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구미와 새만금, 그리고 용인[광화문]

머니투데이 최석환산업1부장
원문보기
"정부가 정치논리나 지역간 이해관계를 떠나 국익차원의 합리적이고 대승적인 판단을 했다."

2019년 2월22일, 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통상부)의 발표로 SK하이닉스가 요청한 (경기도) 용인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확정되자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경북 구미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눈앞의 경제논리를 이유로 국가균형발전을 외면한 이번 결정은 정부가 유지해온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사실상 포기하고, 균형발전이란 현 정부의 국정과제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처사"라며 "민관이 합심해 유치활동에 전력을 기울였으나 거대한 수도권 카르텔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구미시청의 한 직원도 "지역 경제는 계속 어려워지고 있는데 그냥 암담한 상황"이라며 "한마디로 패닉 상태"라고 지역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사실 이같은 풍경은 선거를 앞두고 매번 연출되고 있다. 표면적으론 균형발전을 내세웠지만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 기업을 흔드는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의 민낯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애초부터 구미를 선택지에 두지 않고 있던 SK측 고위관계자들이 해당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을 찾아다니며 이를 해명하고 읍소하는 웃지못할 촌극이 벌어졌던 이유다. 물론 SK하이닉스에 국한된 문젠 아니다.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현 지사)와 원강수 원주시장 후보(현 시장)는 강원도 원주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겠단 공약을 내놨다.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지사 후보도 SK하이닉스의 충북 청주 반도체공장(M17) 증설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6·3 지방선거가 예정된 올해도 어김없이 반도체업계가 들끓고 있다. 불을 지핀 건 이재명 대통령이다. 지난달 10일 주재한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과거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할 때 열심히 뛰어다녀 갖고 경기도로 (유치)해 놓고, 이제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내가 왜 그랬지?' 이런 생각이 좀..."이라고 언급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앞서 도지사 시절 그는 "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곳, 제일 준비가 잘 돼있는 곳, 조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한 곳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돼야 하는데 경기도가 바로 그곳"이란 소신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단' 대통령의 화법에 야당을 필두로 한 정치권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여기에 최근 전북지사 출마를 선언한 안호영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내란을 끝내는 길은 용인 반도체 삼성전자의 전북 이전"이라고 주장한데 이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까지 "옮겨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힘을 보태면서 여권 안팎에서도 갑론을박이 격화됐다.

일단 청와대가 나서 "지역 이전은 기업이 판단할 몫"이라며 선을 그은 건 다행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국민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수도권 규제를 뚫고 유치한 역작"이라고 이 대통령을 치켜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가 4개월 넘게 남은 상황에서 이미 정치권을 뒤덮고 있는 주불(전북 이전설)이 진화될진 미지수다. 오히려 지역간 갈등이 심화되며 모든 선거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가능이 높아졌다. 그런 의미에서 불필요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생태계를 갖추기 위해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이해관계자들의 대승적 결단과 지혜가 꼭 필요하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켜켜이 쌓이고 있는 지금,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민생을 살리기 위해선 정쟁보단 K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가 우선이다.

"구태를 되풀이하는 정치권에 정말 일자리 창출과 기업 투자 유도 의지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던 한 재계 관계자의 일갈처럼 제발 정치가 경제를 망치고 있단 해묵은 클리셰가 더 이상 반복돼선 안된다.



최석환 산업1부장 neokism@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이순재 마지막 부탁
    이순재 마지막 부탁
  2. 2안선영 치매 간병
    안선영 치매 간병
  3. 3안보현 이주빈 스프링피버
    안보현 이주빈 스프링피버
  4. 4알론소 감독 경질
    알론소 감독 경질
  5. 5한일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

머니투데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