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애플한스(왼쪽부터), 매기 강, 미셸 웡이 11일 열린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Kpop Demon Hunters'로 최우수 애니메이션 영화상을 수상한 뒤 기자회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AP 연합뉴스 |
“문이 닫히는 상황에 놓인 모든 분들께 이 상을 바칩니다. 이제 ‘거절(rejection)은 새 방향(redirection)으로 나아가는 기회’란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어요.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가수 이재)
11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비벌리힐스 비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주인공 루미의 가창자이자 주제가 ‘골든’(Golden)의 공동 작사·작곡가인 이재(본명 김은재·35)의 말에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한국어로 “엄마, 사랑해요”를 외친 이재의 손은 황금빛 ‘주제가상’(최우수 오리지널 송) 트로피를 꼭 쥐고 있었다.
X“빛나기에 늦은 때는 없다” 11일(현지 시각)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케이팝 데몬헌터스’의 ‘골든’ 작곡가로서 주제가상을 받은 직후 울먹이며 수상 소감을 남긴 가수 이재. |
‘케데헌’은 이날 골든글로브에서 ‘흥행상’ 등 3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주제가상’, ‘장편애니메이션상’ 2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주제가상’은 이재를 비롯해 서정훈(활동명 24), 남희동·곽중규·이유한(IDO), 박홍준(테디) 등 골든글로브 최초로 한국계 음악인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이재는 수상 소감에서 K팝 아이돌 지망생 시절의 좌절과 극복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어릴 적 K팝 아이돌이 되는 꿈을 이루려 10년간 쉬지 않고 노력했다. 하지만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제 목소리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실망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하지만 “이 노래가 다른 소녀들과 소년들, 모든 사람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했다. 이어 ‘골든’의 가사(‘숨기는 건 끝났어/이제 난 타고난 것처럼 빛나고 있어’·‘I’m done hidin' now I’m shinin' like I’m born to be’)를 인용하며 “당신은 본래 빛나는 모습으로 태어났고, 결코 빛을 발하기에 늦은 때란 없다”고 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래픽=박상훈 |
‘장편애니메이션상’ 수상자인 한국계 매기 강 감독은 “한국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영화가 전 세계 관객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우리는 우리가 아는 여성들의 모습, 즉 강하고 대담하게 여성 캐릭터를 묘사하고 싶었다”고 했다. ‘케데헌’의 줄거리 역시 한때 좌절하지만,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힘을 모으는 과정에서 K팝이 지닌 긍정성을 통해 서로를 북돋고 성장하는 스토리. 이런 긍정적 에너지가 ‘케데헌’을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된 것이다. 영국 BBC는 “케데헌은 자기 수용, 공동체 의식, 내면 속 악마와의 싸움이란 주제로 공감을 얻었다”고 평했다.
‘골든’은 특히 유명 팝스타 마일리 사이러스가 참여한 ‘아바타: 불과 재’(노래 드림 애즈 원), 유명 뮤지컬이 원작인 ‘위키드: 포 굿’(노 플레이스 라이크 홈·더 걸 인 더 버블), 흑인 블루스 음악을 깊게 파고든 ‘씨너스: 죄인들’(아이 라이드 투 유) 등을 제치고 주제가상을 받았다. 이 중 지난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정상을 모두 석권한 건 ‘골든’뿐이다. 압도적인 흥행 기록이 이번 수상의 요인으로도 분석된다. 미 포브스는 “영화의 실제 문화적 영향력은 차트 순위나 시청률을 훨씬 넘는다”고 했다.
골든글로브 장편 애니메이션과 주제가 부문 상을 동시에 받은 사례 또한 이번 케데헌이 최초다. 케데헌은 주제가 부문에 이어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에선 ‘아르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엘리오’ ‘리틀 아멜리’ ‘주토피아2’ 등 쟁쟁한 상대와 경쟁했고, 최종 수상자는 케데헌으로 결정됐다.
영국 가디언은 “(케데헌 수상은) 놀랄 일도 아닌 당연한 결과”라며 “케데헌은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낸 성적 중 가장 빛나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음악의 세계, K팝 데몬 헌터스에선 모두가 팬”이라며 “케데헌 인기 돌풍은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앞서 골든글로브 측은 케데헌 후보 선정 이유로 “액션, 코미디, K팝의 에너지를 전 세계 관객의 공감을 얻는 방식으로 조화롭게 결합시켰다”고 평했다.
이번 수상으로 케데헌이 이달 중순 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지명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상 미국 골든글로브가 아카데미로 가는 길목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앞서 케데헌은 제31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도 주제가상과 최우수 애니메이션상 등 2관왕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현재 ‘골든’은 2월 개최 예정인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의 5개 부문 후보, 특히 주요 4대 본상인 ‘올해의 노래’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윤수정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