의 질에 대한 실망을 넘어, 그것을 판매한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는 일이다. 관광지에서 만난 상인에 대한 인상은 곧 상품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고, 나아가 그 장소와 지역 전체에 대한 이미지와 애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신뢰의 상실은 즉각적으로 나타나며, 회복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한 번 떨어진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특별하고도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과거 비판을 받았던 한 수산시장에서 상인들이 모여 큰절을 하며 쇄신을 다짐하는 이벤트를 연 적이 있다. 이는 관광객의 시선을 다시 끄는 단기적 효과는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신뢰는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이용자들의 평가와 경험을 통해서만 회복된다.
그렇다고 가격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바가지요금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가격과 구성, 조건이 사전에 명확히 공개돼 소비자가 이를 인지하고 선택했다면 그것은 주체적 결정이다. 반면 표시된 내용과 다른 상품을 제공하거나, 설명되지 않은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순간 신뢰는 깨진다. 신뢰는 가격 그 자체가 아니라, 사전 정보의 정확성과 소비자의 선택 가능성 위에서 형성된다.
국내 관광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상인협의회 중심의 자율 개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가격 표시, 환불 기준, 친절 응대를 포함한 자율 규약을 마련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교육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나아가 협의회 차원의 제재와 행정 제재 요청까지 이어지는 실효적 장치도 함께 갖춰야 한다.
둘째, 지방자치단체는 표준 가격표와 인센티브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최종 가격, 메뉴 구성, 추가 옵션이 명확히 드러난 표준 가격표와 다국어 안내를 사전에 제공하도록 하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 업소에는 인증 배지, 공식 지도 노출, 축제 참여 우선권 등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정보의 투명성은 신뢰의 출발점이다.
셋째, 정부는 전통시장과 노점의 온·오프라인 정보 공개를 위한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상인들은 주요 원재료, 알레르기 정보, 조리 방식, 열량 구간 등을 표시하고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 중인 할랄 인증과 무슬림 친화 안내 체계를 확대해, 돼지고기·알코올 사용 여부나 채식 선택 가능 여부를 명확히 표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관광객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신뢰가 쌓인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오프라인 정보를 온라인에서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민간과 함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을 갖추고 있어도, 바가지요금과 불친절에 대한 불안이 남아 있다면 관광객은 다시 찾지 않는다. 바가지 문제는 가격의 문제가 아니다. 신뢰의 문제이며, 시스템의 문제다. 대통령의 경고를 일회성 단속으로 소진할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신뢰 인프라를 구축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