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겸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
이를 실현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가 바로 금융이다. 창업하고자 한다면 금융을 통해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자산을 늘리고 싶다면 저축이나 투자상품에 가입할 수도 있다. 오늘날 금융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고 행복추구권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됐다.
이런 생각은 오래전 역사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기원전 6세기 아테네에서 이루어진 이른바 '솔론의 개혁'이다. 솔론은 빚을 갚지 못한 시민이 노예로 전락하던 현실을 개인의 무능이나 도덕적 해이로 보지 않았다. 그는 이를 공동체 전체가 마주한 위기로 인식하고, 시민이 가진 과도한 부채를 탕감하고 채무노예제를 폐지했다. 시민의 자유와 존엄을 침해하는 금융 질서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금융을 오로지 시장의 논리에만 맡겨놓는 것이 아닌 기본권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작동해야 할 제도의 문제로 봤기에 가능한 혁신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떨까. 세계은행이 발표한 '2025 글로벌 핀덱스 데이터베이스'(Global Findex Database)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의 약 79%가 금융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여전히 나머지 21%는 계좌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신분증, 휴대전화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음에도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금융 이용에서 배제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디지털 금융과 핀테크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저신용자와 금융이력부족자(Thin-filer), 자영업자 등 많은 서민에게 금융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신용이 낮다는 이유로 상환의지와 능력이 있어도 대출받지 못하고 고금리 대출과 불법사금융을 이용하게 되면 연체를 반복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금융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사회의 기본적인 흐름에서 한 걸음 뒤로 밀려나게 만든다.
이런 관점에서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가 해야 할 역할은 분명하다. 저신용·저소득 등 다양한 이유로 금융 문턱 앞에 멈춰 선 이들에게 금융을 연결해야 한다. 일시적인 자금 지원과 채무조정을 넘어 복합상담과 컨설팅, 교육 등으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정책서민금융은 시혜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다. 그 권리는 제도와 현장에서 실제의 변화로 체감될 때 의미가 있다. 금융을 자산가와 고신용자 등 특권으로 볼 게 아니라 누구나 기본적인 삶을 이어가기 위해 접근할 수 있는 기본권의 하나로 제도 속에 담아내야 한다. 누구도 출발선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금융 이용의 기회를 보장하는 기본사회, 지금 금융에 필요한 건 바로 '금융기본권'으로의 전환이다.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겸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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