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모범택시 3’ 한 장면. 에스비에스 유튜브 갈무리 |
서정민 | 문화스포츠부장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는, 군대 다시 가는 꿈을 꾸더니, 정말로 군대에 다시 갔다. 현실의 얘기는 아니다. 지난 주말 종영한 드라마 ‘모범택시 3’(SBS) 속 인물 박진언(배유람) 얘기다. 택시회사로 위장하고 억울한 이들의 복수 대행 서비스를 하는 무지개운수의 엔지니어다. 그가 재입대한 이유는 군인 출신인 김도기(이제훈) 기사의 옛 부하가 군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 비밀을 파헤치고자 무지개운수 팀원들은 해당 부대로 잠입한다.(‘모범택시 3’ 마지막회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의 메인 빌런은 ‘오 장군’이라 불리는 오원상(김종수)이다. 그는 현역 장군이 아니다. 한때 중장이었으나 성추행 사건으로 불명예 전역하고 지금은 시골에서 뱀닭을 키우는 민간인이다. 그의 첫 등장은 굿판 장면에서다. 무당은 음력 10월10일이라는 날짜를 써서 그에게 건넨다. 그는 집으로 가서 뭔가를 적는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군인들이 적들의 공격에 의해 희생되었습니다”라고 하더니 “국가의 안녕과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헌법 제77조 및 계엄법 제2조에 의거, 대한민국 전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라고 맺음한다.
많이 익숙하다. 원상이란 이름을 거꾸로 하면 상원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부하 성추행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2018년 불명예 전역했다. 그는 무속인과 가까웠고 자신도 무속인 행세를 했다. 뱀닭 판매 사업도 했다. 그는 12·3 내란사태에 깊이 관여했으며, 비상계엄 선포문과 포고령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원상은 민간인이면서 군인들을 배후 조종해 작전을 실행한다. 전방의 군인들을 군사분계선 최북단으로 보낸 뒤 폭탄으로 죽이고 북한의 소행으로 몰아가려는 것이다. 이를 빌미 삼아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시나리오다. 오원상은 작전에 들어가기 전 햄버거 가게에서 군 장교들과 작당 모의를 한다. 노 전 사령관도 실제로 12·3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 자신의 집 근처 햄버거 가게로 현역 육군 소장 등을 소집해 내란을 모의한 혐의를 받는다. 오원상은 털 달린 방한모자와 점퍼 차림으로 나오는데, 이는 노 전 사령관이 2024년 12월24일 검찰로 송치될 때 차림과 비슷하다.
다행히도 계엄 세력의 작전은 실패한다. 무지개운수 팀원들의 활약으로 폭탄이 폭죽으로 대체돼, 현장에선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갑자기 걸그룹이 게릴라 콘서트를 펼쳐 케이(K)팝 노래를 부르고, 모여든 시민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환호한다. 계엄 세력의 일부는 “민간인들을 향해 발포할 수 없다”며 오원상의 명령에 불복종한다. 김도기는 말한다. “그자들도 이제 깨달았겠죠. 자신들이 꾼 게 꿈이 아니라 망상이었다는 걸.” 무지개운수 대표 장성철(김의성)은 응원봉 물결을 보며 말한다. “저분들이 우릴 살린 거다.” 실제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자 시민들은 국회로 달려갔다. 시민들이 군인들을 막아선 덕에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가결시킬 수 있었다. 군인들도 소극적으로 움직임으로써 불법적인 명령을 사실상 거부했다.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오원상과 함께했던 장교들은 “(오원상이 작전 계획을 적어 햄버거 가게에서 나눠준) 쪽지가 접혀 있어서 못 봤다”며 발을 뺀다. 오원상은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는 작전이었다”고 강변한다. 이 또한 현실의 판박이다. 드라마가 끝난 뒤 이런 자막이 나온다. ‘본 드라마는 픽션이며,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허구임을 강조하는 문장이 되레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때론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드라마틱한 법이다.
티브이 드라마는 사이다 결말로 끝났지만, 현실의 드라마는 언제 어떻게 끝날지 아직 알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10월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이를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 가운데,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또다시 북으로 날아가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13일 윤 전 대통령 등 내란 피고인 8명에 대한 1심 구형이 이뤄지는 데 이어, 16일 윤 전 대통령 체포방해 사건의 1심 선고가 내려진다. 현실 드라마 최종장의 막이 올랐다.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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