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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란의시읽는마음] 패치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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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래
단추 하나를 쥐고 이곳에 왔다. 쇼케이스 안. 실패와 천. 손가락에 힘을 주고 천천히 문을 밀었다. 저녁 하늘에서 내리는 비. 가는 비. 창에 빗방울 맺혔다. 가게 한쪽에 늙은 개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흔들의자에 앉아 천을 꿰어 붙였다. 천에는 잡초들이 자라고 있었다. 뒤덮은 그 부드러움과 조각난 천으로 만들어진 담요. 늙은 개는 일어나 다리를 절며 난로에 차를 끓였다. 방 안 가득한 그 포근한 풀. 빛은 먼 곳에서 다가와 고였다. 반투명한 컵 안에서 흔들리는 차. 앉아 있어도 발목이 아팠다. 바느질을 멈추고 입에 차를 머금었다. 손바닥에는 검고 동그란 자국이 나 있었다.


얼마나 세게, 얼마나 오래 단추를 쥐고 있었으면 손바닥에 “검고 동그란 자국”이 났을까. 이 시에 깃든 마음이란 몹시도 절실한 것임이 분명하다. 상처받은 세상으로부터 도망쳐 작은 ‘쇼케이스’ 안에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라도 한 걸까. 쓸모없어진 자투리 천을 이어 붙여 근사한 패치워크를 만들어내듯, 그의 세계는 엉성한 모양으로 기어이 어떤 안온을 지어낸다. 천에서 잡초가 자라더니 어느새 방 안은 포근한 풀로 가득해지고, 먼 곳에서 당도한 빛은 거기 그 자리에 고여 ‘나’를 살게 하므로. 이는 물론 절실함이 자아낸 일종의 꿈이나 환상 같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면 못내 쓸쓸해지는 마음을 피할 도리가 없겠지만…. 다시금 단추 하나를 꼭 쥐어 본다면!

바느질을 위한 ‘실패’든, 혹은 ‘실패(失敗)’든, 버리지 말 것. 그대로 포기하지 말 것. “손가락에 힘을 주고” 힘껏 문을 밀어볼 것.

박소란 시인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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