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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칼럼] 경제엔 진영논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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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CES에서 ‘피지컬 AI’ 화두
삼성·현대차 등 韓기업 혁신 주도
국내선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소동
불확실성 제거하는 게 정치의 역할
“코딩의 시대는 끝났다(The Era of Coding is Over).”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을 주도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일(현지시간) 폐막한 ‘CES 2026’ 기조연설에서 던진 메시지다. 최근 수년간 CES의 화두는 AI다. 젠슨 황의 일성은 소프트웨어 기술 진화에 방점이 찍혔다. AI가 화면 속 소프트웨어를 넘어 현실에서 움직이고 작업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김기동 수석논설위원

김기동 수석논설위원

이번 대회에서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는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완전 전동화 구조를 기반으로 인간의 관절 범위를 넘어서는 동작을 자유자재로 구현했다. 무거운 자동차 부품을 옮기고, 앉았다 일어서며 공간을 이용했다. 공중제비를 도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경제사절단이던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곧장 라스베이거스로 날아왔다. 젠슨 황과 ‘깐부 회동’도 열었다. 현대차의 계열사 사장단 등 그룹을 움직이는 ‘키맨’ 130여명이 연례행사인 최고 전략회의를 처음으로 현장에서 가진 대목에서는 AI에 대한 의지가 엿보인다. LG전자는 크루아상을 굽고 수건을 개는 가사도우미 휴머노이드 ‘클로이드(CLOiD)’를 배치했다. 젠슨 황의 언급이 현실로 구현된 셈이다.

‘현존하는 최첨단 AI 하드웨어’라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컴퓨팅 아키텍처 ‘베라 루빈’도 눈길을 끌었다. 중앙처리장치(CPU) 베라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을 한 몸처럼 결합한 차세대 AI 칩이다. 블랙웰 대비 AI 추론 성능은 5배, AI 학습 능력은 3.5배 향상됐다. 하반기 양산에 들어가는 베라 루빈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와의 ‘칩 동맹’이 단단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다.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부품이 아니다. AI, 데이터센터, 우주, 국방 등 첨단 글로벌 산업의 출발점이자, 글로벌 패권을 좌우하는 국력의 척도다. 반도체를 둘러싸고 약육강식이 판을 치는 이유다. 자국의 이익 앞에서 국제 규범은 아랑곳하지 않는 스트롱맨이 득실댄다. 미국은 반도체 기술과 공급망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질서인 ‘팍스실리카’에 매진하고 있다. 중국을 배제한 한국과 일본, 대만 등에 ‘줄서기’를 강요한다.


반도체 패권 경쟁은 ‘자금전쟁’으로 불린다. 공장 한 곳에 수십조원이 드는 산업 특성상 국가 차원의 대규모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국회가 발 벗고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최근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선거를 앞두고 느닷없이 등장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호남 이전’ 논란이다. 대한민국 기업의 적(敵)이 ‘정치’라는 것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문재인정부 때부터 시작됐다.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SK하이닉스는 클러스터 계획을 확정하고도 지난해 2월에서야 착공했다. 토지 보상이 더딘 상황에서 환경영향 평가를 통과하는 데 3년 이상 허비했다. 2023년 계획이 확정된 삼성전자 용인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도 최근 토지 보상 절차에 돌입했다. 청와대가 “기업 이전은 기업이 판단할 몫”이라고 수습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기업은 국적이 없다. 자금과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게 기업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기업은 ‘천덕꾸러기’ 신세다. 기업 하기 좋은 생태계를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탈(脫)한국’을 부추긴다. 이중·삼중 규제와 친노조 정책이 발목을 잡는다. 희망을 잃은 고급 두뇌가 한국을 등지는 일이 허다하다.


진영논리로 손바닥 뒤집듯 정책이 바뀐다. 정치의 탈을 쓰고 사회의 모든 논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거창한 구호나 정치적 선동은 필요없다. 단기 부양책과 립서비스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은 하책(下策)이다. 정권 재창출과 재선 등 단기 성과에 매달린 조급함과 이기심은 병을 키울 뿐이다. 기업이 불확실한 정치를 변수로 놓고 ‘운칠기삼’식 경영을 하게 해선 곤란하다. 경제엔 진영논리가 없어야 한다.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게 정치의 몫이다.

김기동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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