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석탄발전소에서 석탄 분진이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저탄장(석탄 저장소)에 지붕 등 건축물을 짓는 작업인 옥내화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독자 제공 |
지난달 한 화력발전소 내 저탄장(석탄 저장소). 대형 크레인 4대가 길이 30m ‘ㅅ(시옷)’ 자 지붕 철골 구조물을 아파트 20층 높이까지 끌어 올렸다. 고소(高所) 작업차에 탄 인부들이 철골을 고정하는 결속 작업을 벌였다. 석탄 더미에서 분진이 퍼져 나가는 걸 막기 위해 그 위로 지붕을 포함한 구조물을 짓는 옥내화 공사 현장이다. 작업은 오전 9시부터 종일 이어졌다. 시공 업체 관계자는 “이런 작업을 몇백 번 반복하는 고난도 공사지만 정작 몇 년 안 돼 철거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 각 석탄 발전소에선 저탄장 옥내화 공사가 한창이다. 설계 수명이 30년 이상인 시설로, 투입 예산만 총 1조원이 넘는다. 그런데 현 정부가 2040년까지 석탄 발전소를 모두 폐쇄할 방침을 밝히면서, 얼마 안 쓰고 버려질 시설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엇박자가 빚어지고 있다. 폐쇄 일정이 빠른 일부 발전소 옥내 저탄장은 2년 뒤면 고철 덩어리로 전락한다.
그래픽=박상훈 |
◇2~12년 사용하는 시설에 1조원
12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향후 2~12년 내 폐쇄가 확정된 석탄 발전소 5곳(하동·태안·당진·영흥·보령)의 저탄장 옥내화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총 1조1113억원이다. 문제는 30년의 설비 수명과 실제 사용 기간의 괴리다. 하동 발전소의 경우, 저탄장 옥내화에 1657억원이 투입되지만 4호기는 완공 2년 뒤인 2028년, 5·6호기는 5년 뒤인 2031년 발전소 폐쇄와 함께 고철 덩어리가 될 운명이다. 태안·당진·보령·영흥 발전소도 2030년대 중반까지 순차 폐쇄가 확정돼 있다. 2~12년만 사용하는 시설에 1조원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석탄 분진은 당연히 줄여야 하지만 1조원짜리 덮개가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물 살포 장치, 방풍벽, 방진 커버 같은 기술을 조합하면 연 수십억원으로 비슷한 저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캐나다 환경 당국은 2023년 보고서에서 “옥내 밀폐 방식은 석탄 분진을 약 90% 저감하지만, 물 살포 등을 통해서도 최대 95%까지 저감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화력발전소에 건설 중인 옥내형 저탄장. 축구장 15개 정도 되는 넓은 부지에 아파트 20층 높이로 기둥 없는 지붕을 지어야 하는 탓에 난도가 높은 작업으로 통한다. /독자 제공 |
◇탈석탄 급발진의 딜레마
2040년 탈석탄을 목표로 내건 탈석탄 동맹(PPCA) 가입국 중 2020년 이후 옥내 저탄장 공사를 신규로 추진하는 곳은 한국뿐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EU와 북미, 남미 등 탈석탄 목표 시점이 2040년 전후인 국가들에서 신규 옥내 저탄장 공사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석탄 발전 비중과 의존도가 한국과 비슷한 국가 중에서는 탄소중립 목표 시점을 2060년으로 둔 중국 정도만 저탄장 밀폐를 유지·추진한다는 것이다.
저탄장 옥내화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도입됐다. 당시에도 ‘가동 종료가 예정된 석탄 발전소에 30년 수명 설비를 붙이는 게 타당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돼 예비타당성 조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문 정부는 그러나 대기환경보전법을 바꿔 이를 밀어붙였고, 이재명 정부의 ‘탈석탄 시계’가 한층 빨라지면서 그에 따른 딜레마가 불거지는 것이다.
석탄발전은 국내 전력의 약 30%를 담당한다. 태양광·풍력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종배 의원은 “탄소중립에만 초점을 맞춘 탈석탄 드라이브가 세금으로 거대한 임시 구조물을 세웠다가 금세 해체하는 부조리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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