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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615] 나폴리의 태양

조선일보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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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키노 데 지간티부스, ‘천문학’ 중에서 해, 달, 지구와 행성들, 1478년경, 양피지에 금박과 채색, 21.2 x 14 cm, 영국 맨체스터 존 라이랜즈 연구소 및 도서관 소장.

조아키노 데 지간티부스, ‘천문학’ 중에서 해, 달, 지구와 행성들, 1478년경, 양피지에 금박과 채색, 21.2 x 14 cm, 영국 맨체스터 존 라이랜즈 연구소 및 도서관 소장.


이 책은 1478년 나폴리 궁정 천문학자 크리스티아누스 프롤리아누스가 당시 나폴리 아라곤 왕가의 군주 페르디난도 1세의 아들이자 추기경이던 ‘아라곤의 지오반니’에게 바친 천문학 책이다. 독일 출신 삽화가로 이탈리아에서 활약하던 조아키노 데 지간티부스(1450~1485)는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삽화를 그려 넣었고, 본문 또한 극도로 정교하고 화려한 덩굴무늬로 장식해 왕실의 권위를 드러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에서 출발한 이 책은 전체 13개 장으로 이루어졌다. 저자는 우주의 구조, 일식과 월식의 원리, 나폴리 자오선을 기준으로 천체의 움직임을 설명하고 식(蝕)을 기록하여 당시 궁정에서 요구하던 천문 지식의 총체를 담았다. 마지막 13장에서는 지구와 그 주위에 고정되어 있는 별들의 크기를 설명한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이처럼 푸른 창공에 금빛 찬란한 거대한 태양이 눈부시게 떠오른다. 500여 년 전의 금박은 마치 어제 칠한 듯 밝으나, 그 아래 은박 달은 세월이 지나 검게 변했다. 지금까지도 금이 왜 이토록 귀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태양과 달 주위로는 화성, 금성, 수성이 있고, 가장 가운데에 지구(terre)를 둔 프톨레마이오스적 세계다. 압도적 크기와 광채를 가진 태양의 밝은 빛은 신의 질서가 온 우주를 지배하는 중세적 세계관을 상징한다. 그러나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집필 의도는 살짝 의외다. 그는 ‘고전 시를 읽기 위해 천문과 점성을 알아야 하기에’ 이 책을 썼다고 했다. 별을 알아야 시를 읽고, 시를 읽어야 우주를 이해하던 시대. 그 시대의 태양이 이토록 밝았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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