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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2026년, 블록체인 산업의 시급한 해결 과제

머니투데이 소윤권엔버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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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윤권 엔버스 대표.

소윤권 엔버스 대표.



2026년 새해를 맞은 우리나라 블록체인산업은 여전히 전환점에 서 있다. 기술력과 인재, 금융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제도와 실행의 속도는 글로벌 흐름에 비해 여전히 더디다. 반면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주요 국가는 디지털자산을 투기대상이 아닌 차세대 금융·결제·자본시장 인프라로 정의하며 명확한 규칙 아래 빠르게 실험을 이어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경계와 논쟁이 아니라 시급한 과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실행으로 옮기는 용기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문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지연이다. 미국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글로벌 결제와 무역의 핵심 인프라로 키우고 일본은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서 운용하며 실사용 데이터를 축적한다. 반면 한국은 수요부족과 금융안정성 우려를 이유로 법제도화를 미뤄왔다. 그러나 수요는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거래소 지갑 연계, 결제·송금활용 인센티브, 세제혜택 등 현실적인 설계가 갖춰질 때 시장은 움직인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민간코인이 아니라 국내 결제혁신과 아시아 역내 금융주도권을 잇고 통화주권을 지켜내는 전략자산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디지털자산 기본법의 불확실성 역시 산업 전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후제재 중심의 규제는 시장만 위축될 뿐 신뢰를 만들지 못한다. 미국이 '규제의 명확성'을 핵심가치로 법체계를 정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역시 거래소 책임강화에만 머무르지 말고 발행·유통·수탁·운용 전반에 대한 예측 가능한 규칙을 제시해야 한다. 명확한 제도는 혁신을 억누르는 족쇄가 아니라 산업 참여자들이 장기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하는 안전한 토대다.

다음으로 STO와 RWA에 대한 접근방식도 재정비가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토큰증권을 넘어 실물자산 토큰화, 즉 RWA 시대로 이동한다. 국채와 예금, 주식, 원자재, 부동산까지 온체인화하며 자본의 이동속도와 효율성 자체가 달라졌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증권이냐, 아니냐'는 논의의 경계에 머물러 있다. STO와 RWA를 분리된 규제대상으로 보지 말고 연속된 금융혁신의 흐름으로 인식하며 초기 유동성과 기관의 참여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이는 자본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방향성에 대한 논의와 별개로 STO법안은 조속히 제정돼 어떤 방식으로든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제도화한 STO가 RWA 시대에 대응하는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사용 중심의 블록체인 결제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해외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무역대금 송금, 오프라인 QR 결제, 국경간 결제가 이미 현실이 됐다. 5일 걸리던 해외송금이 5분으로 줄어드는 변화는 단순한 블록체인 기술의 시연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차이다. 한국 역시 블록체인을 투자자산이 아닌 생활금융 인프라로 확장해야 할 시점이며 이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비용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국가 차원의 전략부재로 수렴된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자산 통합전략을 추진하고 중국은 결제인프라를 외교와 무역의 도구로 활용한다.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RWA를 금융·무역·콘텐츠산업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명확한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정책의 일관성과 메시지는 산업의 속도를 결정한다.


이러한 당면과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간다면 대한민국은 디지털금융의 단순 추격자가 아니라 아시아 디지털금융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 자본효율성은 높아지고 중소기업과 개인에게는 새로운 금융접근성이 열린다. 무엇보다 규제의 명확성과 제도권에 대한 신뢰는 글로벌 자본과 기술을 다시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될 것이다.

블록체인은 속도의 경쟁이 아니라 방향의 경쟁이다. 2026년 우리가 조금 더 용기 있게 방향을 선택한다면 디지털자산의 미래는 충분히 우리 손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늦었지만 아직은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소윤권 엔버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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