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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환율 아닌 신뢰만 떨어뜨린 '한은의 말'

이데일리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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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기고
저성장·통화팽창·美관세 등 복합적 요인으로 환율 올라
서학개미·유튜버 탓하기 전 성장률 올릴 방안 먼저 고민을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상승에 불만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비판 발언이 도를 더해 가고 있다. “해외 투자가 유행처럼 커지는 것이 걱정된다”거나 “젊은이들이 쿨해 보이려고 해외 투자를 한다”는 등 서학개미 비판 발언을 시작으로 “국내 유튜버들이 원화가 휴지 조각이 된다고들 한다”, “이런 (잘못된) 내국인 기대가 환율 상승을 드라이브하고 있다”는 등 이제는 유튜버를 상대로까지 비판의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발언들은 마치 환율 불안이 오롯이 서학개미와 유튜버 때문인 것으로 들리기에 충분하다. 과연 그럴까.

서학개미가 크게 늘고 자극적인 유튜버가 확산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학개미의 눈에는 한국경제보다 미국경제의 미래가 더 밝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2023년 이후 3년 연속 한국경제 성장률은 미국경제 성장률을 밑돌았다. 우리나라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래 한 번도 없던 일이다. 1980년 국가적 혼란이나 1997년 외환위기 같은 국가위기 때조차도 한미 간 성장률 역전은 단 1년에 그쳤었다. 그러니 작금의 성장률 역전 고착 현상을 보고 한국경제에 대해 불안을 느끼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한국경제 저성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잠재성장률 자체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데다 기업 규제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경제의 구조적 비효율로 인해 실제 성장률은 떨어진 잠재성장률에조차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제성장률은 크게 낮아진 반면 통화증가율은 오히려 고공 행진을 하고 있으니 통화가치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현실의 객관적 통계를 보고도 ‘멋지게’ 보이려고 해외 투자를 한다는 비난을 할 수는 없다.

여기에 더해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2000억 달러라는 대규모 대미 투자자금 마련 부담이 생긴 것도 환율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우리처럼 대규모 미국 투자 의무를 지게 된 일본의 엔화 역시 원화와 같은 행보를 보이며 통화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요약하자면 원화가치가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은 한국경제의 성장능력 약화와 통화팽창, 관세협상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인과관계를 논하자면 이런 요인들이 서학개미나 자극적 유튜버를 생기게 했고 그것이 원화환율을 밀어 올린 것이다.

그러니 한국은행이라면 응당 서학개미와 유튜버를 탓하기 전에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성장률을 끌어올릴 해법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또한 성장률은 낮은데 통화증가율이 왜 이렇게 높은지 설득력 있는 정보를 시장에 제공하고 시장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미국과의 투자협정 영향도 어떻게든 막아낼 것이라는 두루뭉술한 대답이 아니라 실제 영향은 얼마나 있을 것이며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달러화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한국과 비슷한 처지가 된 일본과의 환율 동조화 현상이 계속될 것인지, 오랫동안 유지됐던 위안화와의 동조화는 끝난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은행은 시장이 비이성적이고 몰지각하다고 날을 세우며 싸우려 들 것이 아니라 시장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납득할 수 있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생산해 공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금융시장은 아주 예민해서 통화 당국이 선택하는 단어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통화 당국은 객관적 통계와 합리적 논리에 기반한 내용을 시장에 왜곡되지 않게 전달할 의무가 있다.

자극적인 유튜버의 얘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같은 방식의 자극적 대응을 하는 것은 책임 있는 통화 당국이 할 일이 아니다. 여러 정부기관 중 그래도 가장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라는 평을 받아온 한국은행이 그 명맥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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