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대출 잔액이 9721만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913조 원으로 6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반면 차주 수는 1968만 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그 결과 1인당 대출 잔액은 1년 새 216만 원가량 늘었다. 40대의 평균 대출 잔액은 이미 1억 1467만 원으로 1억 원을 넘어섰고 50대와 30대 이하도 각각 9337만 원, 7698만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6·27 대출 규제 이후 올해 들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감소세를 보였으나 신용대출이 늘고 있어 실질적 대출 부담은 되레 커지는 모양새다.
가계대출 증가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가계부채의 질과 확대되는 이자 부담이다. 차주 수가 줄어드는데도 대출 규모가 커졌다는 것은 원리금 상환 부담 속에서 또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부채의 집중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징표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상단은 6.2%로 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영끌’이나 ‘빚투’에 나선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상황에서 가계대출 증가는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를 가속화한다. 이자 부담 확대는 가계의 지출 여력을 제약하며 소비 심리를 빠르게 냉각시킨다. 이미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고 한은의 금리 인하 여력도 제한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의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많아야 한 차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불어난 가계대출과 높은 환율이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는 형세다.
가계대출을 제때 관리하지 못한다면 서민 생활은 물론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금융 당국은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와 저신용층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정책금융 확대를 통한 포용금융이 시장 왜곡이나 또 다른 부채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면밀히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가 거품 수요를 키워 자산 가격을 자극하지 않도록 가계대출을 엄격히 관리하는 한편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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