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 일대가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정부 관보에 종묘일대 19만4896㎡(약 5만 8712평) 범위를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하는 내용의 고시를 11일 게재했다고 12일 밝혔다. 종묘 앞 맞은편에 초고층 건물 건축을 막을 수는 없지만,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으라고 요청할 근거가 되어 향후 세운4구역 개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12일 서울 종로구 종묘와 세운4구역의 모습. 2025.12.12. bluesoda@newsis.com /사진=김진아 |
조선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서울 종묘(宗廟)는 말 그대로 도심 한복판의 성역이다. 종로3가에서 종묘 광장과 외대문을 지나 망묘루·향대청, 정전과 영녕전으로 이어진다. 가장 정제되고 장엄한 우리 건축유산 중 하나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랐다. 아쉽게도 종로 일대 난개발과 부실한 관리, 지연된 복원은 종묘를 한동안 시민들의 기억에서 멀어지게 했다. 이렇게 단절된 공간으로 존재했던 종묘는 수년간의 정비와 복원을 거쳐서야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최근 종묘 맞은편 세운지구 재개발이 논란이다. 종묘 바로 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세운4구역의 건축물 최고 높이 규제를 기존 71.9m에서 141.9m로 완화한 게 발단이 됐다. 시는 높이 규제를 완화해 사업성이 개선돼야 세운지구 일대 정비와 도심 녹지축 조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는 지난 2022년 수립한 녹지 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에 따라 세운지구 자리에 약 5만㎡의 대규모 도심공원을 조성, 북악산에서 종묘와 남산을 잇는 도심 녹지축을 완성하는 게 목표다.
세운지구는 서울의 가장 중심인 동시에 가장 낙후된 공간으로 꼽힌다. 청계천 복원을 계기로 2006년부터 재정비가 추진됐지만 2000년대 이후 정비사업이 사실상 멈춰 있다. 세운지구의 노후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건축물 10개 중 9개가 준공 30년을 넘겼다. 세운상가 외벽 일부가 상인의 머리 위로 떨어져내렸다는 사고 소식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국가유산청은 세운지구 재개발 계획이 세계문화유산 종묘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편다. 종묘 일대를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한 뒤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쳐 추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와 유산청은 올해 경관 훼손 여부를 공개 검증하기로 했지만 절차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종묘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녹지 축 구상도 시의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고 있다. 녹지 축 반대편에 위치한 남산의 곤돌라 사업이 불투명해진 탓이다. 명동에서 남산 정상을 잇는 곤돌라 사업이 추진됐지만 기존 업체의 반발 속에 사업 추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법원은 곤돌라 운영을 위한 서울시의 도시관리계획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며 기존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의 손을 들어줬다. 64년간 케이블카를 독점 운영해 온 이 회사는 곤돌라 설치 시 이용객 감소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며 도시관리계획 결정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법원 결정으로 곤돌라 사업은 장기 표류가 불가피해졌다. 시는 남산곤돌라 운영 수익 전부를 남산 생태환경 보전 사업 등에 쓸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모두 보류됐다.
종묘와 남산을 잇는 강북 최도심의 시간이 재차 멈춰서는 사이 강남권은 매머드급 정비사업은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동 옛 한전 부지는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로 재탄생하고 잠실운동장 일대는 스포츠·문화·마이스(MICE) 기능이 결합된 미래형 복합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 두 강남권 개발사업의 생산유발효과는 50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강남은 더 좋아지고 강북은 더 낙후된다는 말이 과거의 것이 아닌 현재진행형이 돼서는 안 된다. 종묘의 시간과 남산의 자연을 지키면서도 낙후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있는 서울형 해법이 절실하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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