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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금 주의보[횡설수설/이진영]

동아일보 이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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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국제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납 원자핵을 가속 충돌시키는 실험 도중 납이 금 원자핵으로 변했다는 내용이었다. 결론적으로 금 원자핵은 워낙 불안정해 생성되자마자 부서져 사라졌고, 금 100만분의 1g를 얻으려면 거대강입자충돌기 전기료로만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로써 연금술은 사실상 불가능한 기술임이 판명났지만 사기꾼 ‘연금술사’의 가짜 금 만드는 기술은 날로 정교해지고 있다.

▷최근 금값이 치솟는 가운데 한국주얼리산업단체총연합회가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 일대에 ‘함량 미달 금 척결을 위해 모두 나서 주세요’라는 제목의 긴급 담화문을 게시했다. 종로는 전국 귀금속 제조 업체의 40%가 모여 있는 곳. 연합회는 지난해 9월 9%의 이물질을 섞은 도매용 가짜 금이 유통된 사실을 확인했다. 금 1kg을 기준으로 최소 2000만 원 상당의 순금이 빼돌려진 셈이다. 가짜 금은 은이나 주석을 이용해 만드는데 요즘은 금과 성질이 비슷한 텅스텐에 두껍게 도금해 적발하기 어렵다고 한다.

▷가짜 금을 감별하는 대표적 방법이 비중을 측정하는 것이다. 금은 밀도가 높아 같은 부피의 다른 금속보다 무겁다.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아르키메데스가 한 사기꾼 세공사의 금관이 은을 섞어 만든 가짜임을 증명할 때도 이 원리를 이용했다. 왕관과 같은 무게의 순금을 물에 넣었는데 밀어내는 물의 양이 달랐던 것. 그런데 텅스텐은 밀도(cm³당 19.25g)가 금(cm³당 19.3g)과 거의 같아서 레이저 같은 비파괴 검사로는 감별이 불가능하다. 확실하게 하려면 녹여보는 수밖에 없다. 순금은 녹는 점이 1064도, 텅스텐은 3422도여서 금은 녹아도 텅스텐은 남는다.

▷금값이 오를 때마다 가짜 금 주의보가 발령됐지만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이 등장한 후로는 가짜 금 유통이 더욱 쉬워졌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는 가짜 금반지를 샀다가 반품도 못 했다는 후기들이 올라온다. ‘포 나인(99.99%)’ 순금을 할인 판매하기에 품질 보증서만 믿고 샀는데, 하도 가벼워 감정을 의뢰한 결과 금 함량이 2%밖에 안 되는 도금 반지였다는 식이다. 온라인 경매나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시세보다 싸게 나온 금을 샀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순금은 자석에 붙지 않고, 물렁해서 깨물면 자국이 남는다. 금 제품을 사진으로 찍거나 바닥에 떨어뜨려 나는 소리를 이용해 진짜 금인지 판별해 주는 앱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가 레이저를 쏘고 엑스레이를 찍어도 못 하는 감별을 일반인이 할 수는 없다. 믿을 만한 업체를 이용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환불 절차가 명확한지 확인하며, 거래 기록을 남겨둬야 한다. 서양의 오래된 속담대로 반짝인다고 해서 다 금은 아니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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